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화단에 무얼 심을지, 어떤 꽃들을 사다 놓을 지 즐거운 산만함이 든다.
걸리버의 긴 팔뚝같은 우리집 작은 화단에도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티우는 잎들이 기특하고 대견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튜울립 구근 묻어 둔 자리에서 튜울립이 나오고 수국의 묵은 가지에서 애기 손톱만큼 작은 새 순이 올라 오고 있어서
작은 화단이 신비스럽다. 구근이 새끼를 쳤는지 재작년 사다 심어 둔 구근보다 더 많이 올라 오고 있다고 느끼는것은 착각일까 싶지만, 실제로 땅 속에서 열일하고 구근이 퍼졌을 수도 있으니 겨울 내내 땅속에서 일어났던 그 일들을
내가 어찌 알겠어.
광양에서 사다 심은 매화 나무에도 꽃 몽오리가 맺혀서 주말에 사진을 찍고 꽃은 바로 다음 날 피었다.
비가 오는 날 작은 꽃 두 송이가 떨어질까봐 우산 씌워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퇴근하면서 보니 잘도 달려 있었다.
해남으로 전지 훈련가서 힘들다고 징징 대던 셋째 보러 가는 길에 광양에서 샀던 매화 나무다.
두 해가 지나가는 동안 매화는 광양에서 수원으로 장거리 이사를 와서 두 번이나 꽃을 보여 줬고 우리 셋째도 매화 나무처럼 여물어져 갔을 것이다.
쿠바식 텃밭 상자를 사 놓고 남편에게 옥상 정리를 하자고 했지만, 밑이 뻥 뚫려 있는 쿠바식 텃밭 상자는 알고 보니 노지용이었던 것, 결국 시원하게 뚫린 아랫 부분을 막아야만 텃밭 상자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 사 놓고 봄에 꺼내 남편이 작업을 시작했다.
나무를 조립해서 틀을 만들고 뚫려 있던 바닥에 구조물을 대고 위에 철망 깔고 흙이 새지 않도록 포를 깔았더니
남편의 주말이 다 지나갔다.
낡은 상자의 흙들을 덜어 내서 새로운 텃밭 상자에 옮긴 다음 상추도 심고 토마토, 고추를 심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봄이 오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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