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어른이 된 오늘의 나도 어려운 맞춤법이 있기는 하다.
되와 돼의 구분이 어렵고, 쌍자음의 발음이 어렵다.
"맑다" 를 발음할 때 어떻게해야 아이들 귀에 정확하게 들릴 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쓰는 글자와 소리나는 글자가 다르기 때문에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르쳐보면 가르쳐 볼수록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이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라 할 지라도 하에 리을 받침이라고 하면 "할" 이라고 바로 읽는 것을 보면
집현전 학자님들이 대단하시기는 하다.
세종대왕님의 곤룡포를 덮고 잠이 드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연발하시고 더욱 힘을 얻어 한글창제에
열을 올리신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나도 기초반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를 시킬 때 무작정 단어를 불러주기보다는 단어를
떠올릴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서 받아쓰기를 해야 겠다 생각하고
설명을 하면서 낱말을 불러줬다.
예를 들면
가을에 많이 피는 꽃인데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고요, 네글자입니다.
그럼 아이들이 코스모스라고 대답하고 코스모스를 쓰는 것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받아쓰기 낱말 중에 "안돼" 라는 낱말이 있었다.
설명을 어떻게 할 까 생각하다가
누군가가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할 때 두글자로 뭐라고 하면 될까요
물론 정답 "안돼"를 생각하고 만들어 낸 문제였으나
우리의 기초반에게는 허들이 높았다.
정답정답!! 다급하게 소리지르면서 1학년이 대답했다.
아-.- 아 -.-아 -.-
땡
아,만 빼면 두 글자는 맞으나 그렇다고 아저씨 발냄새를 받아쓰기로 냈겠냐
안돼 라는 말 대신 ㅆ ㅂ 을 택한 oo 이는 그날의 받아쓰기를 마지막으로 정읍으로 전학을 갔다.
무슨 이유에선지 가면서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고 갔다.
내가 사랑받을만큼 해준것 같지도 않은데 사랑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 oo이
마지막 받아쓰기의 추억이다.
OO이가 나중에 나처럼 잡다한 것들을 기억하는 어른이 된다면 한번은 웃을 일임에 틀림없는
입틀막 사건이 될 것이다.
마스크 속에서 나도 한참을 끅끅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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