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아버지 제사 어느새 7년이 됐다.
우리 집 제사는 다른 집과 다른 게 하나 있다.
"보고 싶은 아버지께"로 시작하는 편지
제사상에 절을 할 때만 해도 안 나던 눈물이 잠시 앉아서 편지글을 들을 때면 정해진 눈물이
또르르, 귀신같이 나온다.
지 새끼들 코로나 검사로 자가격리 돼서 못 온 얘기부터 군대 가 있는 둘째네 아들 얘기
이번에 김포시청 선수단에 입단한 우리 수민이 얘기, 생활치료센터에서 힘들게 근무 중인 아버지 막내딸
자랑스러운 인천시청 6급 막내 여동생 이야기까지 남동생의 썰은 편지에 어지간하면 다 채워 넣는다.
그래서 한 번은 웃다가 마지막에는 울게 되는 아버지 제사의 시그니처가 바로 남동생의 편지글이다.
아버지는 저 건너 세상에서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제사라는 끈 하나로 만나고 있다.
일기장 여섯 권을 남겨놓으셨고 마음이 아파서 아직도 제대로 못 읽어 보고 있는 아버지 일기장은
내 방에 두었다.
돌아가신 다음 아버지가 좋아하셨다고 달달 구리 믹스커피를 타다 놓고 치킨을 튀겨다 올려놓으면
무엇하나 정작 드실 분은 안 계신데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 아버지가 잘 생겼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구나
우리 엄마 얼굴 닮았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뻔했잖은가
야구를 너무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나랑 막내 동생까지 데리고 전주 야구장으로
해태 경기를 보러 갔었다.
소나기가 왔었고 해태가 져서 기분 나쁘다며 툴툴 거리며 직행 타러 걸어가다가 해태 선수단 차를
보고 기분이 싹 풀려서 좋아했었다.
홈런콘 먹고 야구 선수 스티커 모을 때라 야구가 환장하게 좋을 때였다.
군산에서도 기아 경기가 열릴 때가 있었다.
손자들을 데리고 야구장 가셔서 기아 로고가 박힌 야구 모자도 손자들에게 사주셨고
둘째 사위랑도 야구 보러 갔었던 아버지는 한때는 군산상고에 살고 군산상고에 죽던 시절을 거쳐
해태에 살고 죽고 하다가 쌍방울에 기아에 뿌리 깊은 연고를 버리지 못한 채 홈팀을 좋아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서 2017년도 기아가 우승했을 때는 야구공을 제사상에 올렸었다.
이번 제사상에 올라간 전은 모두 내가 부쳤다.
딸들에게는 마늘 하나 까라고 시키는 법이 없던 엄마가 제사와 겹친 김장으로 몸을 못 가눌 지경이 돼서
나한테 전을 부치라고 했다.
자식 노릇을 아버지 제사상에 올라갈 전 부치는 걸로 하다니
자식 노릇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자식 노릇이었다.
더구나 미쳤지, 아버지 제사상에 올려진 곶감이 맛있을 일이냐
토요일 제사가 끝나고 구미로 가서 막내를 데리고 김포로 출발했다.
김포시청 선수로 선발된 우리 막내의 운동 생활이 슬기로운 결실을 맺었다.
한 때 내가 정신 못 차리고 발레로 예중 보내려다가 정신 차리고 체육중학교에 입학시킨 셋째는
특별한 재능은 없으나 우직한 데가 있는 아이여서 쓴 물 넘어오는 운동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을 견뎠다.
태백으로 여름 전지훈련 갔을 때부터 말이 나왔던 김포시청 입단이 확정되어서 선수단 숙소로 들어오라는
소식이 왔다.
조기취업인 셈이다.
짐을 미리 싸서 대 여섯 박스를 김포 선수단 숙소로 보냈다는데도 우리 차에 다 들어갈 수 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이 구미에 남아 있었다.
저 사진이 전부가 아니다. 이삿짐같았던 양이 남아있었고 남편이 테트리스 쌓기하듯 구겨넣고
사람도 구겨 넣어져서 구미에서 부터 김포까지 6시간 7시간 운전해서 숙소에 짐 풀어주고 다시 수원까지 두시간
와서야 주말이 끝났다.
짐을 다 실고 셋째가 차에 타야 되는데 학교 후배인 남자친구 손을 살짝 잡고 마지막 시간을 잠시 보내는 걸
남편은 차에서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애를 남자친구에게서 떨어뜨려 놓고 싶어 야단이 났다.
"저것들이 뭐하는 거야 지금 신체접촉을 하다니"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1/large/040.gif)
셋째 손이 남자친구 등으로 가 있는 것도 남편의 폭발 점이 되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도 폭발 점이 되는
애비라는 것들은 그렇게 딸의 남친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다니
자기도 그랬으면서
"에라이 인간아"
올라가면서 마시라고 커피까지 사다 준 남자친구가 나는 예쁘기만 하더구만
남편은 헤어지라고 마음 속으로 빌어야겠다며 귀한 남의 집 아들 실연에 울게 하려고 작정을 했다.
그런 남편이 귀엽기도 하다.
귀염뽀짝 도련님 당신한테는 내가 있으니까 딸의 남친에게 질투하지 말 것!!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에라이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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