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언니가 알려준 "서귀포를 아시나요"
함께 다니면 눈과 귀와 입의 수준이 높아지는 소피아 언니
제주도에서 어제 돌아갔다.
서귀포 한 달 살이가 권태기에 접어들 때 소피아 언니 부부를 만나 다시 여행 모드로 돌아가 그 집 렌터카로 반나절
돌아다니고 언니네가 묵었던 "헤이 서귀포"에서 아침 조식을 얻어먹고 언니네 호텔에서 서귀포 항을 바라보고
배철수 음악 캠프를 5초쯤 듣고 조미미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를 한 소절쯤 불러보고 웃었다.
처음에는 무슨 노랜지 모르겠더니 저 노래도 내 기억 어느 한 구석에는 남아 있는 노래다.
언니가 알려줘서 들어봤더니 저 노래 기억이 난다.
조미미의 저 얼굴 하며 저 노래도 유년의 내 기억의 한 자락이다.
내 고향이 만약 서귀포였더라면 나는 저 노래를 듣고 한 번은 울었을 것 같다.
"밀감 향기 풍경 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 칠백 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 시이나요"
소피아 언니 덕분에 "헤이 서귀포"의 조식을 먹고 그동안 부실했던 나의 아침을 보상받았다.
은진이가 실기 시험을 보러 다닐 때 우리는 너무 이른 시간에 있는 대학교 실기 시험 시간 때문에 시험 치는
학교 근처 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시험을 보러 갔었다.
항상 잘 웃고 목소리도 커서 남들은 은진이를 씩씩하기만 한 아이인 줄 아는데 사실은 굉장히 예민한 아이이다.
실기시험 날 아침이면 호텔 조식이 뭐가 있어도 한 숟갈도 못 먹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랬었다.
십오 개월 차이인 수민이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은진이는 한 손에 자기 동생을 꼭 붙들고 다녔다.
어느 집에 놀러를 가도 꼭 둘이 함께 갔다가 돌아 올 때는 따로따로였다.
씨워서가 아니라 은진이는 삼십분 쯤 지나면 바람소리 쌩나게 돌아서서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왔고 수민이는 그 집에 빚 받을 게 있는 것 처럼 눌러 앉아 있었다.
한 번은 수민이랑 함께 놀러 갔었던 옆 집 진수네서 진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 돌아 온 적도 있었다.
바로 옆집이라 나 없이 둘이만 보냈다가 그 사단이 난거다.
은진이랑 동갑,다섯살이었어도 순하기가 우리 승범이 같았던 진수 얼굴을 은진이가 완전히 긁어 놔버렸었다.
내가 자식 일에 처음으로 "합의금 봉투"를 들고 머리 숙여 내밀었던 최초의 사건이다.
진수만큼 순했던 진수엄마는 "언니 애들 일에 무슨 정말 괜찮아요"하면서 절대로 받지 않았었지만
한참 동안 피부과에 다녔던 진수는 은진이랑 다음에는 놀지 않았다.
은진이도 진수 폭행 사건 다음에는 두부먹고 새 사람이 되었다. 절대로 폭행에 가담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인생 참 공평한게 바로 뒤 은진이가 드디어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미술학원에서 어떤 아이가 은진이 눈 밑을 확 긁어놔서 눈 밑에 가는 선처럼 흉이 졌었다. 그래도 은진이가 맞받아쳐서 그 아이 얼굴을 긁어 놓지 않은건
진수 사건이 준 교훈이 있어서일거다. 안그랬음 지금 쯤 전주에 얼굴에 손톱 자국이 가득 찬 스물 세살 짜리가 최소한 둘은 있었을테니-.-
속에서 욱하고 올라오는게 있었지만 은진이가 긁어놓은 진수 얼굴은 구속감쯤 된다면 눈 밑 한 줄은 집행유예여서
내가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걱정하는 선생님한테" 애들이 놀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그렇게 넘어 갔다.
