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26 "귤까는 소리하고 있네,쓰귤" 스무 살이었을 때 마흔 넘은 사람들은 다 노인들인 줄 알았다. 스물일곱에 결혼했을 때 우리 시어머니 환갑도 안되셨었다. 지금 내 나이에서 조금만 보태면 그때 어머니 나이가 되는데 스물일곱 새댁 눈에 우리 어머니는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그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와 같은 각이었다. 어머니 또래의 분들과 비교해서 어머니를 나이드신 분이라고 평가한 게 아니라 내 나이에서 생각했을 때 노인으로 보였을 뿐이니. 지금 내 나이에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하면 그때 어머니 나이가 나오는데 나도 이제 스물일곱짜리들이 보면 할머니 된 거다. 나이 들면 호호 할머니처럼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줄 알았다. 꺼져! 그런건 동화책이 만들어 낸 허구일 뿐이야 이런 할머니는 절대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동화와.. 2020. 5. 21. 군산행 5월 10일까지 EBS 공모 브런치 작가 "나도 작가다" 마무리를 해서 완결 지었다. 1편에서 11편까지 쓰고 났더니 혼자서 단편소설 쓴 것처럼 매우 피곤 모드다. 제주도에서는 하루하루 노는 것도 일이더니 집에서는 내 일들이 나를 반겨, 은진이는 관악구청 앞에 방 얻어서 분가시키고 이제 승범이랑 나, 둘만 남은 집 남편이 어서 빨리 공주에서 집으로 오든지 해야지 왔다 갔다 하는 남편도 못할 짓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내 생각 성격이 낙천적인 남편은 공주에서도 혼자 공주처럼 잘 살고 있다. 수원에 와서는 자기 집이니까 더 잘살고 돈 안 드는 멘트도 팍팍 날려주고 남편 "당신은 마스크 쓰고 다니면 안 되겠다" 나 "왜?" 남편 "당신처럼 예쁜 사람이 마스크 끼면 손해지! 얼굴을 가렸으니까" 나 -.-;;;.. 2020. 5. 11. 食母로 돌아 옴 스킨답서스가 아사 직전으로 늘어져 있고 칫솔걸이에 물때가 꼬질꼬질 끼어 있는 게 내가 없었던 집이 틀림없었다. 스킨답서스가 비록 사막을 건넌 것처럼 잎이 늘어져 있었지만 아예 죽은 건 아니라 물 한 바가지 시원하게 줬더니 다음 날 아침 다시 쌩쌩해졌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승범이한테 물 잘 주라고 일러놓고 갔는데 걔가 원래 그래" 칫솔걸이 물 때를 박박 닦고 청소를 하고 난 다음 제주도에서 사 온 전복을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집 밥 시작 전복죽 전복 미역국 전복 버터구이 오이무침 진미채 김치 모양 있게 차리지는 못했지만 저게 집밥 고선생 한 달만에 차린 집밥이다. 내가 밥 하나는 저엉말 열심히 차려주는 엄마 쥐 "새벽 한 시에 엄마 배고 파" "그래 알았어 잔소리 한마디 없이 금방 삼겹살 굽고 .. 2020. 5. 2. "집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여행 끝" 오늘 아침 렌터카를 빌리러 제주공항으로 넘어가는데 버스에 탄 제주도 아줌마 "주공 6단지 감쑤꽈" 투박한 제주도 사투리 귀에 쏙 박혔다. 잊고 있었네 저 사투리를 예전 우리 관사에서도 내 또래 아줌마 중에서 제주도가 원래 고향인 사람들은 저렇게 "꽈"를 붙였었다. "밥 먹었수꽈" 옆 동의 수빈이 네도 우리 집처럼 아이가 셋이었고 그 집 둘째와 우리 수민이가 동갑이어서 우리 수민이는 그 집에 가서도 잘 놀았었는데 수빈이 엄마가 오리지널 제주도 아줌마라서 사투리를 많이 썼었다. 우리 수민이가 아마 그 집에 가서 놀다가 제주도 사투리 "무사"를 배워 온 게 아닌가 지금에서야 추정이 된다. 수빈이 엄마가 나한테 하던 제주도 사투리는 다정하게 들렸었다. "무사 아침마다 이불을 넘수꽈" 수빈이 엄마랑 친하게 지냈기.. 2020. 4. 