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으로 오고 나서 저녁이 바빠졌다. 퇴근하기 전 장 봐서 집으로 가는 거 백년만인것같은
느낌적인 느낌!!
오늘 저녁은 차돌박이 채소말이로, 너로 정했어.
잘 먹여놓고 잠 잘자면 지갑에서 돈이 소올솔~ 용돈하라고 돈을 주는 남편에게 밥값 받을 수 있는 메뉴

차돌박이 핏물을 키친타올로 깨끗이 빼고, 고기 밑간 하면 더 맛있겠지만 저녁 시간이 바빠진 나에게
그것까지는 무리입니다.
깻잎 반장 잘라서 차돌 위에 깔고, 부추와 당근 채 썬 걸 얹어서 깻잎을 먼저 돌돌 말아 준 다음, 차돌박이로 말아주면
단단하게 말립니다. 그걸 원래는 숙주 깔고 찌면 좋겠지만 두꺼운 팬 위에 얹고 기름은 한 방울도 두르지 않고 뚜껑 덮어 놓으면 차돌에서 기름이 나와 맛있게 익혀주니 맛있는 차돌박이 채소 구이 완성.
내가 이것만 준비했으면 생색도 안 낸다. 동태탕까지 끓여 놓고 두식군 기다리는 나, 사진을 보니 옷도 안 갈아입고 불 앞에 서 있었네.

동태탕과 차돌 채소구이 만들어 놓고 정작 두식군 얼굴은 못 보고 레지오 회합으로 성당으로 급하게 갔으니 바쁜 하루였다.
큰 애가 중학생이고 아래로 두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저녁 시간이 호떡집 불난 것처럼 바빴다.
그때도 돌봄교실에서 일했었다. 한 참 먹을 때였던 큰 애는 늘 허기가 져 있었고 우리집 둘째와 셋째는 엄마의 돌봄이 필요했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벌겠다고 정말 열심히 다녔다.
남의 집 아이들 돌봐준다고 우리집 세 것들은 알아서 크라고 내박쳐두다가 저녁 시간에만 주방으로 뛰어들어 엄마로 돌변해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손 빠르기가 최대 장점인 것을 살려서 애들의 밥을 차렸으나 지금은 지나간 그때가 우리 애들에게 가장 미안한 시간이다.
"큰 애에게도 미안하고 둘째에게도 미안하고 셋째에게도 미안하다"
돌봄교실 첫 날 출근하느라 춘천에서 전학시킨 둘째는 노크 전학을 했었다.
입학식 첫 날이 가장 바쁜 날이어서 나도 일찍 가느라 학교 가는 길도 잘 몰랐던 5학년 둘째에게 셋째 손잡고 학교 잘 찾아가라고 시켜놓고 출근했었다.
교무실이나 행정실 찾아가라는 말만 5학년짜리 아이에게 해 놓고 나는 나 몰라라 출근했으니 그것도 미안하다.
학교 간 둘째는 행정실인지 교무실인지 일단 찾아갔더니 5학년 몇 반으로 가라고 해서 동생도 해당 반에 데려다 주고 자기는 밖에서 노크를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한참 노크 귀순이라는 말이 있었다. 북한에서 넘어 온 사람이 "똑똑" "누구십니까" "북한에서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우리 둘째도 그렇게 전학을 스스로 했다. 딸은 5학년 땡땡 교실 앞에서 이랬다고 한다.
딸: (똑똑)
5학년 담임: 누구세요?
딸: 오늘 전학왔습니다.
5학년 담임: 들어오세요.
이렇게 이루어진 4학년 셋째와 5학년 둘째의 전학은 노크로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우리집 원one 자매는 그날 오후 귀가가 헷갈렸다. 집으로 오는 길과 학교 가는 길이 같지만 처음 가 본 길이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길을 잃었고 그때 본 문구점 간판 "딱따구리"를 보고 어떻게든 집으로 찾아왔다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전학한 날의 첫 날 소동이었다.
지금 그때 5학년 둘째는 스물 일곱, 셋째는 스물 여섯이 되었다.
오늘 둘째와 첫째는 다낭으로 여행을 간다. 셋째는 해남 전지 훈련 중이다. 어제 트랙위에 누워 있는 사진을 보냈다.
너무 힘들었다며, 이런 사진을 보는 엄마 마음은 더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운동이다.

손 많이 가던 큰 아이와 연년생 둘째와 셋째는 잘 커서 엄마 손 덜어주고 밥 달라고 보채지 않는 나이가 됐다. (밥은 두식이만 달라고 한다. 두식군은 간식도 달라고 한다.심지어 아침밥도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으니 됐다. 나도 철이 들었다.)
한참 키울 때는 너무 힘들었던 그때가 다시 돌아온다면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전학도 손 잡고 가서 시켜주고 담임 얼굴 보면서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공손히 인사도 하고 싶다.
배고프다고 징징대던 큰 애에게는 고봉밥을 퍼주고 싶고 마음이 여리던 셋째는 아주 그냥 장난감처럼 옆에 끼고 살고 싶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별로 없다.
오늘 저녁 다낭가는 큰애와 둘째에게 10만원씩 용돈주고 셋째와는 카톡을 주고 받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일본 영화처럼 나는 과거로 가고 아이들은 앞으로 오다가 둘이 만나는 지점이 오면
세상 이런 엄마없습니다 할 정도로 잘해주고 싶은데 아이들도 나도 앞으로만 가니 그때의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XEmXrbvaRZM
그래서 가아끔,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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