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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험보러간 딸"

by 나경sam 201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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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보러 간 딸"


발가락빨다 자던  아이가 다 커서 수능을 본다고 다시 기숙사로 들어갔다.

아침에 학교에서 다시 시험장으로 간다고 하니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전 초등학교 수업 오후에는 문화센터 수업에 저녁시간에는 일본어 학원 수강에

내 일정도 만만치가 않아서 요즘에는 내가 나를 챙기고 사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아랫집 입주가 11월 말에 잡혀있어서 다시 그 집 도배도 해야 되고

마지막주에는 실기시험 마무리까지

틈틈히 늦은 밤 연습을 하는 딸데리고 동네 피아노 학원도 다녀야 되고

시험보러가는 딸을 챙기는 일보다 내 일과 둘째의 일로 분주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 막내는 알아서 크는 아이같다.


한참 신경 써줘야할 중학교때부터 기숙사에 들어가 있었으니 어린 마음에 오죽했을까 싶기도 하다.

중3때 기숙사에 들어갔었는데 나는 그때 학교에 새벽 운동하러 가는 걸 데려다 주는 게 너무 힘들었고

아이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집에서보다는 잠을 삼십분이라도 더 잘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으로

우리둘은 기숙사를 택했고

자식이란 한 번 집을 나가면 들어 올 일이 아예 없든지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 삼이 되어서 다시 들어왔다.

수능 시험조차 기숙사에서 자고 단체로 학교 버스로 간다고 하니

내가 해줄일이 없다.

도시락까지 싸주는 "경기체고" 화이팅이다.


남편이 대구에서 근무할 때 낳은 셋째는 덥디 더운 대구의 유월 폭염속에서 태어났고

좁은 관사의 창고방 아기 침대속에서 지냈다.


바로 위의 딸이 15개월 되었을 때 막내가 태어났기 때문에

말그대로 우리집은 육아폭탄 맞은 집이었었다.

셋째 몸조리를 해주러 오셨던 친정 엄마가 우리들을 놓고 다시 군산으로 돌아갈때

버스에서 엉엉 울고 가신게 대구에서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셋과 지낼 딸이 엄마 표현에 의하면 "애가 타서" 차마 가기가 힘들었다면서

버스에서 많이 우셨다고 하셨다.

막상 아이들이랑 남겨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부모란 그런거다.

둘째가 아직 아기였을 때라 막 태어난 자기 동생을

익었나 안익었나 마구 찔러보는 바람에 급히 아기 침대를 렌탈해서 육개월을 썼었다.

십오개월짜리 키에 아기 침대는 그나마 난공불락이긴 했지만 워낙이 둘째가 기질이 난폭하여 (그때는 좀 그랬었다)

아기 침대 주위에 범퍼를 두르고 침대를 요새화했었다.

방 두개짜리 관사에서 살았었는데 둘째가 과격한 호기심으로 셋째를 호시탐탐 노려서

창고방에 아기침대를 들이고 격리시켜서 키운게 셋째다.


생각해보면 미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큰 애가 유치원에서 옮아 온 수두를 아직 예방접종도 안맞혔던 셋째가 된통 뒤집어써서

셋째는 얼굴에 수두 자국까지 있다.

수두로 큰아이와 셋째가 난리를 치르는 동안에도 둘째는 멀쩡했었다.


초등학교때까지만 하더라도 수두 자국을 보면서 간간히 짜증을 부리더니 어느사이엔가 그 소리는 쏙 들어갔다.

일본어 학원 10시에 마치고 서초에서 딸을 데리고 와보니 자기 방만 완전 어지럽힌 체

몸만 빠져나간 셋째


저녁에 유부초밥이야기를 하면서 나더러 그래도 자기는 유부초밥은 안먹겠다고 다시 이야기를 하길래

알겠다고 다시는 유부초밥 따윈 만들지 않겠다고 선서를 해주고 낄낄대고

오전에는 흐렸으나 오후에는 맑아진 날씨같은 기분으로 나누는 대화도 즐거웠다.


체고는 졸업도 빨라서 12월이면 졸업식을 하는데 이후의 스케쥴도 동계훈련이기 때문에

집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웅큼 쥐고 있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자식들도 다 빠져나가겠지.

아직 어디로 간 것도 아니지만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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