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아침밥과 저녁밥을 열심히 차려주며 속으로 불러봤다.
"두식아"
곧 삼식이 되겠지만 이 사람이 하루에 몇끼를 먹건 그동안 자식 셋과 나 먹을건 저 사람 어깨에서 나왔으니 오식이가 되더라도 남편의 밥은 내가 책임지겠다 그런 마음으로 아침용 누룽지와 저녁 간식 거리까지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혼자 지낼 때는 당연히 안 먹던 아침밥을 이젠 당연히 먹고, 유튜브 보다 잠들던 저녁은 딸과 이야기하며 웃거나 나랑 이야기하다 잠이 든다.
사람답게 사는 일상으로 돌아온 남편의 생활이 퇴직 전 최고의 보상이 아닐까싶다.
서울왔다가 은평 한옥 마을 산책하고 진관사에 갔다.
북한산 아래 진관사도 처음, 은평구도 처음이다.
25년 전 전주 아중리에 살 때 우리는 304동 104호였고, 102호 살 던 혜경이 엄마가 친정이 은평구라 했었는데 진관사가 있는 은평구는 서울의 끝인줄, 701번 버스를 한참 타고서야 도착했다.
복도식 24평 좁은 아파트에서 시부모 모시며 두아이 기르던 혜경이 엄마도 이제는 육십이 얼마 남지 않은 중년 아줌마가 됐을거라 상상하니 하루 하루는 가벼우나 우리가 쌓아온 시간은 북한산만큼 단단한거였나보다.

진관사 대웅전에서 법회 중 들려오는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듣기 좋았다. 신부님 강론 소리도 좋고 스님 독경 소리도 좋으니 어쩔것인가!
몇년전 송광사 템플스테이에서 대웅전에서 들었던 스님들의 떼창또한 뭉클하였으니 종교의 경계도 선 하나 넘으면 니것 내것 아웅다웅 할 일이 없다.
두식군과 절 안에 있는 카페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일주일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식은 한 달 한 달이 아쉬울테고 나도 그런 나이가 됐다. 마음이 함께 여물지못해 늘 우당탕거릴뿐, 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앞으로 살 날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다.
올 해는 마음의 힘을 빼고 낭창낭창 살아보기로 스페인에서 다짐을 했었다.
마음의 기합을 다 풀어버리고 온 것 같은 여행이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일단 마음은 그리 먹었다.
진관사 내려오면서 두식의 친구가 산티아고 다녀온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나도 거기 한 번 다녀오는거 하고 싶어"했더니 "그래 우리도 가지 뭐"하는데 뭐래 이런 시원한 대답!!!
갈 곳은 많고 젊음은 그에 비례하여 남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하루하루같다.
해가 길어진 것과 날이 좀 풀린 것을 서울 다녀오면서 알았다.
점심은 명동 카톨릭회관 가온에서 우거지 곰탕과 떡만두국

부산 미도 어묵에서 꼬불이를 아침 간식으로 먹고 오후에는 계란빵을 사 먹은 두식과 나는 소심한 먹방으로 주말을 즐겼다.
두식군 이름 하나 더 추가! 간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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