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27 남도 어디까지 가봤니? 2 화엄사 입구 산채나물 정식 1인 16000원(비싸다는 느낌적인 느낌)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도착한 화엄사 입구 식당에서 첫 끼 내 블로그에 착실한 협조자인 남편은 사진을 찍으라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 댓가로 내가 준 건 밥 반공기 덜어주기 아프고 난 끝이라 양도 줄어서 슬픔이 몰려든다. 쌍산재 아메리카노(한잔 만원) 입장료대신 웰컴티로 판매하는 거라 비싸다는 생각보다 좋은 원두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쌍메리카노^^ 본인이 바리스타인줄 착각하고 사는 남편 입맛에는 별 다섯개중 한 개나 받았을까 하지만 며칠동안 아파서 단커(커피끊음)상태였던 나로서는 쓴 맛만 나도 좋았을 커피였다. 해남으로 간 이유는 셋째가 석달째 전지훈련중이라 보고 싶기도 했고 이 때 아니면 언제 우리가.. 2022. 3. 22. 남도, 어디까지 가 봤니? 1. 시작은 감기때문이었다. 징글징글 망할놈의 인생감기 3주를 기침,영,인후통 쓰리콤보로 아프고 나니 한 해가 아깝구나 몸이 괜찮아지면 남편이랑 여행을 가야겠구나! 금요일까지 진통제 한 알을 먹었지만 토요일 그냥 떠나기로 했다. 미루다 맘이 접어질까봐 남편과 나는 그냥 떠났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부부는 4시반에 눈을 떠 단촐한 가방 하나 만들어서 새벽에 화서동을 나섰다. 춘설이 내려 산이 하얗지만 봄은 봄이지 지리산 화엄사에 홍매화는 피었고 구례 들어서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산수유나무는 온 산에 단풍처럼 노랗게 물들어 산수유 시목지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오는 화엄사 경내를 우산들고 다니며 빗소리 듣고 꽃도 보고 날이 좋아야만 좋은게 아니다. 그냥 뭘 해도 좋은 날이 있다. 화엄사 뒷쪽에 숨겨진 암자 .. 2022. 3. 21. 봄이 오고 있나 봄 그냥 훅 지나갈 뻔했다. 아기 손처럼 꽁꽁 얼어있던 손바다 화단 척박했던 흙을 뚫고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아줌마, 안녕" 하는 얘길 못 들을뻔했다. 수선화가 꽃을 피울까 작년에 열심히 심고 가꾸던 화단에 올 해는 어떤 애들을 채워넣을까 옷장에 옷을 채워넣고 싶은 마음따윈 없어진지 오백 년 화단에 어떤 애들을 데리고 와야 될까 작년에 심었던 애들은 다시 잘 살겠지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봄이다. 국룰이란 바로 이런게 국룰이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 작년에 심어놨던 애들이 다시 인사를 하러 나오는 것 낡은 주택들로 둘러 쌓인 동네에 드디어 뒷집이 두 동을 부수고 빌라를 짓는다. 우리 바로 뒷 집이라 그동안 막히지 않아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주방 쪽 창문이 이젠 막힐 것이다. 아침부터 포크레인이 건.. 2022. 3. 17. 남편보다 조금 더 오래 살기로 했다. 남편보다 조금 더 오래 살기로 했다. 한 달전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무증상으로 감격스럽게 자나갔으나 독감같은 감기가 (절대 코로나 아니었음) 지난 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나를 진짜 미치게 하고 있다. 이틀 죽게 아프고 하루 살 만하다가 오일 소강상태로 그저 그렇게 가더니 목요일 저녁부터 오한에 두통에 고열에 내 손으로 119불러서 응급실 가고 싶은 상황 하지만 진통제로 버티고 세시간 간격으로 깨서 열 체크하고 38도 넘는 경이로운 숫자를 확인하고 또 해열제 먹고 백신 주사 3차까지 가는 동안 두 번 먹었던 진통제를 한 통 다 털어넣고 겨우 출근했다. 살이 내 살이 아니고 혀가 내 혀가 아니라서 배도 안고프고 맛도 안느껴져 누가봐도 코로나지만 미안하게도 자가진단키트 두 번 음성이라 꾸역꾸역은 딱 금요일 출.. 2022. 3. 14. 