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지난 주"

by 나경sam 2019. 12. 2.
728x90
반응형


"지난 주"


지난 주 - 참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딱 반으로 나눈 만큼씩 힘들었다.

아직도 몸에 익지 않은 점장으로서의 일-.-

우리 동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아줌마가 보면 딱 구멍가게만큼 보일 바른두레 안양에서 나는 언제나

바쁘고 동동동 거리고 다닌다.


물론 나만 그런건 아니다.

다른 활동가들을 보더라도 일상이 2배속 빠르게 돌리는 필름처럼 걸음들이 빠르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도 언제나 헛발질은 있고 똥볼을 차기도 한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대구가 2박스나 들어왔다.

물론 내가 주문넣은 건 아니었고 -.-

그래 하늘에서 떨어진 대구-.- 그쯤으로 해두자.

3주전쯤인가 한달전인가 그때 들어온 대구 2박스는 분명히 생선인데 날개를 달았나 싶을 정도로 술술 팔려나갔다.


물론 그렇게 쉽게 팔리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활동가들이 열심히 매달려서 이야기도 하고 권유도 했고

내가봐도 대구가 싱싱해서 눈들이 괜찮았다.

하지만 생물이라는 것은 오전과 오후가 다르다.

눈이 맛이 가기 시작하면 이건 빨리 세일해서 팔아버리든가 해야지 아끼면 똥된다.


사다만 먹었던 소비자일때는 몰랐는데 물건을 파는 사람이 되고 보니

채소장사,생선장사해서 돈 버는 사람들은 부자되라고 하늘이 내린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 동네 화서동에 과일 장사로 건물을 올린 전설의 과일 장사 아저씨가 있는데

그분의 처음 시작은 말그대로 사과 상자 두개 엎어놓고 사과 팔다가 가게 얻고 건물 올렸다고 한다.


남의 이야기 일떄는 그게 그럴수도 있구나 했는데

생협에서 과일이 안팔려 귤이 썩기 시작하면 내 속도 함께 썩고 과일이 마르기 시작하면

내 속도 타들어가면서 알게 되었다.


과일 장사 채소장사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그건 생선도 마찬가지여서 이놈의 생선도 아침 점심 저녁이 눈이 달라지는게 안팔리고 있는걸 보면 생선 눈 상하는것처럼

내 맘도 상해간다.

한달 전쯤 들어온 대구는 세일없이 2박스 얄쨜없이 팔았었는데 이번 건 달랐다.

안 팔리기가 -.- 성냥팔이 소녀 성냥만큼 안팔려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오전에 한마리 팔렸고 6시 퇴근 전에 한마리가 팔렸다.

18마리 남았네.시팔이다 진짜-.-;;;

이때 나는 옳지않은 판단을 하고야 말았으니

세일 문자를 다시 보냈다.

오전에 5700원이었던 대구를 3000원에 후려치기 문자를 전 조합원에게 쏘고 퇴근을 했다.

저녁 근무자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기도 했고 그런 판단은 점장의 몫이라는 생각도 들어

대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결단을 내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데-.-

다시 돌릴 수만 있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문자를 보내는 내 손을 멈추게 하고 싶다.


6시 전에 사갔던 한명의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이것들이 장냔하냐" 내가 사가자 마자 보란듯이 반값문자를 보내고 뭐하는 짓들이야

그랬을테고 -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 이후에 대구가 미친듯이 팔려나갔냐 하면 그런것 같기도 않았고

똥볼차서 담장밖으로만 넘겨버린 꼴 되버린거다.


문제는 다음 날- 두둥

나는 시댁으로 김장하러 새벽같이 내려갔고 다음 날 일하는 활동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구 사갔던 조합원이 대구탕을 끓인 냄비를 들고 매장으로 찾아와서 화를 엄청 내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자기가 사가자 마자 세일 문자를 보냈냐며 - 장난하냐고 그랬다는데

그 한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기분나쁘고도 남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대구탕 끓인 냄비까지 들고 떡허니 나타났으니

아침 근무자는 아침부터 뭔꼴이여 그랬을 거다.


