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茶飯事"
차마시고 밥먹는 일처럼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다반사라고 한다는데
머리 풀어 헤치고 없는 머리숱에 꽃까지 꽂고 사는 요즘
중간에 쉬는 목요일이 있어 다반사를 즐길수 있다는것이 그나마 사는 낙이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목요일의 다반사도 아침부터 분주했으니
6시 반에 동부이촌동 렛슨 쌤 집으로 정신이 반쯤 나간 딸을 싣고 달리고 달려
7시 반쯤 도착 샌드위치 급하게 멕이고
차에서 일본어 단어 외우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그사이 렛슨 끝난 딸이 차문을 두드려서 깜짝 놀랐다.
한시간이 십분인줄 알게 잔 것이다.
내일도 같은 일정으로 달려야 되고
토요일 아침 실기시험 한군데 끝내놓고 나면 그나마 한달은
좀 여유가 있으려나 싶다.
집으로 오자마자 밀린 청소에 빨래에 설겆이에
다섯 식구 감당하고 사는게 어깨가 빠질 것처럼 힘들다.
남편이 그나마 집안일을 하는 편인데도
온 집안 식구들이 심봉사요
눈뜬건 나하나뿐이라
더러운 것은 내 눈에만 보여
목요일에 집에 있으면 몸이 고달프다.
우리집 빨래 위엄 좀 보소
빨래 바구니를 들고 옥상을 등반하여 건조대 세개에 꽉 차게 널었을 때의 저 성취감
해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기쁨이 있다.
물주는 일에도 무심하게 버려두듯 키우고 있는 옥상 텃밭에도 자잘한 변화가 있었으니
상추는 이파리 다 내주고 외목대로 올라가면서 곁가지에 씨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해가 있을 때는 저 작은 봉오리에서 작고 노란 꽃이 피어 있었다.
상추가 꽃이 피는 것을 처음 봐서 신기했는데 빨래 너는 사이 거짓말처럼 꽃이 오므려져 있어
상추꽃을 봤다고 말한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버린것같고
옥상에 심어 놓고 요리마다 사치를 부리며 넣어 먹던 대파가
마지막 한 개 남은 건 저렇게 꼿꼿이 기품있게 살아있었다.
싱싱한 대파의 파란 부분을 손으로 툭 끊으면 안에 있던 공기가 빵하고 터지는 소리가 난다.
시장에서 이천원어치를 사다가 손바닥 텃밭에 심어 놓고 가을내내 아쉽지 않게 먹었었다.
대파라는게 요리의 주재료는 아니지만 없으면 섭섭한 맛이 나는 것 같아
잘쓰는 요리 재료인데도 장볼때는 집었다 놨다 한번 망설이고 샀었는데
이 집에 살면서는 많이 사다가 땅에 심어 놓으면
사올때는 시들시들했던 것들도 며칠지나면
원래 손바닥 텃밭이 자기 집인줄
살 궁리들을 하고 잘 자라주었다.
걸레질을 하고 도둑이 훑고 지나간 듯한 딸들 방을 청소해주고
커피를 가득 내려 마시고
빨래를 널고 개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셋째 데리러 학교에 가야 되는 일이 아직 남아 있는
목요일의
茶飯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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