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 카테고리/서귀포일기

"누가 니 뒤에 개 풀어놨냐"

by 나경sam 2020. 4. 22.
728x90
반응형

내 친구 희정이가 나한테 한 말이다.

"왜 그렇게 극성맞게 살어? 누가 니 뒤에 개 풀어놨냐"

아 놔 진짜 이말듣고 정신없이 웃었다.

 

가죽공방 차려서 "강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내 친구 강희정이야 말로 나한테 그런 말 처지가 못되게

십오년쯤을 한결같이 손에서 바늘 놓지 않고 퀼트하고 인형 꼬매고 가방도 만들고 이제는 자기 이름으로 가죽가방까지

만들어서 주문제작하고 있는 주제에-.- 너야 말로 누가 뒤에서 개 풀었냐 이년아

스무살때 내 학번 873070과 희정이 학번 873069 앞 뒤 학번으로 만나 벌써 삼십 삼년째이니 이년 저년해도 하나도

맘상하지 않을 몇 되지 않을 사람중 하나다.

아니 희정이 말고는 이년저년 할 만한 친구도 없지 싶다.

 

희정 "제주도에서 잘 지내고 있냐"

나  "벌써 이십일 지났어. 매일 열심히 걷고 여기서도 열심히 지내고 있지"

희정 "그래서 올라오면 뭐 할거야?"

나 "할 일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일 찾아서 또 노예처럼 일해야지"

희정 "야 누가 니 뒤에 개 풀어놨냐!! 왜 그렇게 극성맞게 살어(소리 꽥)"

 

 

누군가가 나한테

1. 너 제주도에 갔으니 하루에 5킬로쯤은 꼭 걸어라

2. 그리고 너 제주도에 가 있는 동안 쉬지말고 하루에 꼭 어디가 되었든 다녀!! 숙소에 있지 말고 안그러면 혼난다

아무도 그렇게 말 한 사람 없는데

오히려 남편은 나한테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 쉬고 싶음 쉬고 나가고 싶음 나가"라고 굉장히 편하게 지내다

오라고 아침 저녁으로 전화해서 말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여기까지 와서 열심히 사는가

남편이 한가지 나한테 재촉하는건 "블로그"는 언제 쓸거야 그거 한가지 밖에는 없다.

내 블로그의 골수 1인쯤 되는 남편은 말로 듣는 내 일상보다 글로 보는 내 일상을 더 좋아한다.

 

누가 내 뒤에 풀어 놓은 무서운 개 한마리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뛰어가는 사람모양 살았던게 틀림없었다.

 

서귀포 생활의 종점이 보이는 이 시점에서 어제부터는 열심히 노력해서 최대한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기가

남은 제주도 한달살기의 목표

 

그리하여 보목에 있는 "그대가 사는 세상"이라는 카페에 가서 두시간 동안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을

보고 싶은 챕터만 골라서 읽고 오후를 마무리

 

오후 여섯시만 되면 문을 닫는 카페에서 다섯시 오십분에 하루 마무리

도시의 카페라면 개가 웃을 일이지만 장전리 "바오밥"도 여섯시면 닫는다.

주인 말인즉 "장전리는 여섯시면 밖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바람이 운동기구를 날려 버릴 만큼 세게 불었다는 구미의 운동장에서 오늘따라 운동량이 벅찼던 우리 막내가

전화를 해서 울었다.

운동하는게 너무 힘들 때

기록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을 때

우리 막내는 늘 운다.

처음에는 참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울고 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울까 싶은데 오히려 울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속상한 마음 달래주려고 "소길리 관사 빨래줄"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지않아도 엄마 블로그 보고 자기 친구 유나한테

"유나야 나 어렸을 때 오줌 진짜 많이 쌌나봐" 했단다.

헐 그렇게 오줌을 싸놓고도 그걸 잊어버리다니 양심없는 막내같으니라구

 

사람은 누구나 뒤에서 쫓아오는 개 한마리 쯤 다 가지고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막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남편은 가장이라는 책임감

승범이는 취업

은진이는 부모에게 손벌림없이 자기가 스스로 살아가려는 마음가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목 줄 풀린 세파트 한 마리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처럼 열심히 달린 나에게 선물같은 메일 한 통

 

며칠 전 응모했던 "브런치작가"에 선정이 되어서 이제는 "블로그쓰는 여자"에서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뭐 물론 아직 글 발행전이긴 하지만^^

 

좀 위로가 되는 4월 22일 밤

남편이 "한빛회밴드"에 "승범이 엄마 브런치 작가 되었습니다.축하해주세요" 이게 뭐라고 이런 팔불출같은

한줄을 올리자 돈페페 홍래 사장

"축하합니다.그런디 브런치가 뭐여?" "글구 나도 브런치해~~"

 

 

 

 

 

 

 

 

 

 

'새 카테고리 > 서귀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여행 끝"  (0) 2020.04.27
"안녕 서귀포 잘있어"  (0) 2020.04.25
"오 마이 소길리"  (0) 2020.04.19
"섬 트래블러 우도"  (0) 2020.04.16
"섬 트래블러 비양도"  (0) 2020.04.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