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떨린당 엄마 무쪄 ㅜ "
이 말을 끝으로 막내는 핸드폰을 냈던 모양이다.
그 말 바로 아래에 지 아빠가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먹자
바로 또 그 말 아래에 오빠가 화이팅이라고 쓴 말도 읽지 못한 체 제출한 것 같다.
무슨 맘을 먹었는지 렛슨을 다녀 와서 열심히 방을 치우던 둘째가 지금은
영어 시험을 보고 있는 중일거라고말해주니까
지금이 영어 시험시간인줄 알았지 나는 그것도 몰랐다.
둘이 함께 쓰는 방
옷은 얼마나 둘이서 사댔는지 남편과 내가 쓰는 붙박이 장보다 더 넓은 걸 쓰면서도
옷장은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고
정체불명의 화장품들은 한바구니 몰래 버려도 둘다 모를 만큼 미어지게 많은데
불가사의한 것은 내가 한 번 몰래 버렸더니 용케도 알고 둘이서 나를 취조하는 바람에
버렸노라고 이실직고 한적도 있다.
아직 시험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둘째가 저렇게 방을 치운다고
나서는 걸 보면 방 꼴이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말이 아니거나
큰 산하나 넘고 마음이 편해져서 저러거나 둘 다 일것이다.
이른 렛슨 다녀와서 치운다고 저렇게 붙들고 있은지가 두시간도 넘었고만 아직도 치우고 있다.
방을 치우면서 이삼십분에 한 번 꼴로 "엄마 목걸이 찾았다"는 환호와
"양말이 왜 다 한짝씩만 있냐는" 내가 당신들에게 할 물음을 나에게 하면서 갖은 생색 다 내가면서 방을 치우고 있다.
우리 막내는 이 시간에 풀지 못하는 문제를 머리 아프게 고민하면서 붙들고 있을 텐데
"어차피 안 입는 옷은 버려야겠어" 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둘째는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화장대만 한다면서 시작한 방정리다.
옷장안은 자기도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하더니 드디어 옷에 손을 댔다.
옷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둘째는 상표도 안떼고 옷장안에 옷들을 당분간 걸어두고 보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아마 둘째라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여서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건 아닐까 유추해 보았지만
둘째라고해서 그다지 밀려서 키운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부모의 계산인것이고
자식이 느끼는 체감은 또 다른 것일테니 저 아이가 저렇게 자기 물건에 애착을 갖는 다면
그 또한 부모가 다 채워주지 못한 결핍이 아닐까 생각해볼 뿐
옷장에 손을 댔다는 건 대공사중의 대공사인데 언제 끝날지 모를일이다.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못봤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블로그라도 하고 있지
만일 봤다면 마음이 짠해서 오후가 편치 않았을 듯하다.
큰 애때 보니까 언덕진 학교에 큰 도시락 가방을 들고 올라가던 뒷 모습이
마음에 남아 오전 내내 마음이 짠했었고
둘째는 성남에서 시험을 보느라 아침에 길이 막혀 마음을 졸이면서 갔기 때문에
어쩜 나는 셋째는 시험보러 가는 걸 안보고 싶었을 지 모른다.
둘째가 면제를 받지 않았다면
세 아이키우면서 수능 네번 억울할뻔했다.
친정 우리집은 다섯이어서
나와 셋째까지는 학력고사를 봤고
넷째가 수능 1세대여서 넷째는 수능 시행 첫 해에 수능을 두 번 봤던 게 생각난다.
우리 엄마도 하나 하나 시험 볼 때마다 마음을 얼마나 졸이셨을까
나 때는 점심을 운동장에 나와서 엄마가 가져다 준 도시락으로 먹었었는데
화장실 들렸다가 늦게 나왔더니
시험 못봐서 어디서 우는건 아니가 했다면서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우셨던게 생각난다.
옷장에서 버릴 옷들이라며 양팔에 가득 갖고 나왔다.
속이 다 시원하다.
마지막 마무리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도 경쾌하고
제법 공기는 쌀쌀하지만 창문 활짝 열어놓고 나도 목요일 대청소를 하고
삼겹살 사다 놓고
돌아 올 막내를 기다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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