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너를 슬프게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곤란케하지 말지니"
아무것에도 곤란을 받지 않고 아무것도 나를 슬프게 하지 않게 한다면 참 좋은 세상,살만한 세상일까
약간의 스트레스와 갈등상황, 해결해야 될 문제들
그런것들이 1도 없는 인생은 없을테니 - 단연코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있을테니 아니 많이 있을테니
지금 헤매고 있는 상황,힘듬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새로운 문제에 부디치면 잠시 정신줄은 나간다.
요즘 계속 그랬다.
점장의 중요한 일중 하나는 계획을 잘 세워서 매장의 매출을 올리는게 우선 1순위다.
물론 매출은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 세명의 활동가와 마음을 맞춰가면서 각 주에 해당하는 할인 생활재들을 잘 배치하고
집중해서 팔 생활재를 그날 그날 요일에 맞게 주문을 해서 요소요소에 배치를 잘해놓아야 한다.
활동가들도 주문을 넣기는 하지만 일단 점장의 플랜이 일단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장이 되고 들었다.
운동장에서 뛰는 건 선수들이지만 그 선수들을 신나게 뛰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실제로 운동장에서 뛰지 않는 감독이듯이
점장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전(作戰)이 중요하다.
손흥민이도 감독이 잘해서 미친듯이 70미터를 뛰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적절한 주문과 놓치지 말아야되는 할인 생활재들
-.- 왜 내가 주문만 할려고 하면 주문창은 닫혀있는지 - 한 발 늦었다는 거다. 이미. -.-
발빠르고 아니 손이 빠르고 머리 회전이 빠른 타 단협이나 다른 점의 점장들이 이미 주문을 다 넣어버려서
나같은 굼벵이점장이 클릭하면 주문 창은 이미 닫혀있다. 드러운 세상이 아니다. 느려먼 못사는 세상이 이 쪽 세계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좀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다음주에 생활재중에서 할인 품목이 있어서 감(感)만 믿고 저질렀다가
성과도 없이 감은 떨어지고 팔리지 않는 물건들(생활재)들을 보면서 영혼은 분리가 되어 살짝 실성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지난주 동치미를 조금씩 찾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그래 바로 이거다 동치미를 주문해볼까해서
(나름 이유는 있었다. 어느 조합원이 동치미무를 주문해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동치미"까지만 주문창에 입력을 해서
동치미 무가 와야 될게 완성품 동치미가 와버렸다.
"무" 라는 글자 한 개를 날려버린게 그렇게 큰 차이가 있었다. 무가 김치가 되어서 온 건 마치 계란을 주문했는데 닭이 와버린것과 같았다.
광고 문자에 어쩔수 없이 동치미를 넣어서 보냈는데 예상외로 그게 그날 바로 팔려버려서(가격도 좀 비쌌는데)
그래 바로 이거야~ 동치미를 주문해야겠다. 그러고 시킨게 열개의 동치미
결과는-.-
시원하게 헛발질해버렸다.
지금 우리 매장에는 동치미 익어가는 냄새가 솔솔 나고 있다.
아주 안팔린건 아니고 열개 중 네개 정도 나갔나-.-.여섯봉지의 동치미가 풀풀 익어가고 있다.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시 '나그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고 동치미 익는 매장에 타는 내 속이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라고 하셨지만
저에게는 "아직 여섯개의 동치미가 남아 있습니다" 조합원님들~ 제발 사주소서 하고 싶지만
이런걸 안양점 광고 문자에 썼다가는 문자 검열에 걸려 진짜 짤릴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두 번 장문의 광고 문자 보내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다.
2000자의 장문을 두 번 보내는데 600자 원고지 세 장 분량이라 쓰다보면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내가 소비자가 되어서 받았을때는 그런 문자들이 짜증이 나더니 막상 그걸 작성해보니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주 대구가 또 들어왔다. 이제는 정말이지"애증의 대구"라고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번에는 다행히 여섯마리 한 박스 더미가 들어와서 부담이 덜하긴 했지만-.-
그날 문자에 "살아있는데 죽은 척하는 대구"라고 써서 문자를 보냈더니 오후에 한 조합원님이 오셔서
"요즘에 문자 누가 보내는 건 가요" 라고 물으시길래
"전데요"라고 대답했더니 "살아있는데 죽은 척 하는 대구"를 보고 침맞으시다가 막 웃었다면서 광고 문자가 재미있다고 해주셨다.
