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3월에 만났던 아이들
이제는 아줌마는 당연한거고, 그래도 저 중에는 아직 할머니 된 애는 없으니
그게 다행인건가, 안다행인건가
안싸우면 다행이라더니
네 명의 조합에서도 학교 다닐 때는 말 한마디 진심으로 나눠 본 적 없는 낯선 애도 있지만
나이들어 만나니
이년이 이년이고 그년이 그년이고
배운년이나 안배운년이나
공부 잘했던 년이나, 안그랬던 년이나
모두 같아졌다.
넷중에 둘은 4학년 때 공대랑 함께 갔던 졸업여행에서 커플이 돼, 결혼을 했다.
우리 과 남학생들 버려두고 다른 과 남자애들이랑 쪼인해서 갔던 졸업여행이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안하다.
몇 남지 않았던 우리과 남자애들이랑 갔어야, 그게 진짜 졸업여행인데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생각했는데 나이들어 보니 틀린 것 같다.
학번이 앞 뒤로 붙어 있어서 강제로 친하게 됐지만
언제나 나를 써포트해주고 도와주던 희정이는 대학교 4년 내내 자기가 공부해 온 걸 나한테 보여주느라
짜증났을것이다.
희정이한테 미안하고 고맙고
지금은 공방의 선생이 되어 가죽과 한 판 붙느라 곱던 손이 내가 알던 희정이 손이 아니었다.
한 명은 권사님에
한 명은 집사님에
또 한 명은 3대가 믿던 기독교 집안의 4대째 후손에 아버지가 장로시지만
자발적으로 4대이기를 끊어 낸 말아먹은 4대째 후손도 있고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니 ㅎㅈ이가 자기 발로 교회를 갈 수도 있고 그건 모르지만)
하나는 천주교 신자인 나까지
놀고 먹느라 바쁘던 스무살짜리들이 애들 키우느라 눈물 콧물 다 쏟고 한숨돌리는 나이가 돼서
수원에서 만나 점심 먹고 행궁을 걷고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옆에 앉아 있던 이제는 우리 딸들보다 어린
고등학생 여자애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눈부시게 푸르던
청춘은 갔지만
늙은 것들이 만나도 입은 살아 있어서 네 시간 다섯시간이 지루하질 않으니
친구가 맞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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