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4월 3일에 결혼했다.
남편 서른 하나, 나 스물 일곱
우리과에서 다섯 명 안에 드는 일찍한 결혼이었다.
부케를 너무 세게 던져서 다 떨어뜨리고 세 번째 겨우 받은
희정이는 그 탓이었을까
결혼이 좀 늦었다.
결혼하고 이 년 동안은 박터지게 싸웠다.
이혼하고 싶었던 날들도 있었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는 걸
잠시 사귀던 석 달동안은 몰랐다.
그렇다 우리는 1993.12.25일에 만나서
1994.4.3일에 결혼한 미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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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전주에 새 아파트를 장만해놓은
엄친아 아니고 자수성가형 공무원이었다.
스물 일곱에 7급공무원으로 서른 하나까지
공무원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산 남자
독한 놈이었다.
집이 있다고 비장의 히든카드처럼 말했지만
나는 집없는 서러움이 모태부터 없었던지라
"집은 당연히 있는거 아닌가"
주제넘고 싸가지없는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아, 쏴리-.-
박터지게 싸우기도 했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 부부는 공중분해됐을지도 모른다.
싸우고 서로 이해해가면서 남편은 나를 이해했고
나는 남편을 이해해갔다.
그래서 셋이나 낳았나보다.
아이들 자전거도,브레이드도, 모두 남편이
쫓아다니면서 가르쳤다.
육아에 우리집 도련님처럼 진심인 사람은 못봤다.
까칠이에 금쪽이었던 승범이를 잠 안자가면서
봐줬고, 셋 모두 남편 손으로 키웠다.
나도 고생했지만 남편은 최선을 다해서
육아를 도왔다.
1964년 남자 치고는 드문 놈이다.
둘째는 네살이었을 때 롤러스케이트를 탔고
다섯살에 두 발 자전거를 탔다.
거짓말 아니다.
남편이 그렇게 만들었고 타고난 운동신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수민이는 옆에서 언니, 오빠 신발만 지키고 있었는데^^;;;
지금은 셋 중에 가장 빠른 녀석이 되었다.
청춘이 갔다.
결혼 기념일에 아이들이 예쁜 꽃다발을 사줬고
선물은 예약이 되어 있다.
청춘이 다 흘러갔다.
아중리 저수지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던
저 때는 몸이 안아픈 곳이 없었을 정도로
육아에 치일 때였는데
지금은 셋이 다 모이는 건 한달에 한 번정도라니
이십 팔년됐다.
앞으로 둘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기상청 사람들에서 명대사를 건졌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우리도 그랬을거다.
이십 팔년 결혼생활이 사막이 되지 않은 건
궂은 날도 좋은 날도 함께 겪었기 때문이란걸
이제 알겠다.
철이 좀 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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