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렌터카를 빌리러 제주공항으로 넘어가는데 버스에 탄 제주도 아줌마
"주공 6단지 감쑤꽈"
투박한 제주도 사투리 귀에 쏙 박혔다.
잊고 있었네 저 사투리를
예전 우리 관사에서도 내 또래 아줌마 중에서 제주도가 원래 고향인 사람들은 저렇게 "꽈"를 붙였었다.
"밥 먹었수꽈"
옆 동의 수빈이 네도 우리 집처럼 아이가 셋이었고 그 집 둘째와 우리 수민이가 동갑이어서 우리 수민이는 그 집에
가서도 잘 놀았었는데 수빈이 엄마가 오리지널 제주도 아줌마라서 사투리를 많이 썼었다.
우리 수민이가 아마 그 집에 가서 놀다가 제주도 사투리 "무사"를 배워 온 게 아닌가 지금에서야 추정이 된다.
수빈이 엄마가 나한테 하던 제주도 사투리는 다정하게 들렸었다.
"무사 아침마다 이불을 넘수꽈"
수빈이 엄마랑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큰 마음먹고 이불 커밍을 했다.
"수민이가 오줌 싸서 너는 거예요"
"내가 소문내믄 그 집 수민이 시집도 못 갈크라"
우리 집의 수상한 이불이 수빈이 엄마의 용의 선상에 올랐고 수빈이 엄마의 취조에 순순히 불고 수빈이 엄마가 그걸
수민이 시집갈 때까지 불지 않기로 소길리 빨래 줄 아래에서 맹세를 받았었다.
제주도에 와서 보고 싶었던 사람이 둘이었다.
연심이 언니랑 수빈이 엄마
연심이 언니는 오늘도 만나서 점심 먹고 헤어졌는데 수빈이 엄마는 만나지를 못했다.
연락처는 모르고 왔지만 남편을 통해서라면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냥 접었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두는 것도 때론 필요하니까
벌써 한 달이 다 갔다.
섭지코지를 마지막으로 서귀포로 넘어왔다.
제주도는 해가 질 무렵이 좋다.
다녀보면 다녀 볼 수록 제주도 땅 넓다는 게 실감이 난다.
섭지코지 갔다가 깜깜해져서 "김영갑 갤러리"는 패쓰하고 서귀포로 넘어 왔다.
중간에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가서 내비도 없었지만 서귀포라는 이정표만 보고 넘어오면 되니 불안할거 없다.
그동안 열심히 타고 다녔던 201번 버스 노선을 렌트카로 돌아 오는 것 뿐이니 해안선의 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서귀포로 넘어 오는 길도 4월 1일 숙소를 찾아서 버스를 타고 올 때 처럼 좋았다.
수학여행 온 게 아니니 여기저기 다 가지 못했다고 섭섭해 할 것도 없고
수빈이 엄마 못 만났다고 서운해 할 것도 없다.
부가킹즈의 "여행길"을 우도에서 큰소리로 들으면서 스마투포투를 타고 섬을 돌 때 행복했었고
조미미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들으면서 521번 버스에서 내려 깜깜한 숙소롤 돌아 올 때 덜 무서웠었다.
한달살기를 건강하게 마치고 내가 해주는 밥을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간다.
"서귀포 정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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