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28 남편의 미역국은 훌륭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집에서 흔히 해 먹는 음식 하나만 차려도 핸드폰부터 꺼내기 때문에 이제 남편은 먹기 전에 잠깐 기다려야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훌륭한 미역국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사진으로 찍기에도 아까운, 맛은 더 훌륭한 미역국이었기 때문에 사진이 필요없다. 내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커다란 곰솥에 하나 가득 끓여 놓고 공주로 갔다. 곰솥에 하나 가득이라, 누가 보면 애 낳은 산모가 일주일은 먹을 미역국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까지 가서 심지어 돈도 있었음에도 - 남편이 용돈을 몇 달동안 공주에 짱 박고서 모아서줬다. 남편이 준 오만원권 여러장이 봉투에 있었는데도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한 나라는 사람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한 숨을 쉬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 2020. 10. 27. 입틀막 "아저씨 발냄새" 한글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어른이 된 오늘의 나도 어려운 맞춤법이 있기는 하다. 되와 돼의 구분이 어렵고, 쌍자음의 발음이 어렵다. "맑다" 를 발음할 때 어떻게해야 아이들 귀에 정확하게 들릴 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쓰는 글자와 소리나는 글자가 다르기 때문에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르쳐보면 가르쳐 볼수록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이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라 할 지라도 하에 리을 받침이라고 하면 "할" 이라고 바로 읽는 것을 보면 집현전 학자님들이 대단하시기는 하다. 세종대왕님의 곤룡포를 덮고 잠이 드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연발하시고 더욱 힘을 얻어 한글창제에 열을 올리신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나도 기초반 아이들.. 2020. 10. 20. 하,하,하 시댁 친척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다녀 온 주말 코로나 때문에 식사도 안되고 대신 기념품을 주는 결혼식으로 바뀌었는데 오히려 식사하고 오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 기분적인 기분은 뭘까 보너스로 주례도 없었다. 주례사있다고 잘사는 것도 아닐테고 참고로 우리 시댁은 아버님 친구분 중에 도의원을 하신 분이 계셔서 나를 포함한 시동생 둘의 주례까지 그 분이 하셨다. 주례사도 하나를 써서 돌려 막기를 하셨는지 셋이 다 같았다. 요점은 아이를 셋은 낳으라는 주례사였었는데 우리 부부만 주례 말씀대로 셋을 낳고 살고 있네 우리 어머님 남동생의 자녀 결혼식이었으니까 남편의 외사촌 동생 결혼식이었다. 어머님의 가장 아랫 동생이라 남편과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내가 결혼했을 때 그 아이들은 우리 시댁이 고모네 집이라서 .. 2020. 10. 13. 무서운 1학년 지난 주부터 문장부호를 배우더니 이번주에는 문장을 생각해서 쓰는 1학년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수준의 국어가 시작되었다. 요즘 엄마들 학구열로 보아 1학년 국어 활동 책에 한글의 자음 모음이 웬 말이냐 싶다가도 아이들이 자음을 쓸 때 순서 무시, 원래 모양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쓰는 걸 보고 있으면 국어 활동 책에 꼭 필요한 것이 한글 자음쓰기같기는 하다. 예를 들면 ㅁ을 쓸때도 그냥 그리는 수준이거나 ㄹ을 쓸 때도 각진 부분을 모두 무시하고 한 번에 휙 쓰기 때문에 한글의 아름다운 부분이 뭉개지는 것이다. 