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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남편의 미역국은 훌륭했다.

by 나경sam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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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집에서 흔히 해 먹는 음식 하나만 차려도 핸드폰부터 꺼내기 때문에

이제 남편은 먹기 전에 잠깐 기다려야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훌륭한 미역국은 사진을 찍지 않았다.

사진으로 찍기에도 아까운, 맛은 더 훌륭한 미역국이었기 때문에 사진이 필요없다.

 

내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커다란 곰솥에 하나 가득 끓여 놓고 공주로 갔다.

곰솥에 하나 가득이라, 누가 보면 애 낳은 산모가 일주일은 먹을 미역국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까지 가서

심지어 돈도 있었음에도 - 남편이 용돈을 몇 달동안 공주에 짱 박고서 모아서줬다.

남편이 준 오만원권 여러장이 봉투에 있었는데도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한 나라는 사람을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한 숨을 쉬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를 빙신이라 불러다오"

 

나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뭐를 샀냐하면? 이천 한우와 기장 미역과 계란을 샀다.

 

오메나! 세상에 아울렛가서 장 봐오는 너란 아줌마, 내 것은 못샀어도 대신 수민이 노페 롱 패딩을 사주고

자식의 좋아하는 모습이 대리만족이 되어 그걸로 되었다.

 

이천 한우 핏물을 한시간 공들여 빼고 기장 미역 팍팍 불려서

참기름, 마늘 국간장 넣고 들들 볶다가 물 팍 붓고 남편이 끓인 미역국

 

참치액젓으로 간을 했다지만 물의 양이나, 간이나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애를 셋 낳았어도 남편이 끓여 준 미역국은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곰솥에 한 솥 끓인 미역국은 버릴 것도 없이 싹싹 비웠다.

 

미역국이 너무 맛있었다고 했더니 그럼 블로그에 써 달라고

 

'남편의 미역국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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