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할 때 육십이 안되셨던 아버님이 오늘 팔순을 맞으셔서 일가친척 다 불러 모으시고
식사를 하셨다.
한복입고 하는 팔순 잔치는 아니어서 식당에서 식사 대접하고
오랫만에 만나는 친척 분들과 얘기도 하고
아버님께서 처음에 그런 자리 갖고 싶다고 할 때는
내 아이들 일이 갈길이 구만리라 좀 짜증스러웠지만
치르고 올라와서 생각해보니
잘하셨다 싶고
늘 부담스럽기만 하던 시댁 일가친척들도
나름 정이가고 분위기가 좋아서 아버님 팔순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사람이 팔십까지 산다는 것도 나름 장한 일 아닌가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해도 대부분 100세까지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아버님처럼 그렇게 건강하게 팔십을 맞으시는것도
축복해드려 마땅하다.
막 결혼했을 때와 비교하자면 이십 삼년의 시간은
아버님 어머님의 성격도 바꿔놓아
말이 별로 없던 아버님은 온갖 집안일을 참견하는
성격이 되어서 명절 때 전부치는 간까지 보시려고 드니
피곤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어졌고
어렵던 어머니는
오늘 막 수원에서 내려가 시댁으로 들어간 나를 막 안아주면서
"우리 큰 강아지 왔다"고 어깨를 진짜 개처럼 ㅋㅋㅋ 쓰다듬어주셔서
나 기절할뻔 ( 두 동서 있는데서 그러셔서 민망하기도 했고 멍멍 할 뻔 했다)
두 분 성격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그렇게 팔순을 맞으셨고 나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만에 만난 시어른들이 한결같이
"너는 하나도 안변했다" "시집올때나 똑같다"
심지어는 젊은 축에 속하는 사촌 서방님도 똑같은 말을 ~
더더더한 말은
둘째 이모님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메누리 싯 중에 니가 젤로 이뿌다"
아주공갈염소똥같은 말도 내 칭찬이면 들어줄만하고
기분좋다.
돈도 좀 들어갔고 피곤하기도 했고
이 놈의 남편분이 술을 드셔서 익산부터 수원까지 독박운전을 했어도
아~ 즐거웠던
팔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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