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 미리 계획되어 있는여행을 가는 것 처럼 집을 나왔지만
목적지만 정해져 있었고, 준비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럼 어때
작년에 심어뒀던 매리골드에 꽃대가 올라오더니 피어버렸는 걸
집을 나올 때 언제가부터 작은 화단에 피어 있는꽃들에게 인사하고 나온다.
내게는 얘네들이 반려식물인 셈
남들은 개와 강아지에 하는 걸 나는 식물에게
어서 와 담양은 처음이지? 그래 처음이다
광주송정역까지 기차타고 다시 시내버스 타고 광주터미널까지 거기서 담양가는 시내버스타고
기차 안에서 담양에 있는 호텔 아고다로 예약
집의 현관 문을 열기가가장 어렵고 무거운 문이지 집을 나서고 난 다음의 문들은 금방 열어버리는게
나의 장점이자, 앞 뒤 안가리는 직진 본능이다.
담양가는 311-3번 기사 아저씨는 세상에 불만이 넘흐 많으신지
말 투가 전투적이다못해, 한 판 붙자 세상아 덤벼
그렇지만 아저씨를 이해하기로 했다.
듣고보니 틀린 말이 아니니, 어쩌것어 말투는 거칠어도 듣고보니 다 옳은 말인데
할매들이 하차 벨 누르고 버스가 서기도 전에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저씨가 버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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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징허네.버스가 스믄 일어나라고요. 그러다 넘어즈믄 기사 탓 할라고 그라요 징허네 참말로:
나도 아침부터 저녁 열시까지 살라고 이라고 일하는디 쪼가 협조 좀 허십시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할매들한테 앉으라고 해도 나는 안들린다. 너는 떠들어라
시트콤같은 기사아저씨와 할매들의 갑, 분 싸
나만 쫄아갖고 담양에서 내렸다.
아저씨가 나한테도 "여그서 안 내려요. 여그가 거기요"
암호같은 말이지만, 나도 다 알아들어, 얼른 내렸다.
마치 사나운 개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버스에 탄 것 같았어도 "협조"라는 단어가 주는 아저씨의 주장에 마음이 흔들
용서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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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호텔 체크 인 후 관방제림 자전거 드라이브-메타세콰이어 길도 함께 달려버려
국민학교 때 배워 둔 자전거 면허 이렇게 평생을 안전운전으로 써 먹다니
그때 자전거 가르쳐준 재영이 오빠 지금은 세천 교무님 쌩유
호텔에서 세시간에 오천원인 자전거를 빌려서 두 시간 넘게 담양을 타고 다녔더니
편지배달도 하라면 할 것 같은 기분은 뻥이 아니고 진짜여
혼자서 옥빈관 가서 떡갈비 정식 먹고, 혼자서 자전거 두 시간 넘게 타고 호텔로 돌아가서 1박
담양 2일차 죽녹원
9시에 문여는 죽녹원에 1빠로 입장- 진상이다.
집안에 대나무를 키우면 구들장도 뚫고 올라온다는 어떤 아저씨의 말을 줏어듣고 감탄을 했다.
대나무가 그런거구나, 나무는 나이테를 만드느라 자라는 속도가 더디지만 대나무는 속이 텅 비어 있어서 위로 쭉쭉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풀보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그래도 자라나는 것들은 허물을 벗는 법
죽순에서 대나무로 자라느라 몸살을 하고 허물을 벗는 어린 대나무를 보는 것도 죽녹원 대숲에서 처음이다.
대나무 도시라서 댓잎이 붙은게 대세라 댓잎 아이스크림 사먹고 대나무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족욕도 하고 담양 청자 다방에 들러서 아메리카노 한 잔도 마셔주고
광주 송정에서 다시 익산으로 와서 남편 만나 공주 1박
일년도 넘게 안아본 공주 관사는 거실에 길게 빨래줄이 쳐 있는 것 말고는 달라진것도 없이 그대론줄 알았는데
아침에 밥을 하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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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이 썩어 있었다.
밥솥의 내솥만 씻을 줄 아는 사람이라, 밥솥의 뚜껑 안에 있는 판이나 뒷 면의 물받이는 한 번도 씻은 적이 없었던 것
내 입으로 차마 그 상태를 말 할 수가 없다.
그런 밥솥에 밥을 해먹고 살았으면서도, 집에 와서는 언제나 자기는 저녁밥이 가장 맛있다며, 두 그릇씩
먹는다고 했으니 비결은 밥솥에 있었구나
공주님들의 특징은 시키는 것만 잘한다는 점!!
우리 남편 정말 공주 맞다.
금요일 함께 집으로
담양-공주-수원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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