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치르고 결과를 하나하나 까보는 심장이 확 쫄아드는 시간이 다가왔다.
컴퓨터를 켜놓고 공지사항을 째려보다가
휙하고 올라오는 합격자 확인의 한 줄 공지를 본 순간
나의 심장은 납작만두가 된 듯 붙어버렸고
주민번호
이름
수험번호를 집어넣고
확인을 클릭한 후
눈을 감아버렸다.
이미 눈뜬 세상 밖은 합이든 불이든 나와 있을 텐데
이미 처절하게 데인 적인 있는
나는 컴퓨터를 마주할 용기가 없고
심호흡 한 번 하고
쳐다보니
그래 다행이 1차는 합격이다.
발등에 불이 확 떨어졌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요구하는 참으로 오만방자하신 학교라서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자소서는 어떤 경우가 될지 몰라 초안을 준비해둔터라 걱정이 덜한데
추천서는 문제가 달라 -.-
작년에 써주셨던 담임 선생님께서 휴직중이라 될지 안될지도 모를 일이고
부탁할 수 있는 창구가 재수생은 참 입장이 그렇다.
학과의 부장 선생님께 딸이 급하게 부탁을 드렸더니
그럼 니가 초안을 써오라고 하셨다는 거다. 헐 줸장
그럼 학생이 선생이지
따느님이 쓰실 일은 없고 그게 다 내 일인데
그 소리를 들은 후 부터 정신 탈출
하루를 머리에 꽃을 꽂은 아짐으로 살았다.
오전 2교시부터 4교시까지 학교수업 휙 몰아서 하고
집에 와서는 추천서 양식에 맞게
고등학교 교사인듯 멘탈 갈아끼우고
내 딸을 딸이 아닌 학생으로 보는 렌즈 장착
일필휘지가 아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글자수 ( 그놈의 글자수 징그럽다 ) 에 맞춰서 빼고 집어 넣고 짜집기하고 덧붙이고
추천서의 외과 의사가 되어 수술 끝
겨우 만든 추천서를 고등학교 선생님께 넘기고 다시 일터로
집에 오는 길에 로봇처럼 마트에 들러 찬거리를 사고
집에 와 내가 올 때 까지 저녁을 굶고 있는
웬수같은 따님에게 급히 만든 떡볶이 한 냄비 투척하고
나는
저 이빨 시린 카스 한 잔에 하루의 위로를 담아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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