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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109

부활, 컵과일 성목요일, 성금요일, 부활성야 미사, 부활 미사까지 사일을 내리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밖에 없는 성가대원이고 성가대의 총무, 나더러 그렇게 준비해서 성가대원 멕여 살려 이런 언니들, 형제님들 아무도 없었지만 그동안 성탄 미사 때부터 내가일벌이면 언니들이 뒷수습했고 그렇게 우리는 배불리 먹고 성탄 미사를 드렸고 이번에도 그렇게 부활을 맞이했다. 그냥 김밥 먹어, 뭘 그렇게 하지 말고, 언니들이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조용히 사고를 치면 뒷수습을 했다. 알았어, 알았어, 해놓고 이번주에는 비빔밥 할거야 하면 갓지은 밥 뜨거운줄도 모르고 비닐 장갑 하나만 끼고 손이야 익건 말건 주걱 놔두고 손으로 비벼서 나눠줬고 새초롬하게 내가 콩나물국 끓여올까 했던 큰소피아 언니는 당장에 콩나물 국 집 오픈해도 오픈런해.. 2023. 4. 11.
간장계란밥 비오는 날 아침 리허설을 가는 딸의 아침밥이다. 내가 나갈 때 보통은 자고 있는데 오전에 리허설이 있는 때, 간단하게라도 밥을 먹고 싶어할 때가 있다. 아들은 아침밥 패쓰지만 얘는 또 아침을 차려주면 먹는 아이라서 간장계란밥으로 줬다. 딸 : 엄마, 나 밥 조금 먹고 싶은데 나: 그래, 그럼 간장계란밥 괜찮지 만만한게 간장계란밥이지만 먹고 나면 포만감과 만족감이 어설픈 반찬에 밥 먹는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때 갓 지은 흰 밥에 간장넣고 참기름 넣어서 비벼먹는 밥을 좋아했었다. 우리 엄마가 키웠던 다섯의 자식들 중 내가 가장 입이 짧았고 눈으로 봐서 이상한건 절대 안먹는 고집이 있었다. 그래서 간단하고 맛이 있는 간장계란밥이 좋았을까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동네에 슈퍼는 없었고, 또세네집.. 2023. 4. 6.
떡볶이, 내 영혼의 빨간 국물 우리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명절에 가래떡을 빼서 준다길래 알겠다고 조금만 주라고 했지만 엄마의 조금은 많이 안먹는 집 기준 1년분이다. 그래서 우리집 냉동실에는 아직도 엄마가 준 가래떡이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서 얼어 있던 것들 힘을 빼주고 마음을 녹여준 다음 떡볶이를 해 먹는 것도 그냥 밀떡보다는 맛이 있어서 이렇게라도 해야지 냉동실의 떡이 줄어든다. 합창 연습갔다가 받아온 만두 두 개까지 넣고 떡볶이를 해서 먹었던 게 주말이었으니 아직도 냉동실에는 얼린 가래떡들이 늠름하게 누워 있다. 왜 엄마들은 조금만 이라고 하면 조금의 단위가 말한 사람과 다를까 엄마, 왜 많이 보냈어. 조금이라고 했잖아 하고 화를 내면 시끄럽다, 너네는 식구도 많은데 그것갖고 많다고 하는데 그럴거면 왜 물어보는.. 2023. 4. 5.
소고기 무 국 한우 사고 덤으로 얻은 양지 국거리로 소고기 무국을 끓였다. 채소 육수를 내서 소고기 무국 육수로 썼고 나박나박 썰어놓은 무에, 국간장과 참기름으로 재워둔 다음 무를 먼저 볶다가 고기를 넣고 자박자박 볶은 다음 채소 육수를 넣고 푸욱 끓였다. 간은 이후로 아무것도 안넣고 그냥 진득하게 끓였더니 아침에 끓여서 저녁에 솔드아웃되는 소고기 무국이 되어버렸네. 아니 사실 두그릇 정도 남은 건 섭섭군이 청주로 싸서 가지고 갔으니까 집에서 솔드아웃은 아니지만, 소고기 미역국보다 소고기 무국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살고 있는 유씨들이다. 간단한 국같아도 조금만 신경쓰면 더 맛있게 끓일수있는게 소고기 무국같다. 나 : 오늘 소고기 무국 다른날보다 더 맛있는것 같지 섭섭군: (소고기 무국 국그릇에 고개를 푹 박.. 2023. 4. 3.
