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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미칠것같은 금요일

by 나경sam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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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던 원격수업을 월, 금만 하게 되었을 때

시집살이하다 분가한 것 처럼 마음이 그렇게 편안하더니

이것도 월요일은 월요일대로

금요일은 금요일대로의 원격수업 스트레스라는 게 있어서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그는 늘 지각을 한다.

9시가 되어도 오지 않는 그의 빈자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올까, 안 올까"

"오면 어떻게 대처를 하지, 이 시간까지 안오는데 설마 오겠어"

 

설마는 늘 사람을 잡는다.

뒷에 맨 형광색으로 빛나는 가방이 그의 머리통을 지나서까지 아우라를 뿜으며 후문 쪽으로부터 서서히

걸어오고 있다는 걸 교실 창문으로 보고야 말았으니

 

 

올게 오고야 말았구나

욕은 입과 찰떡궁합이고

복도는 뛰라고 있는 곳이지, 걸으라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고

친구는 욕하라고 있는 거지,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있는 게 아닌

공부는 하지 말라고 있는 것, 선생은 말 듣지 말라고 있는 사람

입을 열 때마다 미친년과 죽여와 씨발의 3종셋트가 입에서 방언처럼 튀어나오는 나의 무서운 1학년 남학생

 

그분이 아우라를 뿜뿜하면서 후문에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전투대세를 갖췄다.

 

오늘도 그러기만 해 봐

너죽고 나는 산다!!

 

드르륵

한 시간이나 늦었으면서도 조용히 들어오는 법이 없는, 자기 가방을 뒷자리에서부터 발로 차면서

옷은 벗어서 앞자리로 던지고 몸따로, 옷 따로, 가방 따로 걸어 들어오는 욕쟁이 자슥-.-

 

애들이 이제 익숙해져서 가방을 들어다 앞자리로 갖다 주려고 이미 몸을 구부린 아이가 있었다.

 

"가만히 둬, 던진 사람이 가지고 가야지. 그게 니 가방이야, 너 가방 잘 들고 자리에 가지고 가"

 

가방 던지기는 시작에 불과했고, 화장실 다녀온 다는 녀석은 화장실까지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갔다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길래

 

"다시 조용히 걸어서 갔다가 조용히 걸어서 돌아와"

시키면 또 하기는 한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가면 들킨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녀석은 이번에는 소리는 안 지르고

뛰기만 해서 다시 다녀왔다.

 

녀석 "안 뛰었는데요"

나 "뛰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다시 다녀와"

 

또 한 번 복도를 왕복하고 돌아온 녀석

 

녀석 "안 뛰었는데요"

나 "뛰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다시"

 

복도에 서서 지켜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지 라고 조용히 중얼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뒤돌아서 웃었다.

 

그 녀석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심장이 앞으로 튀어 나 올 것처럼 쿵쾅거렸기 때문이다.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다녀올 때 들킬까 봐 소리는 안 냈어도 뛰는 건 여전히 했다는 증거지 그게 바로!!

 

과학수사의 함정에 완벽하게 걸린 너란 녀석, 1학년은 1학년이구나^^;;

 

하지만, 금요일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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