27. "안녕 서귀포 잘있어" 소피아 언니가 알려준 "서귀포를 아시나요" 함께 다니면 눈과 귀와 입의 수준이 높아지는 소피아 언니 제주도에서 어제 돌아갔다. 서귀포 한 달 살이가 권태기에 접어들 때 소피아 언니 부부를 만나 다시 여행 모드로 돌아가 그 집 렌터카로 반나절 돌아다니고 언니네가 묵었던 "헤이 서귀포"에서 아침 조식을 얻어먹고 언니네 호텔에서 서귀포 항을 바라보고 배철수 음악 캠프를 5초쯤 듣고 조미미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한 소절쯤 불러보고 웃었다. 처음에는 무슨 노랜지 모르겠더니 저 노래도 내 기억 어느 한 구석에는 남아 있는 노래다. 언니가 알려줘서 들어봤더니 저 노래 기억이 난다. 조미미의 저 얼굴 하며 저 노래도 유년의 내 기억의 한 자락이다. 내 고향이 만약 서귀포였더라면 나는 저 노래를 듣고 한 번은 울었을.. 2020. 4. 25. "누가 니 뒤에 개 풀어놨냐" 내 친구 희정이가 나한테 한 말이다. "왜 그렇게 극성맞게 살어? 누가 니 뒤에 개 풀어놨냐" 아 놔 진짜 이말듣고 정신없이 웃었다. 가죽공방 차려서 "강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내 친구 강희정이야 말로 나한테 그런 말 처지가 못되게 십오년쯤을 한결같이 손에서 바늘 놓지 않고 퀼트하고 인형 꼬매고 가방도 만들고 이제는 자기 이름으로 가죽가방까지 만들어서 주문제작하고 있는 주제에-.- 너야 말로 누가 뒤에서 개 풀었냐 이년아 스무살때 내 학번 873070과 희정이 학번 873069 앞 뒤 학번으로 만나 벌써 삼십 삼년째이니 이년 저년해도 하나도 맘상하지 않을 몇 되지 않을 사람중 하나다. 아니 희정이 말고는 이년저년 할 만한 친구도 없지 싶다. 희정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있냐" 나 "벌써 이십일 지났어.. 2020. 4. 22. "오 마이 소길리" 우리 가족에게 제주도는 "소길리" 제주도에 살았던게 아니고 "소길리"에 살았다는 표현이 맞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싸우는 소리 자전거 타던 소리 수민이 울음소리가 남아 있는 관사 전주에서 이사들어 오기 전 "라동"에 배정받았는데 월드컵 조로 비유하자면 "죽음의 조"에 해당되는 "동"이라는 남편의 말이 있었고 그것은 바로 "술"을 말하는 것이었으니 "라동"사는 직원들은 자체 회식이 따로 있어서 한달에 한 번 꼴로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저녁을 냈었다. 라동 101호 우리집도 저녁을 냈고 다음 달은 정민이네 또 그 다음달은 인애네 뭐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몽창 마시고 그러느라 "죽음의 조"였던 것 다른 동 아저씨들은 알아서 밖에서 마시고 들어왔고 자체 동 회식은 없었지만 우리 동 아저씨들은.. 2020. 4. 19. "섬 트래블러 우도" 나의 만능버스 201번 서귀포에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지루하게 달리는, 그래서 제주시까지 나가는데 무려 두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어차피 출근할 곳이 없으니 달리고 달리는 201번 버스가 좋다. 출근한 곳이 없어도 여전히 아침마다 울리는 일곱시 알람 은근히 원칙 고수자가 바로 나다. 201번 버스 짝궁은 202번 이 두 버스 한번 씩만 타면 반나절은 그냥 간다. 저 마법의 버스 201번 202번 버스만 타면 일단 삼십분은 자고 본다. 안잘래야 안 잘 수가 없는 마법의 침대버스다. 202번을 타면 서쪽으로 돌아 북쪽 제주로 가고 201번을 타면 동쪽으로 돌아 북쪽 제주로 간다. 이 두 버스를 타면 제주도가 얼마나 넓은 섬인지 알게 되는 깨달음의 버스 비양도 갈 때는 202번 버스를 탔고 우도에 가려면 201번.. 2020. 4. 16.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10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