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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삽질의 미학

by 나경sam 202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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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직장도 휴, 집에서 일드를 때리면서 여유있게 보내고 싶었으나 눈 폭탄의 치우는 일로 하루가 그냥 가 버렸습니다.

바퀴가 헛돌아 남의 가게 앞에 남편이 주차해놓고 온 차를 집까지 가지고 오는데 300미터도 안 되는 길을 40분만에 운전해서 오는 "거북이 운전 동네 신기록"을 세웠고, 집에 와서는 "삽질의 여왕"님으로 모드 전환해서 팔뚝 자랑하며 삽질을 했습니다. 

네네, 이게 다 눈 때문에 그런거죠.

온 동네에 들리는 정겨운 삽질 소리. 드르륵 드르륵. 염화칼슘보다 사람의 삽질이 더 빨랐던 하루였습니다.

 

우리집 올라오는 계단은 예비역 출신 우리 아들. 장하다. 예비역

얼마나 깔끔하게 삽질을 했는지 감탄했습니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삽질을 제대로 한다. 이거죠.

우리 앞 집 아저씨도 삽질해서 눈을 쌓을 다음 무너지지 말라고 삽으로 눈을 벽돌처럼 만들던데, 그런 디테일의 차이가 군대를 다녀왔는지 아닌지의 차이같더라고요. 명품 삽질의 차이는 디테일이 다르다는 걸 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내가 한 삽질은 눈만 치우는 마구잡이 삽질, 눈으로 벽돌 만드는 일은 할 수 없어서 힘으로 쓸어 내고 눈을 퍼서 옆으로 던졌더니 오늘은 삽질 휴유증, 팔이 아픕니다.

삽질 끝낸 후에는 겨울 옷 정리와 옷장 정리, 안 입었던 옷들 버리기. 그거만 잘 해도 옷장이 낭창낭창해지니 어제는 정리하면서 비워내고, 있는 옷들 잘 활용해서 입고 사지 않아야겠다, 소소한 결심을 했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지만 옷장 정리를 하고 나면 목욕탕 다녀 온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지니 집에서 하루 일 한 보람이 있었네요. 집 정리 후에는 일드 정 주행. 북쪽 고향에서 완주 한 후에 뭘 보고 사나 했는데 일드 지옥은 새롭게 시작됩니다.

대리복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필수 드라마, 불의를 보고 내 대신 말 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도 이 드라마는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노동기준 감독관 단다린"

다케우치 유코의 작품이라 세상 사람이 아닌 그녀를 드라마에서 보면서 안타깝긴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정의구현 사제처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애쓰는 공무원으로 나오니 멋지다. 박수 짝짝짝!!!

 

불의를 못 참는 공무원 "단다린"이 있다면 질 수 없다. 은행에는 "하나사키 마이"가 있습니다.

"하나사키 마이가 잠자코 있지않아"

 

은행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바로잡고 틀린 것을 되 돌려놓는 "하나사키 마이가 잠자코 있지 않아"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속이 후련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참고 사는지, 내 안에 있던 고구마가 이런 드라마를 보면 쑥 내려갑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쌓인 눈 치우고 옷장 정리하고 치과 가서 치료받고 눈 덕분에 알찬 하루를 보냈네요.

 

단순한 일이지만 진심으로 하는 걸 보면 감동이 된다는 것도 삽질을 보고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너는 언제 그렇게 한 번 땀 뚝뚝 흘려가며 삽질해본적이 있는가" 되묻게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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