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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광교산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음.

by 나경sam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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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이번 주까지 세 번. 두 번은 광교산 헬기장까지 이번 주에는 통신대 헬기장까지 올라갔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남편이랑 둘이서, 이 무슨 어이없음인가했지만 우리 부부는 진짜로 길을 잃어서 수원에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은 길도 없었던 의왕 왕곡동 이상한 동네로 내려와서 결국 버스타고 차를 둔 곳까지 돌아왔다.

 

간첩 루트같았던 광교산 하산길, 1970년대였더라면 우리 부부는 간첩으로 조사받았을게 틀림없었을 광교산 하산길. 그렇지만 길없음이 분명한 하산길에서도 남편이 있으니 길이 만들어지더라.

아마 우리 부부도 그렇게 살아왔음이 분명하다.

 

이때만 해도 좋았다. 통신대 헬기장에서, 아침에 만든 김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쵸코렛도 먹고 사진 찍어서 아이들한테 보내면서 웃을 때가 좋았지. 바로 다음에 길을 잃을 줄 몰랐네.

통신대 헬기장

 

이 길이 맞나 안 맞나, 아까 본 것도 같은데 맞을거야. 그러면서 길이 아닌 곳으로 쭉쭉 내려와 결국 다른 도시로 하산했다. 

길이 없어서 낙엽 더미로 발이 푹푹 빠지면서 사람이 없는 비탈길을 구르다시피 둘이 내려 오다 위치 확인을 해 보니

의왕시 왕곡동.

산이라는게 한끗만 어긋나도 그렇게 어이없게 길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세 번째 광교산 등산길에 알게 되었다.


 

제대로 된 하산길에서 우리 부부는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는데 계속 그 길로 내려 오다보니 원래의 하산 길과 자꾸만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하나도 무섭지 않고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남편이 있어서였다. 

내 앞에 남편이 있어서 저게 길이겠지하고 함께 내려온거고 남편도 내가 있었으니 이게 길 맞나보다 하고 내려온것이지

둘 다 뭘 알고 그 길로 내려온게아니다.

 

혼자라면 못 할 일을 그렇게 살아온것같았다.


 

 

화단에 태양광 장식을 해 놓고 반짝거리는 밤 화단을 보는 일이 즐겁다. 봄이 되면 뭘 심고 가꾸겠지만 아직은 봄이 아니니

반짝이로 화단을 채웠다. 주말에는 치킨에 카스 한 잔 마시고 무사히 잘 보낸 일주일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어디서나 길을 잃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길을 잃어도 남편이 앞에 있으면 그게 또 길이 되는 그런 부부로 살고 싶지만

하지만 어디서 길이 잘 못되었는지 다음 주 점검하러 또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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