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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109

나를 위한 저녁밥 마파두부 가방 던져 놓고 밥 하러 주방으로 뛰어 들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게 고달프다고 하면 엄마가 그랬다. '그때가 좋은 때다' 지나고 보니 엄마 말씀이 맞다. 애들이 밥 달라고, 뭐 사달라고 조르던 때가 좋았구나. 이제는 배 고프면 알아서 시켜먹고 사 먹고, 필요한 게 있으면 자기들이 번 돈으로 사니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에서는 놓여났는데 그것이 매우 기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아니니! 그래, 좋았던 추억으로 치자. 저녁에 밥 차려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먹는 저녁은 제대로 먹지 않는 날이 많다. 주말부부인 남편은 퇴근하고 와서 자기를 위해 만드는 저녁밥이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다는데 나는 나 말고 저녁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뭘 만들기가 귀찮고 싫었다. 아니 왜 .. 2023. 12. 20.
오징어 숙회와 브로콜리 삼시세끼 밥 차리기 숙제가 주말 밥 차리기 숙제만 하면 되는 걸로 끝나는 나이가 돼버렸다. 인터넷 없을 때 요리책 사서 봐가면서 김치찌개 끓이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소금을 넣는거냐 설탕을 넣는거냐 물어보던 어리숙하던 시절을 지냈지만 아직도 김치는 못 담그는 채로 인생 마감하게 생겼지만 요리 감각이 아주 없지는 않아 어지간하면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먹고는 사니 먹고 산 가락은 있어서 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고 아는 맛, 먹어 본 맛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의 근간이 되는 일인지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이나 우리나라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음식을 제 손으로 해서 먹고 살게 되면 사람은 어른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인스턴트 말고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로 내 몸에 맞게 먹고.. 2023. 12. 18.
안되는게 어딨어. 초밥도 되는 고식당 트레이더스에서 사 온 연어와 광어회에 다시마 밥을 지어 단촛물로 간을 하고 손으로 주물주물 초밥을 만들었다. 밥물은 적게 잡아 다시마 두 장 얹어 놓고 취사 버튼 누른 다음, 밥 두공기 분량에 식초 두 숟갈+설탕 한 숟갈+소금 안 넣는 것 처럼 조금 넣은 다음에 부채질 하면서 밥을 식힌다. 밥을 쥐고 초밥 모양을 만든 후, 와사비를 조금 짜서 올리고 회로 이불 덮어 주면 초밥 완성 일요일 저녁 딸이 먹으면서 한마디했다. 딸: 이것이 바로 한국 사람에게 한다는 와사비테러군요. 나: 쓰미마셍 뭐가 쓰미마셍이냐, 먹을 거 가지고 사람한테 장난하면 죽어서 와사비 물에 빠질 것이니 그런 짓은 하지 말어라. 라고 와사비 테러를 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인간들은 그런 인간들이고 나는 이 달 말에 올 일본 .. 2023. 12. 12.
일요일 점심, 한재 미나리 돼지고기 구이. 일요일 점심이 제일 맛있어. 밥 욕심 많은 큰 애가 늘 하는 말이다. 떠 지지도 않는 눈 억지로 벌려서 뜨고 성당 가서 성가대 연습 시켜 미사 마치고 급히 집으로 와 정신없이 먹는 점심이 뭐가 맛있을까 마는 진짜 맛있다. 지장금 아저씨가 정성으로 쑨 올방개 묵과 도토리 묵은 수고로움은 아저씨의 몫, 묵을 먹으면서 이건 아저씨가 산에서 주워다 쒔을거야. 잡담을 하면서 김에 싸 먹고 김치랑 먹고, 좁은 식탁에 넷이 머리를 맞대고 먹는 일요일 미사 후의 점심은 언제나 옳다. 딸 : "이거 아저씨가 분명히 주운 도토리로 만들었을거야" 우리 모두: "그래, 못 하는게 없으니 분명히 그랬을거야" 땡, 틀렸습니다. 서울 사시는 장모님이 주신 도토리묵 가루로 정성들여 쑨 묵을 우리까지 나눠 먹었다는 게 정답!! 음식이.. 2023. 11. 20.
