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밥 차리기 숙제가 주말 밥 차리기 숙제만 하면 되는 걸로 끝나는 나이가 돼버렸다.
인터넷 없을 때 요리책 사서 봐가면서 김치찌개 끓이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소금을 넣는거냐
설탕을 넣는거냐 물어보던 어리숙하던 시절을 지냈지만 아직도 김치는 못 담그는 채로 인생 마감하게 생겼지만
요리 감각이 아주 없지는 않아 어지간하면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먹고는 사니
먹고 산 가락은 있어서 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고 아는 맛, 먹어 본 맛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람의 근간이 되는 일인지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이나 우리나라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음식을 제 손으로 해서 먹고 살게 되면 사람은 어른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인스턴트 말고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로 내 몸에 맞게 먹고 조리해서 식구들과 내 입에 넣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엄마가 된 보람과 어른이 된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다.
토요일 저녁 생물 오징어 두 마리와 브로콜리 데침이 그런 요리중 하나다.
결혼해서 얼마 안됐을 때는 오징어 사면 껍데기 벗기는게 어려워서 낑낑대던 때도 있었다.
종이 타올로 문지르면 잘 벗겨진다고 어디선가 봐서 해 본적도 있었지만 역시 껍데기 벗기는 일이 힘들었다.
안에 들어 있던 내장을 꺼내는 일도 징그러웠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오징어 내장 뜯어내서 씻고
오징어 숙회같은건 사먹어야 되는 음식인줄 알았는데 이젠 저런걸 사 먹냐. 돈 아깝게 하는 음식이 되었다.
입이 짧기도 하지만 작기도 한 우리 셋째와 나, 입이 큰 남편 셋이서 맛있게 먹으면서 함께 못 먹는 둘을 생각한건
나 밖에 없을 거다.
초고추장까지 만들어서 먹다니, 어느 새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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