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능버스 201번
서귀포에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지루하게 달리는, 그래서 제주시까지 나가는데 무려 두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어차피 출근할 곳이 없으니 달리고 달리는 201번 버스가 좋다.
출근한 곳이 없어도 여전히 아침마다 울리는 일곱시 알람
은근히 원칙 고수자가 바로 나다.
201번 버스 짝궁은 202번 이 두 버스 한번 씩만 타면 반나절은 그냥 간다.
저 마법의 버스 201번 202번 버스만 타면 일단 삼십분은 자고 본다. 안잘래야 안 잘 수가 없는 마법의 침대버스다.
202번을 타면 서쪽으로 돌아 북쪽 제주로 가고 201번을 타면 동쪽으로 돌아 북쪽 제주로 간다.
이 두 버스를 타면 제주도가 얼마나 넓은 섬인지 알게 되는 깨달음의 버스
비양도 갈 때는 202번 버스를 탔고 우도에 가려면 201번 버스를 타야 된다
하루에 평균 5킬로 이상은 걷는 제주도 뚜벅이 생활
우도에 가서 사치 한 번 제대로 부려봤다.
2인용 소형차 스마트 포투
내 차를 따로 사 된다면 꼭 저 차로 사고 싶었었는데 우도에 와서 전기차 렌트하면서 포투를 만나게 되다니
제주도 부속 도서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 우도라서 차를 렌트하는게 훨씬 편하다
걸어서 섬 한퀴였던 가파도와 비양도는 잊어버려
드라이브에는 윤도현밴드가 제 격이쥬~크게 틀어놓고 섬 두 바퀴
중간 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 내려서 사진도 찍도 점심도 먹고 제주도 온 이후 돈을 가장 많이 쓴 "사치의 날"
"스마트포투"를 사고 싶다고 늘 말했었는데 우도에서라도 잠깐이지만 렌트해서 타 볼수 있어서 좋아 좋아
소형 전기차 중에서 다른 건 다 나가고 저 차만 남아 있다고 했을 때 내 마음은 바운스바운스
섬중에서 비양도가 시골 섬이었다면 우도는 강남쯤 될라나
규모도 크고 개발이 많이 되어 있어서 우도가 이렇게 넓은 섬이었나 운전하고 돌면서 깨달음
섬의 규모가 크다보니 해안가의 선도 비양도와 가파도하고는 비교불가
날씨도 좋아서 물질하는 해녀 할머니들도 바닷가에 많이 계시고 작업하고 나와서 수확물을 가지고 할머니용 유모차를
밀고 가시는 분들오 오늘은 많이 계셨다.
해녀분들 작업하시는 바닷가에 할머니용 보행기가 여러대가 주차되어져 있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바닷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거다.
물질하는 해녀분들을 서귀포 해안가를 지나가다가도 봤고 비양도에서도 봤었지만 우도에서 오늘 가장 많이 봤다.
열심히 바다에서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사는 분들을 보니 우도에 와서 윤도현밴드 노래 크게 틀어놓고 섬 일주를
하고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정신나간 아줌마 아닌가 싶었다.
애들도 다 팽개쳐두고 뭐 해먹고 사는지도 모르면서 자기만 좋겠다고 집을 나와 있다니 -.-
교토서 지냈던 일년 동안은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생각이 제주도 한달 동안은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부쩍 드는게 에잇 진짜 -.- 괜차나 괜차나 그냥 지금을 즐겨
돌아가면 또 고생하고 살거야
우도에서 세시간 즐겁게 드라이브하고 다시 마법의 침대버스 201번을 타고 두시간 가까이 걸려 서귀포
어김없이 버스에서 심하고 머리를 떨어뜨리고 자다가 서귀포 가까이 오면 자동으로 몸이 알아차린다.
별일 없으면 하루에 한 번씩 꼭 들르는 서귀포 하나로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까지 바닷가를
보면서 음악들으면서 걷는 여섯시에서 일곱시 사이
내 갬성의 취향저격 시간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서귀포에서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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