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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104

저녁 밥상준비는 옥상에서 합니다. 올 해 심은 채소 중에서 가장 만죽스러운 것은 시금치입니다.벌써 두 번이나 먹었네요. 한 번은 된장국 끓여서 어제 저녁은 무침으로. 사 먹는 시금치는 키가 크고 웃자란것같은데 집 시금치는 짤막하지만 단맛이 더 강한것같습니다.삶았더니 반주먹이나 될까 양이 작으니 남길 것도 없이 다 먹게 되고 음식물 낭비도 없이 옥상 텃밭 참 좋습니다.미나리, 부추, 오크 상추를 겉절이한 것도 먹을만했습니다.고춧가루 들기름 설탕 통깨 간장으로 살살 버무려서 먹었네요.옥상으로 소쿠리들고 칼 한자루만 쥐고 올라가면 먹을게 앞으로 더 많아질겁니다. 2024. 5. 17.
폭탄 계란찜 폭탄 하나 가슴에 고이 품고 있다 터뜨리고 싶은 날이 있다. 소리 안나는 폭탄 하나 던져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킬러처럼 뒷 모습 멋있게, 쫓기듯이가 아니라 여유있게 그렇게 사라지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 레옹처럼, 화분 하나 들고 있는 마틸다처럼 살고 싶은 그런 날... 스페인 여행 가기 전, 많았었다. 몇 안되는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일때 스페인에 갔었다. 버스를 대 여섯 시간 타는 건 기본이었고 7박 9일 동안 스파르타 식 여행으로 몸이 휘둘려지면서 한국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스페인 땅에서 산화되어 없어지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느꼈었다. 별것도 아니었구만, 왜 그랬지. 여행 첫 날, 성 파밀리아 성당에서 그랬었고, 몬세라트 수도원에서도 그랬었고, 미친 바람 맞고 웃음 밖에 나지 않았던.. 2024. 2. 4.
차돌박이 채소말이 남편이 집으로 오고 나서 저녁이 바빠졌다. 퇴근하기 전 장 봐서 집으로 가는 거 백년만인것같은 느낌적인 느낌!! 오늘 저녁은 차돌박이 채소말이로, 너로 정했어. 잘 먹여놓고 잠 잘자면 지갑에서 돈이 소올솔~ 용돈하라고 돈을 주는 남편에게 밥값 받을 수 있는 메뉴 차돌박이 핏물을 키친타올로 깨끗이 빼고, 고기 밑간 하면 더 맛있겠지만 저녁 시간이 바빠진 나에게 그것까지는 무리입니다. 깻잎 반장 잘라서 차돌 위에 깔고, 부추와 당근 채 썬 걸 얹어서 깻잎을 먼저 돌돌 말아 준 다음, 차돌박이로 말아주면 단단하게 말립니다. 그걸 원래는 숙주 깔고 찌면 좋겠지만 두꺼운 팬 위에 얹고 기름은 한 방울도 두르지 않고 뚜껑 덮어 놓으면 차돌에서 기름이 나와 맛있게 익혀주니 맛있는 차돌박이 채소 구이 완성. 내가 이것.. 2024. 1. 31.
나를 위한 저녁밥 마파두부 가방 던져 놓고 밥 하러 주방으로 뛰어 들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게 고달프다고 하면 엄마가 그랬다. '그때가 좋은 때다' 지나고 보니 엄마 말씀이 맞다. 애들이 밥 달라고, 뭐 사달라고 조르던 때가 좋았구나. 이제는 배 고프면 알아서 시켜먹고 사 먹고, 필요한 게 있으면 자기들이 번 돈으로 사니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에서는 놓여났는데 그것이 매우 기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아니니! 그래, 좋았던 추억으로 치자. 저녁에 밥 차려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먹는 저녁은 제대로 먹지 않는 날이 많다. 주말부부인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자기를 위해 만드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다는데 나는 나 말고 저녁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뭘 만들기가 귀찮고 싫었다. 아니 왜 .. 2023. 12. 20.
