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에 둘이 탁구치러 가면서 쌓인 눈을 보면서 웃을 때가 좋았다.
저거 봐, 완전히 수북히 쌓여있네. 30센치 40센치 둘이 깔깔대며 탁구치고 왔던 저녁이 우리 부부에게는 봄 날이었습니다.
눈의 경고를 무시한 댓가!!를 무섭게 경험했습니다요.-.- 나, 울 뻔 했잖아.
새벽에 서울 연주가야 되는 딸을 차 타야 되는 곳 까지 데려다 주러 나간 남편이 골목에서 차 바퀴가 헛 돌아 딸이랑 고생하다 결국 딸 애는 피난길 같았던 서울을 가긴 갔지만 남편은 차를 집까지 가져 오지도 못 하고 동네 입구에 세워 놓고 걸어 온 상황!!
그리고 결국 그 차는 누가 뻈다? 네. 네. 바로 제가 옮겼습니다.
시댁의 김장 징용에 자발적으로 내려 간 남편이 없으니 남의 가게 앞에 있던 차는 목숨 걸고 제가 집으로 옮겨놨습니다요...
30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40분 걸려 옮겨 놓은 말도 안되는 상황은 폭설때문이었지만, 헛바퀴가 돌아 남의 차와 부디칠 뻔 한 상황에도 정신 똑똑히차리고 후진과 전진의 반복으로 차를 옮겨놨으니,,, 오늘 열일했다고 생각합니다.
폭설하면 제주도, 항상 생각납니다. 해발 400고지 관사는 눈이 오면 설레게 오는 동네가 아니라 미친놈처럼 내렸으니
통학 버스가 와서 내려가야 되는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아들은 학교를 못가고 딸들은 어린이집엘 못 갔다.
포크레인이 와서 눈을 치워야 제주 시내로 갈 수 있어서, 그 때까지는 집에 있는 걸로 먹고 살아야 되는 초초초!!! 냉털 생활을 하고 애들이 눈이 퀭해져서 자기 손가락을 과자처럼 빨려고 할 때 쯤, 제주 시내 마트로 나갈 수 있었으니
눈 하면 제주도, 폭설하면 제주도인줄만 알았더니 수원에서 이런 난리를 겪다니.
어제 깔깔거렸던 걸 반성합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꼴깝들 떨고 사는지.
저 부터 반성하겠습니다.
지금은 스물 여섯 살 된 우리 셋째가 제주도 살 때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우리 동네는요. 포크레인이 와서 눈도 치워줘요"
라고 자랑을 했다는 우리집의 오래 된 이야기는 폭설의 추억이 되었지만 오늘 내가 후덜덜거리며 차 뺀 이야기도 앞으로 10년은 할 것 같습니다. 증말 무서운 운전의 신세계였으니.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눈 무서운 줄 알고 살아야겠다. 오늘 또 하나 이렇게 배웠습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기로운 집콕생활 (0) | 2024.12.02 |
---|---|
삽질의 미학 (0) | 2024.11.29 |
21일,오블완 완료. (24) | 2024.11.27 |
오전 습관, 필사 (2) | 2024.11.26 |
정리하는 월요일. 속이 시원하다. (1) | 2024.1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