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어디서부터 온 다고 생각해? 라고 누가 물어 본다면 대답은 이렇습니다.
마음이요.
가구를 옮기고 먼지를 털고 정리가 하고 싶어지면 봄이 온다는 거다.
좁은 집이지만 가구만 옮겨도 기분이 잠시 새롭다.
쇼파 하나 옮겼을 뿐인데 정리할 것들과 청소는 옵션으로 따라와서, 티비도 새로 위치 잡고 잘 나오는지 확인해야 되고
티비 안나오면 죽음이지. 왓챠를 못 본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아침마다 보는 209번 NHK도 못 보면 큰일나는 일상이니
티비가 잘 나오게 남편이 만들어 놔야 마음이 놓여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꼼지락 거리기 시작하면 기본 두 시간 순삭
움직이면 배 고파지고 밥은 나의 몫. 아마 평생일것같으다. ㅠ.ㅠ
그래도 씽크대를 새로 하고 나서 부엌일이 더 즐거워졌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삼겹살 두 줄과 묵은 김치 볶음밥.
오후 두 시가 넘어 겨우 끝난 청소와 식사. 이제 다음 코스는 탁구
나의 라켓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아니 뺨 싸대기를 때리는 소리를 들으러 탁구장으로 가자.
탁구 레슨 받은 지 한 달 하고 두 주 지났다. 관장에게 레슨받고 남편이 받아줘가며 한 달 지나니 요즘 내 상태
"탁구가 재미있어졌습니다"
남편이 공을 받아 주면서 늘 하는 말은 "뺨 때리듯이 쳐 봐. 따악"
아니, 세상에 뺨 때려주고 싶은 인간이 한 둘이어야 말이지 도대체 누구부터 쳐 줘야 내 속이 풀릴까
갱년기 감정 조절이 어려운 요즘 내 마음은 '노여움'이 가득 차 있다.
내 인생에도 화가 나고, 욱하고 올라오는 분노들이 있는 것 같다. 합창 연습을 가서 노래를 부르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몸을 만들어도 감정 조절은 쉽지 않아, 한번 우욱 하고 올라온 감정들을 제자리로 돌려 보내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래, 싸대기 생각나는대로 때려주자. 상상속의 내 탁구 싸대기 인간들. 다음 날 한쪽 볼따구가 욱신거릴거다.
감정이 찻잔속의 태풍처럼 요동을 치는 갱년기. 이 또한 지나가겄지.
남의 볼 때리는 상상을 하면서 탁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듣고야 말았습니다.
관장으로부터.... 누님. 대단하십니다. 잘 친다는 이야기지.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