전쟁이 멈추기를, 산 불이 잡히기를,망할놈의 코로나가 꺼지기를 바람이 세게 불었다. 해남에서 아직도 전지훈련중인 셋째에게 거기는 괜찮냐고 물었더니 '엄마, 2레인에서 출발했는데 바람땜에 1레인으로 들어왔어' 바람에 밀려 자기 레인을 탈선했단다. 토요일은 바람이 불어서 추웠다. 그러니 산불이 잡힐리가 있을까 멀쩡한 것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자기 공간이 불에 타버렸을 때 얼마나 허무할까 감기 정도로 아프다고 콜록대는 것도 그분들에게 미안한 주말이다. 전쟁은 또 어떤가 지금같은 세상에 전쟁이 무슨 말인지 민간 오케스트라 단체 바이올린 단원이 자기 고국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단다. 바이올린활 대신 총 들고 싸우러 군악대 제대한 우리 아들도 입대했을때 우리가 집에서 악기를 가지고 부대로 가서 주고 왔었다. 목숨만큼, 총만큼 소중한게 군악대에게는 악기다. 그걸 내려놓고 싸우러.. 2022. 3. 6. 감기 뚝 영하 9도 쯤 아침 버스를 타러 나갈 때 국룰 양말 두 켤레 기모 스타킹 안에 스포츠 양말을 신고 그 위에 기모 스타킹을 신으면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우머억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켜라 빰빰빰빰 마징가 다리로 출근을 하다가 아침에 알았다. 봄이 오는 지 얆은 가디건 입고 코트만 입었는데도 춥지 않았으니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것이야말로 '국룰' 겨울이 다 지나간건 아니지만 생전가야 감기 한 번 안걸리던 내가 이번 겨울에는 코로나도 걸려봤고 독감도 걸려서 생고생 아니 개고생을 했으니 기억하겠어 2022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종일 감기로 몸 전체를 전세내주고 아프고났더니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감기로도 죽을수 있겠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이라는 증거로 나 다음에 승범이가 아프고 남편이 아프고 .. 2022. 3. 1. 아프니까 중년이다. 살면서 커피가 마시기 싫을 때가 세 번있었다. 지금까지.... 둘째가져서 입덧할 때,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꽉 채운 일박이일 금요일 저녁부터 아프기 시작한 몸은 38도를 넘는 열과 함께 근육통, 인후통이 함께 와서 자는것도 괴롭고, 눈 뜨고 있는 것은 더욱 괴로운 일박이일을 보냈다. 밥솥에서 쿠쿠가 내 뿜는 밥냄새가 구역질나고 일년에 요리라고는 할 일이 없는 남편이 어쩔수 없이 고기를 볶는 냄새가 속을 뒤집어 모두 나가서 먹고 오라고 하고 싶어도 소리지를 기운이 없었다. 이러다 나 죽나봐 코로나 진단 키트 결과 한 줄이었으니 분명 감기일텐데, 감기치고는 독감이다 싶을정도로 무지무지 쎈 놈이 쳐들어와서 널부러진 주말이었다. 물론 일도 많았다. 노가다 수준으로 교.. 2022. 2. 27. 엄마도 햄버거를 좋아한다. 내가 가끔 하는 효도템 중 하나는 엄마한테 햄버거 주문해드리기다. 배민에 엄마 집 주소 입력해놓고 두 달에 한 번 정도 롯데리아 한우불고기를 시켜드리면 "쓸데없는 돈을 썼다며 잔소리 애국가 4절처럼 깔리고 '맛있게 잘 먹었다'가 후렴처럼 한 줄 깔린다. 엄마들도 햄버거를 좋아하고 과자를 좋아하는 데 철이 금메달감으로 없었던 나는 울 엄마가 과자를 아주 싫어하는 줄 알았었다. '엄마는 과자 싫어한다' 우리 다섯이 무섭게 먹어대는 데 우리 엄마가 집어갈 새우깡 한 쪽이 있었을까 예의상 물어봤던 말에 엄마가 과자 싫어한다고 해서 중학생때부터 나는 엄마가 과자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GOD의 엄마들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고 우리 엄니는 과자가 싫다고 하셨다. 그걸로 끄읕. 나중에 알게 된거다. 엄마도 과자 좋아.. 2022. 2. 20.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0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