하지만 그렇게 써서 보냈어도 대구는 실적 꽝이었다.
사과들어왔을 때는 "몽당 연필 흑심품을 때 단맛 품은 장성사과"로 보냈다."몽당부인 흑심 품었네"에서 패러디한 문구로!!
제목만 들었던 비디오 제목까지 머릿속에 저장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나도 참 복잡한 뇌 구조 인간임에 틀림없다.
한 번은 드라마 "동백이"에서도 패러디해서 "동백이는 옹산 언니들이 지켜주고 조합원님 건강은 생협 언니들이 지켜준다고 써서 보냈더니
그 주에 방문하시는 조합원중에서는 우리를 보고 생협 언니들이라고 해주는 분이 계셨다.
어떤 분은 읽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버리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끝까지 꼼꼼히 잘 읽어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주 월요일 김칫속과 절임배추 값을 조합원이 완불처리해줘서 그나마 산뜻한 월요일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카드단말기들고 분노의 질주를 하게 했던-절임배추사건)- 그게 해결되어서 출발은 좋았지만
여전히 두부,콩나물,유정란,쑥갓,상추 - 나는 이런 것들이 무섭다.
주문을 넣지 못해서 텅 비어있는 채소 진열대에 활동가들이 그나마 있는 채소를 널듯이 펴놓고 위장을 해놓기는 했지만
상무님의 매서운 눈을 피해갈수는 없어서 그대로 걸린게 도대체 몇 번이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 생각해서 주문넣었던 채소들이 잘 팔려서 소진되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없으면 없다고 찾는 조합원들이 그게 있으면 또 안사간다. 그래서 또 폐기가 되버린다.
소비심리를 맞춰서 주문하기란 하늘이 내린 점쟁이가 아니고는 맞출수가 없다.
채소는 사실 폐기처분을 해도 값이 얼마 되지 않으니 폐기처분할 셈 치고 매일매일 넣는게 좋다고 경력있는 점장님들께 코칭을
받았어도 아직 몸에 베지 않은 주문 습관으로 놓치기를 도대체 몇 번인가.
지난 번에는 조합원 중에 한 분이 터엉 비어있는 두부 진열대를 보시고는
"요즘 두부가 몸에 좋다고 방송에 새로 나왔나봐- 여기 올 떄마다 두부가 없는 걸 보니까 틀림없이 방송에 나온것같아"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허벅지 꼬집어 가면서 웃음이 나는 걸 참기는 했지만 생협에 콩나물 두부를 주문을 넣지 못해 떨어뜨린다는건
웃어 넘겨서는 안되는 상황인거다.
어쩔거냐 증말-.-
내일도 월요일인데 채소가 없다.주문을 제대로 넣지 못했다는 걸 어젯밤에서야 알았다.
평일 주문은 이제는 그런대로 넣는 편인데 금요일에 월요일것까지 채소나 1차 식품군을 챙겨야 되는게 아직 안되어서
월요일에 들어오는 공급명세서를 보는 순간 나는 또 가뜩이나 없는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지 않을수가 없었다.
콩나물도 없고 두부도 없다.대파도 없고
오늘 미사중에 특송곡으로 부른 곡중에 "평화를 주시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두부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두부랑 콩나물 유정란만 있으면 내 마음에 평화가 올 것같다.
하지만 물건너갔다. 내일 들어오지 않는 저 것들을 어떻게 채워놓을지 그게 걱정이다.
주문을 제대로 못해서 저런 참사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주문을 너무 잘해서 참사를 맞기도 한다.
지난 주 목요일 "로봇 물걸레 청소기 엣지"가 중복 주문으로 들어왔다.
