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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서귀포일기

"오 나의 서귀포"

by 나경sam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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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말을 듣고 가방을 작은놈에서 큰 놈으로 바꿨다-남편말도 가끔은 잘 들을 필요가 있다"

한달을 살러 가는데 저렇게 작은 가방이냐고 남편이 그랬을 때 저걸로 한달 짐 다 꾸려서 갈 수 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막상 짐을 싸보니 우리 엄마 황여사 말마따나 "아나 택도 없다"

분홍색 가방에 꾸역꾸역 짐을 밀어넣고 감기가 걸릴 거란 전제하에 감기약까지 밀어넣고 가방안이 한 치의 틈이 없게 싸서 집을 나섰다.

생협 그만두고 기습적인 이틀을 그아말로 죽게 아프고- 또 죽게 아플만한 병이 있었으니

 

"치질수술" 결국 하고야 말았다.

몸살이 지나간 자리-이제는 치질이 괴롭혀 내 발로 걸어가서 그날 당장 수술을 하고 승범이 손을 잡고 퇴원을 하고

집에 왔다.

승범이 낳고 생겼던 치질

부끄러워서 말하기도 그렇기는 하지만 병이라고 생각하면 뭐 부끄러워할 만 한 일도 아니고 누구라도 수술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하라고 하고 싶을 만큼 하고 난 후 통증이 없어진 몸 상태도 만족감 100이지만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수술이지 싶다.

뭐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주사 맞기 위해 엉덩이 까는 건 부끄럽지 않지만 의사 앞에서 엉덩이 까고 누워 있는 건

편치 못해 -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주세요 했지만

이틀  삼일 지나니 의사랑 상태를 찍어 둔 사진을 봐가면서 토론을 하는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되더라는 ㅋ

 

나 "선생님-.- 수술 직 후의 사진이랑 지금 사진이 모양이 달라진것 같은데요-.-"

의사 "네 모양은 달라 질 수 있습니다"

나 "아 네 몰랐씀돠"

의사 "제가 수술 할 때 말씀 드렸었는데요"

나 "아 네 그때는 암 소리도 귀에 안들어와서. 이제 살만해 졌나봅니다"

 

치질 수술에 최적화된 몸이었는지 회복도 빨라 이렇게 비행기 타고 버스 한 번 갈아타고 서귀포까지 왔으니

참으로 대단하신 몸 맞긴 하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한달을 살아낼 서귀포 밀레님얼 빌 팬션" - 바닷가 쬐끔 앞 오션 뷰"

가방 고리에 매달고 온 목베개- 가운데 구멍이 똥그랗게 뚫린 - 저걸 유용하게 잘도 써가면서 수원에서 서귀포까지

교토로 일 년 살러 갈 때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이번에는 "애들이 너무 이기적인 엄마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생각이 들었었다. - 철이 난 건지

하지만 그래도 떠나오고 싶었다.

숨도 못 쉬어질 만큼 막판에 힘들었던 생협에서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라도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삼십년 넘게 한 직장에서 지각한 번 없이 성실하게 지내고 있는 남편을 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삶이 존경스럽기도 하다.

하긴 그래서 모범 공무원 표창도 받았지 싶다.

 

제주도 들어 오기 전

내가 좋아했었던 건물주이신 "정순 조합원"님께 따로 전화를 드렸다.

인사도 없이 그만두는게 맘에 걸렸던 분이었다.

 

나 "저예요.점장"

정순 조합원 "오메 잉 내가 저번에 갔더니 그만 뒀다고 해서 깜짝 놀랬쓰"

나 "그러게 정말 죄송해요"

정순 조합원 "뭐가 죄송혀. 힘들면 그랄 수도 있지. 전화줘서 고맙고 잘 지내 잉"

 

다시 안 볼 수도 있고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날수도 있는 사이지만 그동안 내가 그분을 대한건 진심의 마음이었으므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었다.

 

생협을 그만 뒀어도 나도 조합원이므로 생협의 문자는 날라오고 이제는 문자를 보냈던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런 문자로는 어떻게 구매 욕구가 어떤 포인트에서 생기는지 모니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문자 한 번 보내는 일이 얼마나 에너지를 쓰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으니 섣부른 평가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애월에서만 살았던 제주도 살이

서귀포는 특별한 일 아니면 오질 않았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서귀포 - 버스로 오니 제주도 반을 오는 거라 멀긴 멀었다.

경마장 앞이었던 우리 집

풍경이 많이 바뀌어서 주택을 짓는 공사가 한참이었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버스를 한 번 환승해서 타고 들어간 숙소

무슨 일들이 지나갈지 모를 서귀포 한 달

 

짐을 풀고 멘도롱 해장국집에서 보말 칼국수 한 그릇

 

"이렇게 조미료 맛이 안나는 밖의 음식도 드물지 싶다" 정직한 재료 본연의 맛"

"먹다보니 쨘하고 드러난 전복 한개" - 칼국수가 아니라 보양식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천천히 느리게 한달을 보내기

"오 나의 서귀포" 스타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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