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장"
많이 컸다. 뉘집 자식들인지
대구 칠곡성당에서 세례받던 날 사진이다.
승범이 다섯살 은진이 두 살 수민이 한 살
저 날 세례후로 승범이는 성 프란치스코
은진이는 안젤라 수민이는 소화 데레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안투사
우리 중 가장 먼저 세례를 받았던 남편은 그떄도 냉담 지금도 냉담
사람이 한결같다.
승범이랑 은진이가 앉아 있는 쌍둥이 유모차는 아는 언니한테 받아서 연년생 딸들 키우는데 톡톡히 도움을 받았다.
저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하회마을을 갔을 때
호기심많고 적극적인 경상도 사람들중 한 명은 우리 가족을 뒤쫓아와서는
"아주매,저거 떼왔는교?" 라고 물었던 적도 있다.
번역하자면 "아주머니 저거 따로 있던 걸 용접으로 붙였습니까"정도 되시겠다.
하지만 떼운건 아니고 저래뵈도 미쿡에서 오신 물건이다.
사자머리 파마를 하고 있던 나도 저때를 보니 참 많이 젊었고 남편도 지금과 비교하니 청년스럽다.
머리에 꽃을 달아놓은 이유는 사진 원본을 보니앞머리가 훵해서다.
출산과 맞바꾼 앞머리- 육아와 맞바꾼 머리숱이다.
빨간색 좋아하는 건 돌아가신 아버지 닮은 집안 내력이다.
입술도 빨갛고 셔츠도 빨갛고 저 때를 보아하니 나는 애 셋 낳고 육아에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가 아니라
세상 즐거워서 어쩔줄 모르는 아줌마처럼 보인다.
정말 그랬던것같다.
우리 엄마 황여사가 대구에 와서 셋째 낳는거 보시고 잠깐 몸조리 해주시고 돌아가는 길에
좁디 좁은 대구 관사 현관에서부터 울고 나가셨었다.
전쟁터가 따로 없던 우리집
군산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현관에서 우셨었는데
나는 엄마가 우는 것도 이해가 안되었을 만큼 엄마 속도 헤아리지 못했었다.
늘 머릿속에는 아이들이랑 놀고 싶은 프로젝트가 가득 차 있었다.
셋째는 업고 둘째는 걸리고 큰애는 둘째 손 잡고 남편없이도 잘도 쌩쌩 거리고 돌아다녔었다.
남편 인생에도 저 때가 리즈 시절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던 리즈 시절"-.-
시간이 지나 저 때 세례를 받았던 우리 승범이는 우리 성당의 지휘자가 되었다.아니 되셨다.
전 지휘자 선생님의 배려로 부족한 승범이가 지휘봉을 받았고 오늘로 세번의 교중 미사 지휘를 했다.
눈 뜨고는 못볼것 같았으나 승범이 지휘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고 그의 손 끝을 쳐다보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주 봉사를 시작한 이후로 언제나 끊임없이 길을 열어주시는 승범이만의 하느님이 계시는것같다.
새벽 두시 귀가가 한시로 줄어들었고 미리미리 악보도 봐가는 기특한 짓도 하는 걸 보면 책임이라는게 무섭긴 하다.
나도 점장이 된 후로 생겨나는 책임감과 할 일 떄문에 잠도 못자고 일을 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월요일 나가는 문자 작성이다.
2000자 장문의 문자는 600자 세 장 분량이라서 만만치가 앉다.
일단 가격표가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그야말로 대박 큰일이기 때문에 가격표 점검부터 정확한 정보 전달이 될 수 있도록
문자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동안 문자를 보내면서 실수도 많이 했다.
가격표를 잘못 보낸것은 기본적인 실수였고 내용을 내 맘대로 써서 보냈다가 조합원들이 어리둥절해 하던 일도 있었다.
일반적인 핸드폰 문자에서는 인식이 되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대용량 메일에서는 인식이 안되어서 글자를 제대로 집어 넣었어도
인식 자체가 되지 않아??로 표시되어서 전해진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케잌 이라고 써서 전송했는데 케??가 되버렸다.
보수적인 조합원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라서 문자에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나만의 글빨로 문자를 작성한지 벌써 한달이 넘다보니
조합원들이 문자가 재미있어요,누가 쓰시나요 라고 물어 보시는 걸 보면 피드백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알겠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내 맘과 같지는 않으니-.-
지난 주에는 새로 출시 된 청국장의 시식 행사가 있어서
청국장 보글보글 밥만 가지고 매장으로 나오세요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인삿말을 시작하고 썼더니 조합원 중 한 분은 누가 이런 문자를 썼느냐며-.-
밥을 왜 가지고 오라고 하느냐고 밥 정도는 여기서 한 솥해서 주면 되지
본인은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확 들어서 살짝 마음이 상했다고
어머나 세상에 농담이라는게 통하지 않는 철벽 인간들이 있구나 싶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남자 조합원은 청국장 시식 행사를 하는 걸 보시고는
화들짝 웃으시면서 "저게 바로 밥만 들고 오라던 청국장이구나" 하시면서 한 개 사셨다.
똑같은 문자에 반응이 너무나 다른 걸 보면서 나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8월 31일 들어와서는 추석이 곧바로 있어서 힘들었었고 추석 지나가자 김장 김장 지나가자 매장 기획 행사
기획 행사 지나가자 설날이라 밀려드는 선물 세트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냉장고에 얌전히 있던 열봉지의 동치미는 귀여웠을 정도로 지금은 매장에 구기자 한과가 상자째 들어와있다.
월요일 공급 명세서를 미리 인쇄해와서 본 순간 정신이 추락했지만
이미 내 손을 떠난 일
담주부터 설날까지 달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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