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부터 정식 발령 난 학교로 정신없이 다닌 3일
수 목 금 3일 일했지만 금요일이 됐을 때 난 꽉 채운 일주일을 산 것 같았다.
책임감없는 인간은 아닌지라 어딜 가도 내 몫 이상은 해내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나지만
3일이 일주일처럼 느껴졌던 건 지금까지 맡아 봤던 교실의 아이들 중에서 이번 학교가
가장 숫자가 많았고 신규 발령이라 학교에서 새로 처리해야 될 일들도 있었고
학교마다 다른 시스템에 내가 적응해야 되는 것들과 겹쳐서 모옵시 땀이 삐질삐질나게
하여튼 그랬다.
나 "그래, 유성이는 4시 반에 가는거 맞지?"
유성 "아닌데요-.- 4시 30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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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이 반과 30분을 확실히 모른다는 걸 또 깜빡했다.
아이들 이름도 다 외워야 되고 귀가 시간 체크가 가장 중요한 교실이니 그것도 확실히 해야 되고
3일째 되는 금요일, 이름 귀가 시간 완벽히 외우고 정리해뒀다 생각했는데
눈 앞에 앉아있는 아이가 안왔다고 혼자서 땀을 삐질삐질
"얘들아 승필이 안왔니. 본 사람없어?"
"선생님, 저 여기 있는데요"
업은 애기 3년 찾는다고 금요일 내가 딱 그랬다.
금요일 오전에 행정실 가서 지문등록하고, 연수받는 것 때문에 초과근무 신청하고
E 알리미로 주안 올리고 학교 홈피에도 올리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별게 아닌 단순한 일인데도
몇 년만에 새로 하는 일이라 나는 모든게 되게 바빴다.
행정실에서 기쁜 소식이 왔다.
복지포인트 발생했으니 우짜든둥 빨리 쓰시고 청구하시라고
아니 장난하냐, 생각하지도 않았던 복지포인트라굽쇼
오매, 꽃길이 이대로 깔리는겁니껴
도련님 옷을 사줄까, 애들이랑 외식을 할까
두 번 고민도 하지 않았다.
옛날 같았으면 내 안에 있는 악마란 놈이 나한테
![](https://t1.daumcdn.net/keditor/emoticon/friends2/large/066.png)
"넌 엄마잖아, 애들한테 써야지, 딴 맘 먹지마"
그랬을텐데 이번에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고 천사의 속삭임이 나를 부추겼다.
"취직도 했는데, 애들이고 뭐고 다 치아뿌려"
오 예, 망설임없이 확 써질른게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 1박 결제다.
복지포인트는 17만 5천원만 쓸 수 있게 배정됐는데 나는 무려 25만 3천원짜리 1박을 결제했으니
조식 포함 슈페리어룸 1박
오메 간도 크신 나경아줌마 되시겠슴돠.
남편아 나를 따르라, 안잡아먹을테니
옆구르기 세번해도 떨어지지 않을 넓이의 침대에서 중국 부자들처럼 하루를 지내보자.
호텔 피트니스에서 런닝머신 뛰어보고, 샤워하고 나오면서 근사하게 샤워가운 입고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가 그랬던 것처럼 "미쎄쓰 무운~ "을 한 번 불러보즈아. 가는거야
하지만 나의 미세스 문대신 도련님 한 명 옆에 있어서 도련님 데리고 호텔 피트니스 가서 뛰고
엘베타면 방키대고 층을 누르라고 했는데 깜빡해서 도련님은 2층에서 내리고 나는 8층 올라가서
전화해서 도련님찾아서 다시 방으로 데려오고 1일 부자 역할놀이도 쉽지가 않아
여행가면 조식 먹는 게 또 즐거움이라
한 시간은 앉아서 조식을 느긋하게 먹으리라 했는데 일빠로 오뎅 두개를 덥썩 담는 도련님을 보면서
"저건 아닌데" 싶었지만
어쩔수가 없다.
도련님 입맛이 저렴하기 때문에 때려가면서 비싼걸 먹으라고 할 수는 없고
매너 선생 하나 붙여줘야지 안되겠네 우리 도련님
집하고 10분 거리에 노보텔이 있어서 돌아가기도 편했고 애경 옆이라 쇼핑도 편했고
하룻밤 부자 놀이 만족 또 만족이었다.
그래도 성당 갈 시간 맞춰서 체크아웃하고 주일 미사 나가서 알았다.
성당안에 이렇게 앉아 있으니 여기가 젤 편하구나
잠깐이지만 제대로 신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가 좀 대견했던 주일 교중 미사였다.
올 한 해
열심히 산 나에게 주는 선물
청주에서 공주에서 집에 다니느라 애 쓴 도련님을 위한 선물
노보텔 숙박
잘했어. 한 번씩 그렇게 살아.
내가 나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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