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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심장이 납작만두같은 계절"

by 나경sam 201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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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치르고 결과를 하나하나 까보는 심장이 확 쫄아드는 시간이 다가왔다.

컴퓨터를 켜놓고 공지사항을 째려보다가

휙하고 올라오는 합격자 확인의 한 줄 공지를 본 순간

나의 심장은 납작만두가 된 듯 붙어버렸고

주민번호

이름

수험번호를 집어넣고

확인을 클릭한 후

눈을 감아버렸다.


이미 눈뜬 세상 밖은 합이든 불이든 나와 있을 텐데

이미 처절하게 데인 적인 있는

나는 컴퓨터를 마주할 용기가 없고

심호흡 한 번 하고

쳐다보니

그래 다행이 1차는 합격이다.


발등에 불이 확 떨어졌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요구하는 참으로 오만방자하신 학교라서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자소서는 어떤 경우가 될지 몰라 초안을 준비해둔터라 걱정이 덜한데

추천서는 문제가 달라 -.-

작년에 써주셨던 담임 선생님께서 휴직중이라 될지 안될지도 모를 일이고

부탁할 수 있는 창구가 재수생은 참 입장이 그렇다.


학과의 부장 선생님께 딸이 급하게 부탁을 드렸더니

그럼 니가 초안을 써오라고 하셨다는 거다. 헐 줸장

그럼 학생이 선생이지

따느님이 쓰실 일은 없고 그게 다 내 일인데

그 소리를 들은 후 부터 정신 탈출

하루를 머리에 꽃을 꽂은 아짐으로 살았다.


오전 2교시부터 4교시까지 학교수업 휙 몰아서 하고

집에 와서는 추천서 양식에 맞게

고등학교 교사인듯 멘탈 갈아끼우고

내 딸을 딸이 아닌 학생으로 보는 렌즈 장착

일필휘지가 아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글자수 ( 그놈의 글자수 징그럽다 ) 에 맞춰서 빼고 집어 넣고 짜집기하고 덧붙이고

추천서의 외과 의사가 되어 수술 끝


겨우 만든 추천서를 고등학교 선생님께 넘기고 다시 일터로

집에 오는 길에 로봇처럼 마트에 들러 찬거리를 사고

집에 와 내가 올 때 까지 저녁을 굶고 있는

웬수같은 따님에게 급히 만든 떡볶이 한 냄비 투척하고

나는





저 이빨 시린 카스 한 잔에 하루의 위로를 담아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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