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이 제일 맛있어. 밥 욕심 많은 큰 애가 늘 하는 말이다.
떠 지지도 않는 눈 억지로 벌려서 뜨고 성당 가서 성가대 연습 시켜 미사 마치고 급히 집으로 와 정신없이 먹는 점심이
뭐가 맛있을까 마는 진짜 맛있다.
![](https://blog.kakaocdn.net/dn/rzfVb/btsAxbNuhz6/nTfLvUlv2DNdEe2YAcOGn0/img.jpg)
지장금 아저씨가 정성으로 쑨 올방개 묵과 도토리 묵은 수고로움은 아저씨의 몫, 묵을 먹으면서 이건 아저씨가 산에서 주워다 쒔을거야. 잡담을 하면서 김에 싸 먹고 김치랑 먹고, 좁은 식탁에 넷이 머리를 맞대고 먹는 일요일 미사 후의 점심은 언제나 옳다.
딸 : "이거 아저씨가 분명히 주운 도토리로 만들었을거야"
우리 모두: "그래, 못 하는게 없으니 분명히 그랬을거야"
땡, 틀렸습니다. 서울 사시는 장모님이 주신 도토리묵 가루로 정성들여 쑨 묵을 우리까지 나눠 먹었다는 게 정답!!
음식이란 내 입에 들어가기 까지 여럿이 공을 들여야만 되는 결과물이다.
우리가 먹은 묵 한 조각에 나무가 내어 준 열매부터 그걸 키운 땅과 하늘과 바람, 만든이의 정성까지 생각하면 먹는 일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세상 사는 일이 모두 감사 할 일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먹기 전에 하는 인삿말"이따다끼마스" いただきます는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이 아니라 자연이 내게 내어 준 것들을 잘 받겠습니다 라는 감사의 인삿말이다.
내 입에 들어 가는 음식을 주신 자연의 모든 것들과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그것들을 잘 받겠습니다 라는 감사의 인삿말이기 때문에 일드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이따다끼마스 라고 두 손으로 합장하듯이 말 하는 것이다.
이번 주 남편은 시댁 김장에 노력봉사하러 내려 간다.
며느리는 빠지고 남편은 내려 가는 시댁 김장이라니, 살다보니 이렇게 봄 날같은 세상도 오는 구나
세상은 그렇게 봄이 되었는데 내 인생은 가을이라니, 하지만 이마저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따다끼마스" いただき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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