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남편이 옥상에서 노동을 하고 저녁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자더니 이번 주에는 후속편으로 마저 정리를 하고 미나리 뿌리를 틔워서 텃밭에 심었다.
부추도 옮겨 심고 화분마다 거름을 주어 기초 작업을 마쳤다
먹는 사람 따로 가꾸는 사람 따로 있는 옥상 텃밭 스토리의 시작이다.
집에서 쓰던 가구도 쓰던 위치 바꾸면 치우는데 한나절인데 옥상 텃밭 위치를 내 요구에 의해서 바꾼 남편은 텃밭 농사 시작이 힘들었다.
나: 지저분한 것들은 다 버리고 위치를 다시 옮겨서 보기 좋게 해줘
남편: (왜 그래야하지. 니가 하지 그래. 말처럼 쉬운줄 알아) 라고 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으나 남편은 순하게 '네' 라고 대답하고 밭을 갈아 엎었다.
인생삽질 이후 옥상 텃밭은 깨끗해졌다.
미나리를 심었고, 상추는 손톱만큼 삐죽 잎으로 내밀고 있는 중이다.
옥상에만 올라가면 내려 오질 않는 남편은 밥 먹으라고 불러야 내려 오는 옥상 죽돌이가 되는 계절이 시작되었다.
죽돌씨랑 지분을 나누기를 옥상 텃밭은 죽돌, 화단은 내 걸로 하기로 했는데 죽돌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꽃을 사다가 팽겨쳐 둔 내 대신 화분에 옮겨 심고 화단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파악하고 있었다.
나: 수국, 안쪽에 있던 거, 아랫쪽에서 새 잎이 올라오더라
죽돌: 봤어.
아니 이런 여우처럼 그걸 봤다니...
성당 언니들이랑 화단 구경하면서 튤립이 고개 숙이고 있어서 받쳐줘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탁구치러 나가면서 보니, 튤립은 지지대를 하나씩 옆에 끼고 도도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옥상에서 우리들의 대화를 들은 죽돌씨가 날렵하게 튤립에게 지지대를 꽂아 준 거다.
나: 언제 이걸 했어
죽돌: 아까 이야기하는거 듣고 바로 했지
아니 이런 여우2를 봤나
덕분에 우리집 튤립들 허리 펴고 키가 몇센치는 커졌다.
길 건너에 피어 있는 벚꽃이랑 합쳐져서 우리집 화단이 더욱 화사해졌다.
봄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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