한글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부분들은 자음자가 가지고 있는 각진 부분들을 살려서 썼을 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자음자를 순서에 맞게, 정확하게 쓰는 걸 자르치는 것도 중요한 한글.. 2020. 10. 7. 며느리 일기 코로나도 의미없는 명절, 애들 셋 중에 은지니만 우리집 애들 대표로 볼모로 잡아 내가 데리고 갔다. 남편하고 둘이만 가는 시댁은 아직도 불편한게 솔직한 마음이다. 시댁에만 가면 하루가 이십사시간이 아니라 사십 팔 시간 같으니 딸이라도 한 명 데리고 가지 않으면 사십 팔시간이 아니라 하루가 삼일이 될 것 같다. 은지니도 집에서 쉬는 게 더 편할테지만 엄마 생각해서 따라 가주는 거 내가 다 안다. 자식도 키워 놓으니 이제 부모 맘을 아는 것 같아 고맙다.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남편이 나도 없는 우리 친정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다녀 온 거 생각하면 내가 시댁에가기 싫다고 하는 게 참 미안한 일이지만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게 명절에 대한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이번 추석 지나고 올라오면서는 부모님 살아 계.. 2020. 10. 4. 대화가 필요해! 5명이 수업받는 기초학력교실도 아이들 목소리로만 따지고 들면 내 생각에는 10명 쯤 되는 것 같다. 다들 목소리가 크다. 나는 어렸을 때 목소리 크다고 웅변을 했었는데 요즘 애들은 목소리가 크다고 웅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듣는 귀가 아프다. 웅변을 했었지만 나는 웅변이 너무 싫었던 1인이었다. 6월이면 정해놓고 열리던 6,25 상기 웅변대회의 원고가 아직도 생각난다. 망할놈의 기억력 "녹음방초 우거 진 유우월...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녹음방초가 뭔지도 모르고 선생님이 외우라고 하니까 외우고 대회가 있는 아침에는 엄마가 사 준 새 옷을 입고 선생님이랑 기차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국민학교 강당으로 가서 덜덜 떨면서 대기를 했었다. 상은 한 번도 못 탔었다. 대회 나가서 보면 웅변을 하는 지 연기를 하는 .. 2020. 9. 28. "입으로는 밥을 먹고 눈으로는 불빛을 쏘는 아이템 획득" 원격 학습 두 시간 봐주고 나서 급식실로 갈 때, 나는 오전의 에너지는 이미 다 써서 충전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은 어디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지, 기운이 넘친다. 방전되지 않는 배터리를 보는 것 같다. 무섭다. 손 끝까지 기운이 넘쳐서 자기 흥에 겨워 급식실가는 짧은 이동 시간에도 손을 탈탈탈 털면서 가는 아이도 있고 가만히 걷지를 못하고 옆으로 게처럼 걷는 아이도 있다. 학교에 아이들이라고는 내가 데리고 급식실로 가는 아이들이 전부다. 교장선생님부터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급식실에서 우리를 알게 모르게 쳐다 보고 있다는 걸 안다. 뒷통수에도 눈이 안달려 있으면 학교에서 일을 못한다. 그리하여 눈으로는 앞줄부터 세줄 까지 식탁을 차지하고 밥을 먹고 있는 돌봄 교실 두 반의 아이들을 눈으로 통제하면서 입으로는.. 2020. 9. 20. 선생님 큰나래유치원 나왔어요? 11시까지 원격수업을 증맬증맬 열심히 지도하느라 열명도 안되는 애들땜에 바쁜 오전 시간을 보냈다. 2학년 국어 시간에 새 운동화를 신고 ( 술래잡기 )를 했다. 결국 답은 새 운동화를 신고 술래잡기를 했다. 이런거였는데 어떤 애가 새 운동화를 신고 난리를 쳤다. 이렇게, 그것도 큰 소리로 아 놔 또 뚜껑열려 오전의 에피소드는 이 뿐이 아니다. 1학년 국어 "돌잡이"를 읽고 학습꾸러미의 괄호에 답을 쓰는게 있었다. 아기의 첫번째 생일인 돌에는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돌잡이)도 합니다. 가 정답인데 기도를 열심히 하는 집안의 아이들인지, 1학년 두 명의 답은 바로 아기의 첫번째 생일인 돌에는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기)도 합니다. 아기의 첫번째 생일인 돌에는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 2020. 9. 11.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10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