문자를 보냈다고 대구가 팔려 나갔던 것도 아닌데 하지 말걸 오히려 한 사람 기분만 상하는 일이 되버렸고

일은 내가 저질러놓고 화풀이는 다른 활동가가 당해내서 그것도 미안하고

그렇다고 남아있던 대구를 그냥 보고만 오기에는 남아 있던 대구의 양이 그야말로 시팔아니었던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구 문자 사건 말고도 김치 사건

비조합원에게 김칫속과 절임배추를 판매했는데 대금이 무려 246,000원

물건값을 받고 물건이 나가는게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마트의 정석이고 생협도 물론 그렇지만

가끔 아니 자주 생협은 "여신"이라는 특유의 제도가 있어서 물건을 그냥 가져갔다가 다음에 와서 결제하는 제도가 있다.

생협에 묻어두는 출자금이라는 기본적인 돈이 있기 때문에 믿고 주는 거다.


그런데 "비조합원"은 출자금이 없으니 "여신" 그야말로 외상거래는 있을 수가 없는데

절임배추와 김칫속을 가져간 비조합원은 어찌된 일인지 우리 생협에서 그 물건들을 사셨고

물건이 배송 나가기 전에 대금 결제를 요구했더니 직장이라서 집에 가서 해준다고

뭐 그래서 그냥 믿고 보냈다.본인 핸드폰이 은행인 세상에 집에 가서 보내겠다는 말도 좀 께림칙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예약했던 물건들도 아무렇지않게 취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칫속과 절임배추 20만원도 넘는걸

그 분이 안한다고 했다가는 그 부담은 오로지 우리 점의 몫이므로 사람을 믿고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토요일 오전에 입금해준다는 돈은 월요일 오전에도 입금이 되지 않았고 수요일로 미뤄진 돈은 목요일 오후까지라고 했다가

목요일 지나 금요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사이 내가 그 분에게 건 전화나 문자는 무수히 많았으나 그 분은 어쩌다 한 번 문자에 답을 하거나 전화를 받는 일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려서 내가 웃어도 웃는게 아닌 심정이 기어이 되고야 말았다.

딱 한 번 쯤 문자가 왔다.


"편안히 기다려주시라"


증맬증맬 아니 당신같으면 당신 물건 내주고 마음편히 지낼수 있겠냐고 답장해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돈을 받아내야 되는 나는 "을중에 을"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내가 금요일에 폭발을 해버렸다.


참고 참다가 목요일에 입금을 해준다기에 기다렸는데 입금이 되어있지 않았고 금요일에 욱하고 올라왔다.

카드 단말기를 들고 집주소를 찍고 달렸다.


물론 그렇게 달려서 갈 때는 그 집에 누가 있을거라고 상상을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요즘에 낮시간에 누가 집에 있겠는가.카드 단말기를 들고 나가기는 했지만 아무도 없으면 명함이라도 한장 붙여놓고

메모라도 써놓고 올 마음이었고 운이좋아 그 분이 계시면 카드단말기로 계산해버리면 그만이고

말그대로 믿져야 본전 그런 마음으로 갔으나

세상에나 세상에나 그집에는 다 큰 아들이 있었고 최대한 절제된 언어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의 집 아들이지만 밉게 생기지 않은 그 집 아들은 자기라도 부쳐주겠다면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그걸로 무사히 일이 끝난 줄 알았다.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전화를 해도 문자를 해도 답 얻기가 힘들던 그 분이 내가 생협으로 다시 돌아와 있을 때 쯤에

자발적으로 전화를 하셨다.

내가 다녀 간 일로 인해 자기 아들이 상처를 받았고 당신도 아이를 키울텐데 어쩜 그럴수가 있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그냥 들어줬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천마디쯤도 더 되었지만 일단 들어주고 두마디만 했다.

나더러 당신 아이들이 그런 상황을 만나면 어떻겠느냐고 소리를 지르길래

"저라면 그런 상황은 안만들죠"라고 했고 "입금 한다고 소리를 지르길래" 입금 하시면 전화주시라고" 딱 두마디 해드렸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해주고 싶었던 소리는 바로 이 말이다.


"나도 애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기 싫었어도 당신 집에 카드 단말기 들고 갔습니다"

그 말이 하고 싶었다.


일주일이 참 길었고 짧기도 했고 그리고 추웠고 지하철안이 너무 혼잡해서 하마터면 다음 역까지 갈 뻔 했으나

예비군 아저씨 넓은 등짝을 의지해서 간신히 내리기도 했던

고단했던 일주일


열심히 잘 살았다. 토닥토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