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우리 시어머니 진짜 아들 사랑이 차고 넘치심을 어제 알게 되었다.
일본어 학원에서 수업을 받느라 시댁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직감했다.
"미역국은 끓여 먹었느냐고" 묻는 전화일줄
어차피 받을 수도 없어서 패쓰했지만 내용이 짐작이 되니
작년과 여전하신 어머니의 고집도 최씨고집 못지 않다.
제주도 살 때니까 십오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때도 남편 생일에 전화가 왔었는데
그때는 뭐하느라 그랬는지 내가 남편 생일을 잊고 있었고 남편도 본인 생일 챙기는 편이 아니라 서로 몰랐었다.
어머님이 전화를 하셔서 미역국은 끓여 먹었냐고 물으시길래 이미 지나간 내 생일을 말씀하시는줄 알고
먹었다고 감격에 겨워 말씀드렸는데 이야기가 서로 길어지면서
어머님은 남편의 생일을 말하는거 였고 나는 내 생일을 말하는
서로 자기 다리 긁고 있었던거다. - 오메나 세상에다 -
생일이라고 해도
미역국보다는 소고기 무국을 좋아하는 입맛들이라 꼭 미역국을 끓이는 편은 아닌데
어쨌거나 우리 어머니는 당신 아들이 생일에 미역국을 얻어 먹었는지가 일년중에 한 번
나한테 전화하시는 대단한 용건이신거다.
그래 이해해드리자 했어도 살짝 마음은 토라지고 아니 확
나는 역시 속좁은 며느리
어제 블로그 일기만 해도 상냥하게 받아야지 했는데 역시 닥쳐봐야 안다.
수업 이후에 전화도 드리지 않고 집에 왔는데
늦은 밤 아들이 "엄마 할머니가 전화했었어 나한테" 그런다
손자한테도 전화를 하시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아빠 생일인데 미역국 먹었느냐고 물으셨다고"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랬더니 뭘 뭐래 먹었다고 했지 그런다.
남편의 표현대로 어머니의 일년에 한 번 하시는 갑질이 또 이렇게 지나갔다.
나도 뭐 만만한 을은 아닌지라 어머니도 꽤나 속 끓이셨을거다.
어머니는 내년에 또 전화를 하실거고 ( 내년에야 안받는게 아니라 못받겠지만 )
나는 또 툴툴거릴것이고
남편의 생일을 마감으로 우리집 생일은 다 지나갔다.
이제 더 추워 질 일과 끝이 보이는 입시와 시댁의 김장이 남아 신경쓰이게 하겠지만
갑질을 견뎌낸 을의 정신력으로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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