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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서귀포일기

"섬 트래블러 비양도"

by 나경sam 202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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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에 이어 오늘은 비양도 투어

압정처럼 박아놓은 섬위에 빼곡이 드러찬 청보리밭 가파도에 비하면 비양도는 참 그저 그런 작은 섬

한 바퀴 다 도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가파도만큼 미니 섬이었다.

한림항에서 보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까운 섬이라 배를 타고 15분이면 닿는다.

아주 옛날에는 제주 본토와 맞닿아 있었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섬으로 분리가 되었다나 그런다.

한림 항에서 배를 타기 전 "금능해수욕장" 모래가 희고 예쁜 해수욕장이 있다.

제주도로 처음 이사가서는 곽지해수욕장만 열심히 다니다가 얼마쯤 지나서는 협재 해수욕장으로

본거지를 옮겨서 놀다가 그것도 지루해졌을 때 금능해수욕장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바다가 해수욕장이 다 거기서 거길일것 같아도 조금씩 다른 뭐 그런 게 있었다.

금능해수욕장이라고해서 우리 가족이 충성하고 다녔던 건 아니고 막판에는 우리 앞집 살 던 상준이 아빠가

알려준 "한담해수욕장"에 다녔다.

그때만 해도 "한담해수욕장"은 제주도 도민만 다니던 그래서 육지 사람들한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조그맣고 예쁜

해수욕장이었었다.

우리 가족의 해수욕장 역사는 곽지에서 시작해서 한담으로 끝났다.

한담에 가서는 물놀이보다는 제주도 해안가에 살고 있는 새까만 작은 게를 잡기도 하고 보말을 따기도 했었다.

보말을 땄어도 애들 장난만큼이라 요리를 해 먹지도 못했고 집에서 키우겠다고 게를 잡아서 가져와서는 결국 게들이

거품물고 죽어서 관사 앞 마당에 버리곤 했었다.

 

어디에 이사를 가서도 제주도 만큼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논 적이 없었다.

이사갔을 때 네 살 밖에 되지 않았던 수민이는 다른 집에서 놀다가 제주도 말을 가장 먼저 배워와서

우리 가족들에게 "무사"라는 제주도 사투리를 써서 우리 모두를 웃겨 주었었다.

붙임성이 좋았는지 관사 남의 집 어디라도 가서 자기 한 끼 끼니는 때우고 왔던 네살짜리가 그 전에는 못들어봤던

제주도 사투리 "무사"라는 말을 듣고 신기해서 외워왔던 것이다.

나중에 즈이 언니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치원에서 듣고 오는 제주도 사투리를 본격적으로

구사하면서 은진이랑 수민이 둘이서 하는 대화는 완전히 제주도 아이들처럼 사투리로 둘이서 이야기 하는 걸

들은 적도 있어서 나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였는데 춘천에 이사와서 곧 쓰지 않고 적당한 말투로 다시 돌아왔었다.

대구에서 유치원 다닐 때 승범이가 밖에서는 대구 사투리를 쓰면서 "그랬노 저랬노"하면서 놀다가도 집에만 들어오면

그냥 우리들이 쓰는 말을 썼었는데 애들이 밖에서 사투리 썼던것도 나름대로 자기들 사는 방편이었지 싶다.

 

다시 와서 느릿느릿 다녀봐도 제주도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지 싶다.

 

아침에 준비하고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나가는 버스 한 번 타고 나가면 도착까지 두시간이 넘게 걸린다.

제주도가 이렇게 넓었던 곳이라는걸 새삼 알게 된다.

지금있는 서귀포 보목에서 제주시까지 한 번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면 하루가 금방 가는데

그래도 이게 덜 피곤하다고 느끼는건 지하철타고 서서 다녀 오는게 아니라서 그나마 덜 피곤한것 같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지하철에서 서서 갔다 오는 거라면 굉장히 피곤한 일일 터

버스에 앉아서 졸다가 눈떠보면 해안 일주도로도 보이고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이 중간에 떡하고 보이니

시간은 많이 걸려도 피곤함이 덜하다.

 

어제는 눈이 와서 한라산 윗 봉우리가 새하얗다.

 

4월에 눈을 보는 것도 분에 넘치는 호사지싶다.

 

 

제주도 살 때는 언제든 다시 가 볼 수 있을 줄 알고 우도하고 마라도만 가보고 나머지 섬은 못가봤었다.

그때는 언제나 그 섬이 거기에 있는 한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가볼줄 알고 안갔지만

다시 마음먹고 가보기란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던것같다.

우도에 간 것도 딱히 우리 가족끼리 가려고 해서 간 것도 아니었고 막내여동생이 친구랑 놀러 와서

걔네들 데리고 갔던 거고 마라도도 엄마 모시고 가느라 갔던 거라 승범이랑 남편은 빼놓고 나하고 엄마랑 은진이 수민이만 데리고 다녀온 섬이었다.

 

"그 섬은 언제나 그 곳에 있다" 다만 사람이 없을 뿐이고

 

교토에서 지낼 때는 혼자 지냈어도 하루 하루 분명한 목적이 있는 생활이었으니 힘들어도 힘들게 없었지만

이렇게 목적없이 하루하루 빈둥거리듯이 지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렇게 지내려고 계획한 한 달이었으니

소중한 시간 계획한 대로 빈둥거리면서 보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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