이후로도 진수 집에 아무 전과가 없던 수민이는 진수네 가서도 잘 놀았고 건너 건너 옆집이었던 혜경이네 가서도
놀만큼 놀다가 혜경이네 엄마 손 잡고 다시 돌아왔었다.
그때 혜경이 엄마가 그랬었다.
"함께 놀다가도 은진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가버리는데 수민이는 잘 놀아요"
복도식 24평이라 방이 두 개 밖에 없던 작은 아파트에서 시어머니 시아버지 모시고 살 던 혜경이네 집에서 혜경이가
자기 동갑도 아니고 수민이 동갑이었으니 은진이가 뭔 재미가 있었겠나 싶기도 하다.
수민이가 남의 집 그때 단골집이 세 집이었다.
우리랑 같은 일층 진수네 혜경이네 승범이 친구였던 2층 승기네
어디든 은진이는 수민이랑 함께 나갔다가 먼저 은진이 돌아오면 수민이는 나중에 혜경이 엄마 손 잡고도 왔다가
승기엄마 손잡고 오기도 했다.
은진이는 우리집에서 놀다가도 수틀리면 어느새 집을 나가 전주살때 내가 남편 직장으로 전화를 해서
"은진이 없어졌어" 사색이 되어서 전화를 한 적도 여러번이다.
아이 동선이라는 게 빤해서 오빠가 다니는 아중 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가다가 다행이 승기 엄마 눈에 보여서
집나간 다섯살짜리 현행범으로 체포돼서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
그러다가도 수민이 손을 꼭 잡고 (네살짜리 동생의 보호자라고 다섯살은 생각했다) 다른 한 손에는 모래놀이 소꿉가방을
들고 집 앞 놀이터에 가서 놀다가 오백원을 주워서 미끄럼틀 아래에 모래놀이 삽으로 모래를 파고 묻어 놓고 돌아와서
저녁에 자기 아빠 데리고 가서 다시 파 온 적도 있었다.
하도 기가 막혀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돈 주웠다고 하면 언니들이 뺏어갈까봐 그랬다고 했다.
은진이가 결혼할 때 애착베개였던 파란베개하고 오백원하고 줄 생각이다.잘 살라고
어제 생일이었는데 미역국도 못끓여줬어도 공주에서 올라 간 남편이 진간장 넣느냐 소금넣는거냐 물어 본 다음에 끓여준 미역국이 맛은 있었다고,물론 은진이 말이 아니고 남편이 맛있다고 자기가 말했다.
유은진 기다려!! 엄마가 올라가면 전복넣고 미역국 2차로 끓여 줄거야
입 짧은 우리 승범이 뭐 먹고 버텼을지
한 달이 다 갔다.
한 달 쯤 되니 현지인 모드로 돼서 "주말에는 관광 쉽니다"
월요일에 렌트카 빌려서 신나게 하루 놀고 주말에는 쉬는 걸로!! 한 달을 쉬지 않고 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서귀포 스타벅스 없었음 나 어쩔뻔 했슈
교토에서도 헤이안진구 앞 스타벅스 없었더라면 교토 생활이 참 험난했을거다.
하루 종일 있어도 편했던 내 전용자리
4월에 일본갔을 때는 커피값도 아까워서 커피 안 사고도 눌러 앉아서 공부하다 온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국제적인 진상짓이었으니 후회스럽지만 이후로는 1일 2메뉴도 했으니 그걸로 퉁쳐-.-
여태껏 봐왔던 스타벅스 매니저중에서 가장 예뻤던 헤이안 진구 앞 스타벅스 매니저도 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서귀포 항구
가까이에서 보면 저렇게 예쁘지가 않다.버스를 탔다면 샛기정공원 정류장에서 내려서 봐야 저 각도로 볼 수 있고
나는 소피아 언니네 호텔 "헤이 서귀포"5층에서 봐서 좋아하는 각도에서 서귀포 항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볼 때 더 아름다운 서귀포
"서귀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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