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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주일

by 나경sam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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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남편 친구 부인 상으로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나랑 같은 나이, 아침에 일찍 카톡으로 뜬 부고를 보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고, 일주일 전에 보고 온 사람인데 '본인상' 부고가 뜨다니.

세상에는 그렇게 말도 아닌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영정 사진이 올라오지 않은 부고는 특히나 감이 오지 않는다. 급작스레 돌아가시니 가족들도 준비를 못 해서 오후 늦게 올라 온 영정 사진을 보면서 '맞구나'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겼을 때는 그 일이 아무리 슬픈 일이라고 해도 슬픔보다 앞서는 감정들이 있었다.

차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교차로처럼 감정의 교통정리가 안되지만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영정 사진 속의 그녀를 확인한 후 울어서 눈이 부어 있는 그녀의 딸들을 보자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나는 손이 후덜덜거려 국화꽃을 어디에 놓아야 될 지 갈팡질팡했으니 정말 그녀는 죽었다.


조문객들이 있으니 믿고 싶지 않아도 현실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내 남편에게 '부럽다'고 했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각시 죽으니 눈물이 나더라면서 일주일 전에 봤을 때보다 퀭해진 얼굴로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 그 부부는 우리 부부 맞은편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손녀의 동영상을 보면서 웃었다.

머리를 깎아놔서 남자 아인지 여자 아인지 구분이 안되는 손녀였지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영상속의 손녀를 쳐다보면서 둘이 웃길래 나도 좀 봤는데 나한테는 하나도 공감이 안되는 아기 동영상일뿐이라 건성으로 웃어줬는데 좀 미안한 일이 됐다.

 

모임에서 함께 가기로 한 조문에 우리 부부만 미리 다녀 오게 되어 발인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4년 전, 병욱이 엄마 발인까지 따라가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것 같은 경험을 한 뒤로 가족이 아니면 발인까지 따라 가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녀를 위해서 교중 미사 중에 기도하고 묵주기도를 묵상했다. 

 

슬픈 일은 그렇게 어이없게 생기기도 한다. 그녀가 없어도 해는 뜨고 나는 오늘 출근했으며 우리 아들은 심지어 오늘이 생일이기도 하다.

지구가 돌고 있는 동안은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살아 갈 테지만 기억나는대로 짬짬이 그녀를 위한 기도 바치기. 아프신 교황님을 위해서도 기도 하기. 이번 주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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