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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서귀포일기

"가파도 청보리밭"

by 나경sam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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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청보리밭

바람이 세게 불어 보리 밭 옆을 지나갈 때 솨아 솨아 소리가 났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실기시험 지정곡으로 "보리밭"을 불렀어야 했는데 우리반 영신이가 발음이 좋지 않아

"보리이 바압 사아잇길로" 라고 불러서 승질 드러운 음악 선생님이 점수를 아주 형편없게 줘서 영신이는 울었었고

우리는 영신이가 노래 부를 때 보리밥이라고 할 때 큭큭대고 웃었던 "보리밭"이다.

 

우리나라 섬 중에서 표고가 가장 낮은 섬이 가파도라고 한다.

바다에 압정처럼 박혀 있는 섬이라는 비유를 보고 정말 딱 들어맞는 비유라고 생각했었다.

 

제주도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유채꽃밭도 갈아 버린다는데 그래도 어딜가나 유채꽃도 보이고

버스를 타고 가다 만나는 해안도로도 멋있고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긴하다.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로 딱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지금있는 서귀포 보목에서 모슬포 운진항까지

중간 환승까지 거쳐서 두시간쯤 갔다.

성질 급한 사람은 한달살기 하면서 차 살지도 모르지만 하루에 정해진 일이 없으니 시간들여서 어디 다녀 오는 것도

딱 이때아니면 못해 볼 일일지도 모른다.

제주도 전체가 올레길로 지정이 되어있어 가파도도 올레길 10-1 코스다.

아마 제주도 올레길중 가장 짧은 코스가 아닐까 싶다.

올레길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닌게 한코스 구간이 10킬로가 넘으니 한구간 완주하는 것도

독한 마음먹기 전에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가파도에 12시 배로 들어가서 나오는 배시간은 3시 20분이라 올레길 중에서 유일하게 완주한 길이 가파도 10-1길이다.

혼자 온 사람은 드문 듯 - 나 혼자 보리밭도 보고 쉬고 싶은 곳에서 쉬고 걷고 싶으면 걷고 나는 자유다.

열흘이 지나니 이제 시간도 저절로 흐르는 듯

 

제주도가 이렇게 넓은 섬인줄 있어 보면 있어 볼 수록 알게 된다.

아주 옛날에 제주도 살 던 사람이 이사나갈 때 배타고 나가면서 자기가 살았던 곳이 비로소 섬이었던 줄 알게 된다고

했다던데 딱 그말이 맞는 말이다 싶다.

 

10일이 월급날이었던 생협에서 20일 일했던 급여가 통장에 들어왔다.

20일 일 한 급여가 통장에 들어오니 그또한 반가운 일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지 못 해 막판에 안달했던 생각하면 웃긴 일이긴 하지만

돈이라는 게 그런 기분도 다 보상해주니 어쩔껴

그러니 여기 와서도 돌아가면 또 뭐를 해서 살아야 되나 걱정하고 있지-.-

이런 걱정은 이제 내가 하지 않고 우리집 장남 유승범씨가 하면 좋으련만 하고 있는지 안하는지

아들이지만 속을 모르겠고

나는 아직도 일 할 걱정을 하고 산다.

 

가파도 한 곳 다녀오니 세상 일 다한 것 처럼 피곤해도 저녁에 편한 잠 못 자는 걸 보면

여기가 우리집 아닌 거 확실하고 내가 갱년기인거는 더 확실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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