꼬막 비빔밥, 봄 밥 한그릇 산을 넘어 출근, 산을 넘어 퇴근을 하느라 만보찍는 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산너머 직장, 산너머 집이라니, 이게 실화냐, 실화다. 누구랑 맞춰서 걷지않아도 되니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해서 걷는 길이다. 대기업다니는 사람의 출근길이 부럽지 않은 산길 출근 짧은 산하나를 넘으면 나오는 아파트 상가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들고 나머지 걸음을 걷다보면 하루에 누릴 행복을 아침에 다 써버린것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산길덕분에 일주일 내내 만보 이상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살면서 이렇게 많이 걸은 날이 있었을까 솔잎이 두껍게 카페트처럼 쌓여있는 산길을 걷다보면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돈벌러가는 직장이 아닌것같기도하다. 주말에는 섭섭군과 함께 같은 코스로 만걸음 걷기 챌린지 산넘어 시장에 들른 이유는 성가대 총무로서.. 2023. 3. 21.
짜장밥 23년 1월 1일 주일 아침은 언제나 몸과 마음이 다 바쁘다. 오늘은 미사 후에 레지오까지 있어서 더욱 그러한 날이고 어제 수도원 미사를 다녀와서 몸이 피곤한데 22년의 마지막을 수도원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의미있는 한 해의 제대로된 마침표같아서 그또한 좋았다. 수사님들이 차려준 정성스런 한 끼 모든게 깔끔한 맛이었던 수도원의 저녁 식사였다. 그중에 한 상에 한냄비씩 끓고 있던 소내장탕전골이 의외긴했지만, 함께 간 우리 남편은 헤벌레 세 그릇을 먹었다. 입짧은 아줌마인 나는 구경만 하고 국물도 안먹었지만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얼굴로 한 번 퍼, 두 번 퍼, 세 번 쯤 국 대접에 퍼서 맛있게도 얌냠, 세례는 받았으나 신자 생활을 하지 않는 교우를 천주교에서는 냉담신자라 부른다. 신.. 2023. 1. 2.
오토나노 아지(어른의 맛) 어른 입맛, 어른의 맛을 일본어로 오토나노아지(おとなのあじ)하고 한다. 나는 자라는동안, 지금까지도 물론 입짧은 아줌마다. 그나마 지금은 어른이 됐다고 나물도 잘 먹고 어렸을 때는 먹지 않았던 것들을 잘 먹는 씩씩한 어른이 됐지만 생각해보면 김치도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식탐이 많아서 세 살 어린 여동생의 모유도 뺏어먹었다던 엄마의 진술로 봐선 뭐든지 먹었을것 같은 아이였지만 입은 짧았다. 엄마가 잠결에 동생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 동생을 밀쳐내고 내가 먹고 있더란다. 조폭 애기였었나봐. 식탐은 모유에서 끝났고 건강기록부에 1학년 때 19킬로 소말리아 어린이 같은 아이였을것이다. 우리때야 다들 그랬다지만 먹는 거 하나는 정성으로 만들어줬던 우리 엄마가 키운것치고는 영양실조같은 1학.. 2022. 12. 31.
나 혼자 살지 않는다. 티비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도 가만보면 꼭 누군가랑 어울려서 뭘 하는게 더 재미있어 보인다. 혼자서도 잘 살겠지만 사람이랑 어울려서 의지하고 살 때 사람은 더욱 잘산다. 물론 지긋지긋한 인간관계도 있겠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그리고 혼자서는 힘든 일도 둘 셋이 모이면 당연히 힘이 안들고 수월하다. 성탄 밤미사 전에 저녁을 만들어서 주겠다고 총무로서 공약을 해놓고 삼일쯤은 메뉴 고민 어떻게 할까 고민 "엄마 엄마 어떤 메뉴로 하면 좋을까" 성당도 안다니는 우리 엄마는 나때문에 성당 성가대 저녁 고민을 함께 했다. 얼마나 고민이 됐는지 모른다. 컵라면에 김밥 한 줄만 줘도 불평없을 성가대 식구들이지만 그전에 나도 이렇게 고민하고 나에게 밥 한끼를 줬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대한 참회의 마음으로 식구가 ..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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