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에 급성 임파선염이 손님처럼 왔고, 의사는 말했다.
의사: 면역력이 떨어지면 이 분이 오십니다.
나 : 떨어지라고 한 적이 없는데 떨어졌네요.
의사: 왼쪽 목덜미 말고 오른쪽에도 만져지는데 모르셨어요.
나: 그쪽 건 신경도 안썼어요.
그리하여 5일치 약과 함께 시댁으로 갔다. 언제나 가기 전에는 마음이 불편불편, 극복하지 못한 시댁과 명절 증후군이 있다.
며느리 셋이지만 명절 전담반 막내 동서가 이번 설은 준비 못 할 사정이 생겨서 나에게는 갈비, 둘째 동서에게는 전이라는 미션이 날라왔고, 설 전날 임파선염 진단받고 약 타오고, 갈비사서 핏물빼고 양념만드느라 정말 바빴다.
몸만 가서 차려 준 밥상 받아 먹을 때는 몰랐다. 갈비 하나 재우는것도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데 필요한 거 사다 나르는 일부터했던 막내 동서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겠다. 큰형님 철들었네.나, 큰 형님-.-
갱년기 수면장애가 다시 왔는지, 시댁에 내려 가기 전부터 잠을 못 자고, 가서 못 자고 집에 와서 못 잔 3일의 수면 불편을 겪고, 어제는 9시 전에 자기 시작해서 아침까지 신생아 처럼 잤다.
물부족 국가만 있는게 아니다. 물 부족 가정도 있으니, 수도관 파열 지점을 못 찾은 시댁은 아직도 물 쓰는데 시아버지의 손이 떨려, 어디서 콸콸 물 쓰는 소리가 들리면 걷기 불편하신 시아버지, 벌떡 일어서는 치유의 은혜를 받으시고 성큼성큼 걸어오시며 말씀하신다.
시아버지: (목소리 까신다) 받아놓은 물 써라.
나 : (지지않고) 그게요. 그러면 세제가 없어지지 않아요. 명절 음식은 기름져서 뜨거운 물도 써야 되는데... 좀 쓸게요.
우리 시아버지가 무서워하는 또 한가지는, 급탕 틀고 뜨거운 물 콸콸 쓰는 거, 그걸 나는 한다.
내가 시댁에 2박 3일정도 있으면 아마 우리 시아버지 홧병으로 입원하실거다.
그래서 시댁은 짧게 갔다, 빨리 와야 됩니다. 시아버지 건강을 위해서...
갈비는 모두 맛있다했고, 둘째 동서가 사 온 전도 돈의 힘으로 맛있다는 평을 들었으니 이번 기회로 우리 시댁도 돈의 힘으로 지내기로 며느리 셋은 작은 방에 모여서 결론을 내렸다.
일찍 돌아와 집에서 쉬는 동안 이틀 연속 탁구장가서 스윙연습하고, 시민덕희 보고, 만다리나덕 백팩 사고(애들이 사줬음하하하), 나의 명절은 지나갔다.
셋째가 예매해 준 시민덕희, 이제 아이들이 엄마처럼 우리를 챙겨준다. 다 컸다. 우리 애들.
셋이 돈 모아서 갖고 싶던 만다리나덕백팩도 사주고 (역시 셋 낳기 잘했어.)
만다리나덕 백팩 등짝에 메고 연휴 끝, 출근하는 아침.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진짜 첫 날처럼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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