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기"
점심 때 나갈 때는 훅 하고 더워서 얇은 블라우스 하나 만 입고
"여름날씨 같다" 이러고 나갔는데
삼십분도 안되서 저녁에 올 일이 걱정되었다.
차를 가지고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추우면 너무 싫은데
학교 수업 하면서 벌써 춥기 시작
결국 문화센터 수업에 가서 청쟈켓을 하나 사입고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
남편이 만약에 나와 같은 일을 벌였더라면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았을텐데
자기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아주 관대한 ;;;
그래서 다음주에는 젊어진 기분으로 청쟈켓을 열심히 입고 다니리라.
중학교때 죠다쉬가 처음 나왔을 때 -.-;;
그 말대가리 청바지
진짜와 가짜가 대가리 모양이 달랐었다.
메이커 병이 심했던 나는 이상하게 그 말대가리는 정이 안가고 욕심이 없어서
입고 다니는 애들이 하나도 안부러웠던
유일한 메이커였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전교 회장네 집에서 하던 메이커집이었는데
죠다쉬로 바뀌기 전 그 자리에서 걔네 엄마가 의상실을 하셨었고
그 집에 놀러 갔을 때 큰 거울에 "@@ 대학교 펀물학과 일동" 이런 글자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삐걱거리는 좁고 긴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일본식 다다미가 깔린 일본 집이 있었고
우린 거기서 의상실 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었었다.
(내가 주책없이 니네 의상실에서 일하는 언니냐고 큰소리로 물었을 때 어른스럽던 그 애가 당황해 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이 세개가 있는 일본식 집
거실같은 방에 걔네 아빠가 타왔다는 트로피에
"미기상" 이라고 써 있길래 그 뜻을 모르는 내가 물었더니
축구하는 폼이 멋진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며
설명해주던 그 애의 얼굴 표정도 얼핏 생각이 난다.
조기 축구가 뭔지도 모를 땐데 "미기"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도 그 애 표정이 나를 향해 살짝 한심해 했던 것도 같고)
사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초대를 받아서
아직도 왜 그 애가 나를 초대했는지 아직도 알 수는 없지만
위로 오빠가 둘 있던 그 애가 한명은 연세대를 다니고 한명은 육사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아주 많이 자랑스러워 하면서 이야기를 했었도
내가 감흥없이 들어서 그랬나
눈치도 없이 의상실에서 일하는 언니냐고 큰소리로 물어봐서 그랬나
아니면 "美技"라는 말이 뭔지도 몰라 묻는게 한심해서 그랬나
아니면 다른 애들은 다 좋아하던 그 말대가리를 나는 관심도 안보여서 그랬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옷이라면 그린에이지를 최고로 쳐주지 말대가리는 별로다)
다시 그 일본집에 초대받아 간 적은 없다
.
푹신 거리던 다다미 바닥
벽에 붙어 있던 2층 침대
하여간 재미있는게 많았던 집이었는데
저와 내가 같은 수준이 아님을 안 뒤로 재방문을 못했다.
젊어서도 어려서도 잘 입지도 안았던 청쟈켓을
그저 추워서 급하게 사놓고
정신은 또 이렇게 먼곳으로 탈출
이름표는 언제 쓰고 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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