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갑자기 가게 된 상가가 강릉
이제 우리 나이는 부모님들이 대부분 요양병원에 계시거나 돌아가셨거나, 아프시거나
우리 엄마처럼 팔팔하게 내가 늘 말하는 어른 ADHD 처럼 돌아다니는 분도 드물어졌다.
우리 시부모님만해도 팔십 넘으시면서부터는 더 확실히 노인이 되신것같다.
아는 언니 엄마가 돌아가셔서 강릉으로 가면서 일주일을 마감했다.
구미에서 휴가받아 온 막내를 데리고 버스타고 갔다가 다음 날 남편이 데리러 와줘서 강릉 투어 하고 수원행
강릉 중앙시장 감자바우에서 옹심이로 아침먹고
승범이는 강릉에 연주하러 올 때 마다 간다는 포남 사골 옹심이 집을 추천해줬지만 우리는 그냥 맑은 육수에 끓여진
옹심이로 아침
강원도에 왔으니 옹심이지 글쎄 나는 일부러 두 번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커피는 테라로사 커피공장에 가서 앉은뱅이 밀 바게트와 오 쇼콜라 빵 아메리카노로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중정에 앉아서 무려 웨이팅 25분만에 커피를 받아 셋이서 마치 우리는 자식이 한 명만 있는 양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셋을 함께 데리고 다닐 때는 재미는 있지만 한사람 말에 집중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한 놈만 데리고 다니니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수 있고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 꺼내가면서 사과도 하고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막내가 지금에야 어른스러운 아이로 컸지만 클 때는 한 성깔하는 떼쟁이였었다.
아침에도 학교까지 차로 안데려다주면 길에서 팔짝팔짝 뛰고 소리지르면서 우는 대범한 아이였다.
자기 물건 남한테 주는 것도 싫어했고, 몸이 피곤하면 짜증도 많이 내는 아이여서 하여간 이래저래 손이 마는 가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유일하게 남편이 브러쉬로 발바닥을 때린 적도 있었다.
서 너번은 때렸던 것 같다.
물론 많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수민이는 남편에게 발바닥을 맞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여행하면서 차안에서 갑자기
"아빠, 나 아빠한테 발바닥 맞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떼를 썼으면 아빠가 나를 때렸겠어"
그러는거다.
애가 셋이라도 승범이와 수민이는 거의 남편이 키웠고 은진이는 내가 키운것 같다.
승범이랑 수민이를 안아서 키우느라 남편 팔이 자유로울 때가 별로 없었다.
아빠랑 남다른 애착관계가 형성된 아이라서 아빠를 이해하는 것도 아빠에 대해서 마음을 쓰는 것도
다른 집 스무살 넘은 딸보다는 넘치는 아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니면 유치원 때 그랬던것 같은데 느닷없이 꺼낸 이야기에
남편이 사과를 했다.
그때 때려서 미안했다고 하자 아니라고 자기가 얼마나 떼를 썼으면 아빠같은 사람이 때렸겠냐며
어른스러운 말을 했다.
수민이는 진심으로 아빠를 이해한다는 말을 했고 테라로사로 가는 차 안에서 주문진으로 가는 차안에서
앞으로 자기는 어떻게 살거고 진로는 어떻게 할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한놈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여행이었다.
그리하여 집에 있던 두 놈이 마음에 걸린 나는 횡성에 들러 한우를 사고
손이 덜덜거려 한팩밖에 못 집어 왔지만, 사골 사다가 주말 내내 먹고 홍게 사다 홍게 라면도 끓여서
옥상 회식을 했다.
다섯명이 함께 먹는 저녁은 이제 저녁밥이 아니라 회식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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