금요일에 팀장이 5대 선주문을 넣었던 "물걸레로봇철소기 엣지"
바로 이거다.
내가 받아서 팔기 싫어도 생협에 출시된 물건이면 어쩔수없이 받아서 팔아야 되는 물건들도 있다.
에브리봇 엣지도 그런 물건 중에 하나고 내가 싫다고 해서 우리 점에만 안들어오는 건 아니다.
바른두레 다른 매장에도 금요일에 다섯대가 들어가게 셋팅이 되어 있었다.
그걸 내가 손을 댄 거다. 무점포(온라인 바른두레 매장)매장에서 팔렸던 한 대가 조합원의 변심으로 들어오게 된 걸
무점포 담당 직원이 곤란해하길래 도와준다고 생각해낸게 바로 이거다.
금요일에 들어오기로 선주문 넣어진 에브리봇 5개를 4개로 고친것
그럼 우리 매장에 4개가 들어오고 무점포에서 나갔던 한대를 우리 매장에서 받아서 팔면 되니까 어쨌든 합이 5개
그럼 되겠다 라고 생각해서 주문창의 숫자를 내 마음대로 4로 바꾸고 얼마나 뿌듯해했던가.
일석이조라고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던게
무점포 담당 직원의 부담도 덜어줄수 있고 우리 매장의 청소기도 한 대 줄였으니 그걸로 잘되었다고 생각했으나
대 참 사 가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는지 나는 주문을 이렇게 했다.
금요일걸 4개로 고친게 아니라 목요일로 4대를 새로 주문을 했으니 -.-
누군가 틀림없이 내 머리에 똥을 쌌고 나는 그 똥을 뭉개 버린것이다. 그것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말이다.
목요일에 들어 온 물걸레 로봇 에브리봇 4개를 보았고 금요일에 들어 온 5대의 에브리봇을 보면서
내 마음은 참담하게 무너졌고 금요일에 들어 온 5대는 점장의 주문착오라는 반품란 1조항을 이용해서
반품을 하리라 마음먹고 담당 MD에게 전화를 했다.
가뜩이나 좁은 매장에 에브리봇 상자 열개가 있다. 내가 반품을 의뢰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상황인거다.
반품을 의뢰하는 란에 "주문착오"가 있다.
담당 MD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하고 비굴하게 반품을 의뢰했다.
하지만 결과는 왕싸가지 재수탱이 MD와 말싸움이 붙었고 한국말로 싸우는 말싸움에서 내가 졌다.
결론은 우리 매장에서 주문을 한게 맞으니 우리 매장에서 그냥 팔아야 된다는 거다.
한 번 주문한건 주문착오라는 조항을 이용해서 반품을 할 수는 없다는게 담당자의 말이었고
이건 마치 화투판과 같다. "낙장불입"
전화를 끊고 너무 속이 상해서 그냥 울었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스스로에 대한 근거있는 실망감이 합쳐져서 폭망한 금요일을 보내고
애증의 에브리봇을 한 대 사서 집에와서 부려먹었다.
생협에서 일한 뒤로 애증의 물건들이 많이 생기는 중이다. 애증의두부 애증의 유정란 애증의 상추 애증의 콩나물 애증의 조합원
그리고 애증의 "에브리봇 엣지"
청소할 시간도 없어서 먼지가 쌓여가던 우리집 거실 타일이 빤닥빤닥해졌다.
금요일에 집에 오는 남편이 항상 닦던 우리집 좁은 거실을 저 녀석이 닦아줬다.
사용후기감이 좋은 청소기다.
남편이 늘 닦아주던 거실을 저 자식을 몇 번 부려먹었더니 타일이 거울이 되었다.
내일 콩나물이 없으면 뭐 어떠랴. 콩나물이 있어도 없어도 하루는 가고 그렇다고 조합원들이 안오는 것은 아니니
내일은 그냥 내일의 태양이 그런대로 뜨겠지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곤란케하지 말지니"
그걸로 괜찮다고 되었다고 내가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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