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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헥헥헥 우 쒸"

by 나경sam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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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헥 우 쒸"


[망원헬스 비스트짐] 케틀벨 하이풀로 스내치잘하기


우 이 쒸의 지난 주를 보냈지만 토요일 오후 계원예고 동기 엄마들 모임후 기분이 완전히 좋아졌다.

나 - 알고보면 100% 단순한 인간일쎄

낮에 만나 브런치로 1차 커피숍 2차 닭갈비 저녁 3차

와인 - 커피 - 맥주


나에게 쌓여있던 스트레스는 그날 다 부셔버렸고

이제 다가오는 다음 주는 경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언제나 두려운 유정란과 두부와 콩나물

하지만 극복해야지 별 수 없다.


내가 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안양점 전 점장님께서 주옥같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조합원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월급받는게 이 일이다"

10년 내공이 그냥 쌓인게 아니라는걸 그날 알았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배송이 15개 역대급이었다.

배송기사님 차에 물건이 다 들어가지도 않아서 결국엔 내가 배송을 네개 떠 맡았다.

네비없으면 못 다닐것 같았던 안양 시내가 이제 길 눈이 좀 뜨이는 걸 보면 내가 짬짬히 나간 배송도 어느덧 마일리지가 쌓인듯


물건만 놓고 올래도 나를 붙들고 반가워하시는 조합원때문에 잠깐 문 앞에서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은 쫙쫙 흐르고

네 집 배송에 도대체 시간은 왜 두 시간이 걸리냐고-.-


열린 문 틈으로 보이는 조합원님 댁 할아버지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휠체에 앉아서 나를 궁금하다는듯이 쳐다보시는데

나는 그 날 알게 되었다.

"우리집 양반이 생협 빵을 잘 먹으니께 내가 사러다니지이"

그 말씀에 등장하는 바로 그 "우리집 양반"

저 할아버지가 생협 보리카스테라를 좋아하시는구나

조합원들을 매장에서 볼 때와 그 집에서 볼 때 둘의 느낌은 참 달랐다.

거리감이 좀 없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물건을 갖다 주러간 것 뿐인데 자꾸 나한테 뭘 줄려고 안절부절하시는 늙으신 우리 조합원 할매들

새로운 정이 마악 생길라 그래

이럴 때 내가 조심하지 않음 안되여-.- 마음이 훅 가니께

아침마다 출근할때 "점장 고나경" 이름표를 나는 한 숨 한 번 쉬고 달고 나간다.


이름표는 달고 자존심은 집에 두고 나간다고 생각하고 이름표를 옷에 단다.

그래도 가끔 자존심이 확 구겨질때는 조합원이고 뭐고 계급장 떼고 한 판 붙고 싶을 떄도 많지만

어지간한 진상 아니면 참아주고 정말 아니다 싶을 때 한마디 해주는데 한 마디 할 기회를 주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겠어


어제 그랬다.

남자 조합원이 그것도 나는 석달만에 처음 보는 남자 조합원이 자꾸만 니글니글 웃으면서


아줌마 아줌마 여기 흑미 어딨어

아줌마 아줌마 여기 토마토 어딨어


아니 증맬 저 아저씨 술 쳐드셨나 아니면 혀가 반토막짜린가

말끝마다 아줌마 아줌마 이거 어딨어 저거 어딨어

내 안에 있던 또다른 사람의 분노가 폭발했다.


백종원 분노 폭발, 불거진 플랜F 송해영 인성 논란



아니 조합원님 어디다 자꾸 아줌마 아줌마 하시는거예요

"활동가"라는 좋은 이름 놔두고 아줌마 아줌마 그러시는데 앞으로는 제대로 활동가님이라고 불러주세요

큰소리고 화를 내면서 제압해버렸다.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 입으로는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복화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웅변했던 큰 목소리는 이럴때 써먹으라고 하는거다.

학교 대표로 유월이면 원고외워서 웅변대회 나가는게 고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때 목소리와 담력을 키우긴 했다.


내가 3학년 때 웅변대회 나갈 때 원고는 딱 정해져있었다.

"녹음방초 우거진 유워월....."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일 때 내가 녹음방초가 뭔지나 알았겠나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렇게 자연이 싱그럽고 초록이 우거졌을 때

일요일 아침 북한에서 쳐들어 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늘 시작은 녹음방초 우거진 유우월로 시작되었던 웅변 원고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베껴서 써준걸 달달 외워서 엄마가 새로 사 준 옷을 입고 아침에 비릿한 날께란까지 하나 깨서 먹고

웅변대회에 나갔었다.

대회에서 상도 못타고 집을 돌아오던 길에 길에서 만난 같은 반 남자애가 우리 엄마가 들고 있던

종합선물 과자 상자를 보고서 내가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것 같다고 헛소문을 내서

그 자식을쥐어 패주고 싶었었더 3학년 때의 흑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 때 키운 목청으로 혀가 반토막인 진상을 제압해버렸으니 어렸을 때 키웠던 담력과 목청도 알고보니 남는 장사다.


반말을 닥치는대로 남발하면서 아줌마아줌마 해대는 진상도 조합원이고

집으로 배송을 갔을 때 나에게 뭘 주지 못해 미안해하던 귀여운 할매도 조합원이다.


한마디했더니 반박하지못하고 조용히 계산하고 나가는 걸 보면 자기 잘못은 아는것같았지만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받고 자랐는지 세금에 딸려서 내는 교육세가 아까울뿐이다.


반말에 무시에 자기보다 우리를 낮다고 평가하려드는 진상들이 한 둘이 아닌걸 석달째 겪어내고 있지만

나도 이제는 적당히 그런 사람들은 쳐내고 하고 싶은 소리는 하는 편이다.

그래도 여기서 월급받고 일을 하기 때문에

적당히 지킬건 지키고 쳐낼건 쳐내면서 해 넘긴 보람을 찾을 수 밖에


일본 친구들한테서 연하장도 라인으로 오고 안부인사들이 도착해서

떡국 이미지를 보내서 인사를 답했다.


한 해를 맞이한게 실감이 난다.

작년에 일본에서 혼자 먹었던 나이

오늘은 떡국과 함께 먹었다.


새해목표는 2020년 나잇값하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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