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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당

열심히 밥 하고, 땀 흘리는 주말

by 나경sam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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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울수록 더 좋아하던 여름이 내가 젊었을 때의 여름이었다.

더울수록 집에 못 있고 아이들이랑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 물놀이하고 텐트치고 자고 오던 여름

아이들은 어렸고 우리는 젊었던 여름이 인생의 계절에서도 여름이었던것같다.

 

살이 까맣게 타고 피부가 보슬보슬 감자 껍질처럼 한 번은 홀딱 벗겨져야 여름을 보낸 것 같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춘천 살 때는 카니발에 텐트 싣고, 3박 4일 먹을 거리를 가득 채운 다음 계획없이 묻지마 여행을 떠났었다.

첫 날은 동네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잤고 정동진을 거쳐 마지막 날은 설악산에서 끝냈던 휴가도 있었고 제주도 살 때는 컵라면과 튜브만 가지고 제주도의 해수욕장들을 헤집고 다녔었다.

협재, 금릉, 곽지 해수욕장을 단골로 다니다가 이사나오기 전에는 제주 원주민에게 소개받은 한담 해수욕장을 다녔었다.

 

아는 사람만 다닌 다는 한담 해수욕장, 동네 사람들이 조용히 이용한다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검은 바위에 붙어 사는 게를 잡고 보말을 잡던 우리집 아이들은 이제는 각자 알아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셋째는 태백에서 여름 훈련 중이고 둘째는 바쁜 일 잠깐 지나간 사이에 친구랑 속초에 1박 2일 다녀왔고 큰 애는 새로 시작한 공부 하느라 학교에 규칙적으로 다니는게 일상이다.

 

우리는 뭐 하냐면? 탁구도 치고 집에서 엄청나게 이야기도 하고 주말에는 삼시 세끼 만들어서 함께 먹고 밥 동지 이야기 동무로 살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는 옥상에서 가지와 토마토를 따다 가지 토마토 김치 솥밥

가지와 토마토, 김장김치를 들기름과 간장 양념에 볶다가 쌀 위에 얹어서 밥을 지어 간장 양념에 비벼 먹었다.

가지,토마토,김치 솥밥

고등어 한 마리 냄새 퐁퐁 풍기며 구워 곁들어서 먹었더니 주말 밥상으로는 괜찮은 한끼였습니다.

 

집 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은 주말을 보내다보니 돌아서면 점심이 돌아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여름이니, 국수도 한 끼 먹어줘야죠. 와인에 재워 둔 삼겹살 굽고 토마토 남은 거 올리고, 김장 김치 썰어 깻잎과 함께 비빔 국수에 넣고 비벼서 한 끼, 뚝따라딱딱 뚜욱딱. 

 

나: 국수 어때. 비빔 국수

남편: 좋아

삼겹살, 비빔국수

 

여름에 입맛이 없다는 사람도 많더구만.... 아아, 남편은 뭐든지 잘 먹습니다.

저녁에는 얻어 온 전복으로 전복죽을 끓여서 먹었더니 삼시세끼 뭘 만드느라 서 있던 밥 짓는 아줌마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요즘 우리 부부는 함께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감사일기"쓰기입니다.

감정코칭 수업을 듣고 있는 남편이 숙제로 하게 된 일인데 나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일, 감사한 일을 찾아서 감사일기를 쓰는 건데 쓰다 보니 큰 일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그날 있었던 작은 일이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나의 감사 일기

 

더운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 감사할 일이고, 남편이 내려주는 아아가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남편은 내가 해 주는 밥이 감사한 일이라니, 저런 말에 다음 한 끼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매일 쓰고 나는 어쩌다 꼽사리로 껴서 쓰고 있지만 감사 일기를 쓰면서 안그래도 말 많은 부부가 말이 더 많아졌습니다.

 

결혼 초에 저렇게 철이 났더라면 입에 게거품 뽀글뽀글 물고 쓰러져가면서까지 부부싸움 하지는 않았을텐데....

(남편말고 제가 그랬습니다 하하하하)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어 인생의 여름을 보낸 나이가 되었다니 놀랍지만, 감사일기도 쓰고 맛있는 것도 해 먹어가면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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