오징어 숙회와 브로콜리 삼시세끼 밥 차리기 숙제가 주말 밥 차리기 숙제만 하면 되는 걸로 끝나는 나이가 돼버렸다. 인터넷 없을 때 요리책 사서 봐가면서 김치찌개 끓이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소금을 넣는거냐 설탕을 넣는거냐 물어보던 어리숙하던 시절을 지냈지만 아직도 김치는 못 담그는 채로 인생 마감하게 생겼지만 요리 감각이 아주 없지는 않아 어지간하면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먹고는 사니 먹고 산 가락은 있어서 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고 아는 맛, 먹어 본 맛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의 근간이 되는 일인지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이나 우리나라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음식을 제 손으로 해서 먹고 살게 되면 사람은 어른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인스턴트 말고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로 내 몸에 맞게 먹고.. 2023. 12. 18.
안되는게 어딨어. 초밥도 되는 고식당 트레이더스에서 사 온 연어와 광어회에 다시마 밥을 지어 단촛물로 간을 하고 손으로 주물주물 초밥을 만들었다. 밥물은 적게 잡아 다시마 두 장 얹어 놓고 취사 버튼 누른 다음, 밥 두공기 분량에 식초 두 숟갈+설탕 한 숟갈+소금 안 넣는 것 처럼 조금 넣은 다음에 부채질 하면서 밥을 식힌다. 밥을 쥐고 초밥 모양을 만든 후, 와사비를 조금 짜서 올리고 회로 이불 덮어 주면 초밥 완성 일요일 저녁 딸이 먹으면서 한마디했다. 딸: 이것이 바로 한국 사람에게 한다는 와사비테러군요. 나: 쓰미마셍 뭐가 쓰미마셍이냐, 먹을 거 가지고 사람한테 장난하면 죽어서 와사비 물에 빠질 것이니 그런 짓은 하지 말어라. 라고 와사비 테러를 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인간들은 그런 인간들이고 나는 이 달 말에 올 일본 .. 2023. 12. 12.
일요일 점심, 한재 미나리 돼지고기 구이. 일요일 점심이 제일 맛있어. 밥 욕심 많은 큰 애가 늘 하는 말이다. 떠 지지도 않는 눈 억지로 벌려서 뜨고 성당 가서 성가대 연습 시켜 미사 마치고 급히 집으로 와 정신없이 먹는 점심이 뭐가 맛있을까 마는 진짜 맛있다. 지장금 아저씨가 정성으로 쑨 올방개 묵과 도토리 묵은 수고로움은 아저씨의 몫, 묵을 먹으면서 이건 아저씨가 산에서 주워다 쒔을거야. 잡담을 하면서 김에 싸 먹고 김치랑 먹고, 좁은 식탁에 넷이 머리를 맞대고 먹는 일요일 미사 후의 점심은 언제나 옳다. 딸 : "이거 아저씨가 분명히 주운 도토리로 만들었을거야" 우리 모두: "그래, 못 하는게 없으니 분명히 그랬을거야" 땡, 틀렸습니다. 서울 사시는 장모님이 주신 도토리묵 가루로 정성들여 쑨 묵을 우리까지 나눠 먹었다는 게 정답!! 음식이.. 2023. 11. 20.
홍어 삼합,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수육은 삶기만 했고 홍어는 홈플러스에서 삭힌 홍어로 사기만 했다. 홍어를 사서 삭히는 위대한 짓은 할 수 없고, 방법도 모린다. 그래 이럴 때는 표준말 놔두고 모린다라고 해야 맛이 난다. 김치는 작년 김장 김치, 묵은지가 돼 버렸다. 자랄 때는 입 짧은 아들 놈이 어른이 되더니 입이 길어졌다. 글쎄 홍어가 먹고 싶다고, 이런 벌써부터 코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인걸. 하지만 아들이 먹고 싶다하니 마침 홈플러스에서 삭힌 홍어를 팔길래 사서 삼합으로 줬더니 안 먹는게 없는 남편은 말 할 것도 없고, 아들도 냠냠, 예외였다. 뭐든 먹는 둘째는 저건 못 먹겠네. 잡아 빼고 그래서 몇 점 안되는 홍어는 남자들 입으로. 시댁은 명절에 홍어탕을 끓였다. 시아버지가 원체 좋아..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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