홍어 삼합,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수육은 삶기만 했고 홍어는 홈플러스에서 삭힌 홍어로 사기만 했다. 홍어를 사서 삭히는 위대한 짓은 할 수 없고, 방법도 모린다. 그래 이럴 때는 표준말 놔두고 모린다라고 해야 맛이 난다. 김치는 작년 김장 김치, 묵은지가 돼 버렸다. 자랄 때는 입 짧은 아들 놈이 어른이 되더니 입이 길어졌다. 글쎄 홍어가 먹고 싶다고, 이런 벌써부터 코로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인걸. 하지만 아들이 먹고 싶다하니 마침 홈플러스에서 삭힌 홍어를 팔길래 사서 삼합으로 줬더니 안 먹는게 없는 남편은 말 할 것도 없고, 아들도 냠냠, 예외였다. 뭐든 먹는 둘째는 저건 못 먹겠네. 잡아 빼고 그래서 몇 점 안되는 홍어는 남자들 입으로. 시댁은 명절에 홍어탕을 끓였다. 시아버지가 원체 좋아.. 2023. 11. 20.
보쌈, 굴 무생채 셋째가 긴 휴가를 알뜰히 쓰고 오늘 김포로 갔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강아지처럼 앉아 있다가 "배 고파" 했다. 말 하는 강아지. 셋째 그 말이 귀찮지가 않아서 옷도 안 벗고 저녁 준비해서 입 짧은 셋째 입에 밥이 넘어 가는 걸 흐뭇하게 봤다. 아침에 설겆이 할 게 어지간히 있는 걸 보고 출근했는데도 저녁에 오면 개수대가 깨끗했다. 셋째가 해 놔서 빤질빤질했던 거다. 빨래도 잘 개놓고 엄마 썬 크림 떨어졌어. 하면 저녁에 사 들고 들어왔다. 둘째도 어지간하면 내가 말하는 걸 바로 들어주는 아이지만 그런 딸이 하나 있다 집에 둘이 있으니 나는 부러울게 없는 엄마같았다. 운동하느라 철은 밖에서 저절로 들어서 내가 가르칠게 없는 딸이다. 어렸을 때는 셋째 티를 톡톡히 내느라 걸을려고 하지 않아서 지 애비 품에.. 2023. 11. 13.
잡채밥 딸이 차려 준 쉰둥이 생일상이다. 미역국 끓이고 잡채도 하고 단감 좋아한다고 감 두개 사오고 자기는 정작 바빠서 한끼밖에 못먹었다는날, 시금치 삶아 무치고 버섯까지 쪽쪽 찢어서 잡채를 만들어줬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 언니 말 피아: 못된 딸이래도 딸은 있어야 된다. 맞는 말이다. 악처래도 부인은 꼭 있어야 되듯이, 있어야 되는 게 딸이다. 나는 둘이나 있으니 할렐루야. 아들도 하나 있고 못생겼지만 남편도 하나 있고 복받은 여자네. 혼밥을 일주일 먹다 집에 온 남편에게 냉털 잡채밥을 만들어줬더니, 작은 눈이 더 커지고 입에서는 침이 뚝 떨어져, 참기름과 함께 남편의 침이 뚝 떨어진 잡채밥이 완성되었다. 생일도 별게 있더냐. 누군가 나한테 따슨 밥 한끼 차려주면 그게 고마운 일이고 집 떠났다 들어 온 가족에.. 2023. 10. 29.
옥상 식당, 텐동 텐동은 밥 위에 튀김을 얹어서 튀김 소스와 함께 먹는 덮밥이다. 언젠가 완전 더웠던 여름, 승범이랑 은진이랑 행궁동으로 텐동 먹으러 갔던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줄서서 먹었던 텐동보다 우리 집 텐동이 더 맛있었다. 남편의 옥상 텃밭은 아직도 먹을게 달려 있다. 고추와 가지를 따서 튀기고 구이로 해 먹다 남겨놓은 새우도 튀김으로 해서 텐동의 재료를 만들었다. 소스는 은진이가 후다닥 간장, 미림, 설탕, 물을 넣고 졸여서 만들고, 밥을 얹은 후에 소스 좀 뿌리고 그 위에 갓 튀긴 튀김을 얹어주면 텐동 완성. 다이소에서 사 온 갬성 캠핑 용 전구를 달아서 늘여뜨려놓고 일요일 저녁 옥상 외식 흰 밥위에 텐동이어야 더 맛있지만 잡곡밥위에 얹어서 먹었어도 튀긴 건 다 맛있더라. 하지만 텐동 먹으면서 갓 김치를 손으로..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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