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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갈비탕"

by 나경sam 2017.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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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

 

트레이더스에서 호주산 갈비를 두 팩 사다 갈비탕을 끓였다.

밖에사 사 먹는 갈비탕이 구천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끓여먹는 편이 앞으로도 남고 뒤로도 남는다.

그래도 집에서 끓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그걸 붙들고 끓일 마음의 여유가 나한테는

1도 없었던 것이다.


모처럼 들통을 꺼내서 얌전하게 핏물 빼고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쳐내서

깔끔한 갈비탕을 끓였다.


온 식구가 좋아하고

마침 엄마가 택배 아저씨한테 미안할 만큼 무겁게 무 김치와 갓김치를 보내와서

곁들이 음식으로 갈비탕이 딱이었다.


꼿꼿한 대파를 한단 사서 언제든지 갈비탕에 한 줌 집어 넣을 수 있도록

쫑쫑 썰어서 통에 담아 두고 나니

김장 끝낸 아줌마처럼 큰 일 하나를 덜어낸 것 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엄마표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부족하다 싶은 간은

천일염으로 맞추고 나니

늦은 시간 연습실에서 딸이 돌아왔다.


당면사리까지 한 줌 넣어서 파 듬뿍 얹어

할머니표 무김치와 한그릇 먹고 나더니

"맛있다" 한다.


"엄마 내가 하루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합격 발표 난 후에 딸이 고백성사처럼 내게 들려준 말이다.


물론 지금도 힘들다.

시험이 한 주 밀려나가 고생은 다시 일주일 더해야 되고

가뜩이나 날씨까지 종잡을 수가 없게 널을 뛴다.


하지만 지금만 같다면 하루하루 꽃길이지 싶다.

월요일 오후 발표를 보고 다음날  일찍 수업인 학교에 막히는 길을

천천히 운전하면서 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편해도 되는 걸까"


내가 이렇게 편한 만큼 아슬아슬한 예비번호 받은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을까

이미 떨어진 아이들은 또 어떨까 잠시 편안했던 마음 뒤에 찾아오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었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쓰라림이라는게 있다.

한 번 베어봤기 때문에 얼만큼 아픈지 알 수 있고

그걸 견뎌내고 있는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빨리 거기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도하게 되는 아침이었다.


갈비탕은 참 맛있게 끓여졌다.

딸이랑 자주 가는 서초동의 "ㅅㅊ갈비" 보다 더 달달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무를 납작납작 많이 썰어 놓고 밑국물에 파뿌리랑 대파의 파란 부분을 넣고

다시마까지 넣어서 갈비와 함께 우렸더니 국물이 더 개운한것 같다.


다음번에 한 번 더 끓일 때는 인삼을 사다가 대추랑 함께 넣고 끓일까 싶다.

그럼 완전이 "약갈비탕" 되는 거지


갈비탕 한 솥 끓여 놓고 부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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