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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모든것이 밀려진 일상"

by 나경sam 201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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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이 지나갔다
 일상이 지진이더니 실제로 지진이 일어난것이다
수능전날 학교 기숙사에 집결해서 거기서 자고 시험장까지 학교버스로 이동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었던 막내는
전 날 늦게 시험이 연기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집에서 찹쌀떡을 먹었다

나는 재난문자를 받고 어 이게 뭐지 하고 있을때 지진을 느꼈다
제법 커피잔이 흔들거렸다

 머리가 복잡할 때 지진날것같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함부로 그 소리도 하면 안되겠다 싶다
지구의 s파와 p파가 지표면만 밀어둔게 아니라 모든걸 공평하게 밀어버렸다
고등학교때 지구과학 선생님이 지진의 s파와 p파의 파동을 설명하면서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교단 끝에서 끝까지 몸으로 움직이면서
설명을 해주셔서 아직도 지구과학 과목하면 지진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한두번 지나간 지진들은 잘 감지하지 못했었고
이번 건 확실히 무섭기까지 했다
 
이래저래 지구과학은 친하지 않은 과목이었는데 그건 지학선생님과 얽힌 일로 인해서다
2학년때 청소 물당번이어서 복도에 있던 파란 세숫대야의 물을 

청소시간에 화장실에서 버리고 다시 떠다 복도에 두는게 내 일이었다
그때는 복도에 파란 세숫대야가 있었고 우리들은 그 물에다 붓도 빨고 걸래도 빨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청소구역중에서 꿀이었음)
그런데도 화장실까지 들고 가기가 귀찮아서 3층이었던 복도에서 아래를 쓱 본 후
시원하게 아래로 세숫대야를 쏟는게 내 특기였다

그러다 한번은 지학선생님이 미술 시간에 애들이 붓을 빨았던 그 물을 홀랑 뒤집어 썼다
지학선생님은 늘 의사 가운같은 실험복을 입고 다니셨는데
(그나마 다행) 머리부터 어쨌든 시원하게 뒤집어 썼고
나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맞지는 않고 반성문을 70장을 써서 냈다

한 시간에 열장씩 써오라고 해서 칠교시까지 칠십장을 원고지 열장씩 다른 내용으로 써서 냈었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가서 반성문을 냈더니 

국어선생님이 반성문으로 단편소설 작가되겠다고 웃었던것 같다
 
지진으로 수능도 연기 다음주 실기시험도 연기되었다
다음주면 모든 고생끝난다고 좋아하던 딸이 힘들다고 했지만 
집없어진 사람도 있는데 그럼 되냐 타이르고 사람 사는 일이
늘 s파와 p파의 연속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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