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전국 1등은 처음이다.
물론 저 건 나 혼자 한 게 절대 아니고 상무님의 지원사격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
스토리는 이렇다.
명절이 다가 올 때 새안양신협으로 명절 선물 리스트 팜플릿을 들고 갔다.
명절이 다가오면 점장이 미리미리 사전작업을 해야 된다는데 사실 겉으로는 말이 많고 시끄러워
적극적인 A 형으로 보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나는 아주 소심한 aaa형입니다(믿거나 말거나)
그래서 우리 거래처인 새안양신협으로 인사를 가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한숨 푹푹*100
하지만 나는 또 시키면 하긴 한다.
하지만 팜플릿 옆에 끼고 새안양신협까지 걸어가면서 걱정은 스토리를 만들어
가서 뭐라고 하지-아!!! 얼마나 뻘쭘할까!!!-이런거 안하면 안될까!!! 걱정 3종셋트를 스스로 만들면서 안양 중앙 시장을 가로질러 총총 걸음으로 걸어갔다.
우리 동네 화서신협의 조합원이지만 새안양은 신협은 처음 "어서와 새 안양 신협은 처음이지"
그래도 기존의 거래선이 있었기 때문에 신협에 들어가서 쭈빗거리다가 우리랑 거래를 이어주고 계시는 여자 부장님을 찾았더니 오메나 식사하러가셨다네
편치않은 기다림 - 영업하는 사람들 마음이 이런거구나
우리집 양반 영업직은 아니지만 실적을 위해 상대를 기다리는 초조함 긴장감
대한민국 가장들의 마음이 이럴까!! 남편을 잘해줘야겠다 돈벌이의 현장에서 언제나 느끼는 한결같은 감정이다.
두둥 식사를 마치고 오신 부장님
내가 쭈볏거리는 것에 비해 을매나 편하게 대해주시는지 역쉬 그녀의 스케일은 남달라
그래서 신협의 부장님되셨나봐
신협 전무님과 부장님 나 이렇게 셋이 둥근 원탁에 앉아 졸지에 원탁회의 개최
작년 추석에 입사했던 내가 기억하는 신협의 선물은 구기자 한과가 전부였다.
물론 그 외에 더했을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때 내 가 본건 신협의 남자 직원들이 와서
구기자 한과 셋트 실고 건 것밖에는 기억이 안나는데
오메 이게 뭔일여
갑자기 선물셋트는 책자보시고 주문서를 팩스로 넣어준다고 하시더니만
신협 정기총회에 1000개의 선물셋트를 생협에서 주문하고 싶다고
뭐여 이사람들이 지금 내가 듣고 있는 1000개라는 말 저거 진짜냐
그때부터 심박수는 올라가기 시작했고 전무님과 부장님이 하는 말은 내 귀로 입력이 되지 않아
"정신차려 고점장"
"지금 자면 죽어"
"지금 자면 죽어" 저 심금을 울리는 대사는 초등학교때 우리 아버지가 엄마를 이겨가면서 봤던
"전우"라는 드라마에서 많이 들었던 대사
엄마는 손창민이 아역으로 나오던 드라마를 본다고 했었고 엄마 편을 들었던 동생들과는 달리
나는 아버지랑 "전우"를 본다에 늘 아버지 편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이겼었지. 저들을(엄마+힘없던 동생짜식들)
여름 저녁 평상에서 저녁을 먹고 주말저녁 8시가 되면 아버지가 푹 빠져 보셨던 드라마"전우"
나는 아직도 그 드라마의 주제가가 생각이 난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주인공이 나시찬이었었고 드라마가 끝날 때는 터덜터덜 걸어가는 우리 국군들의 배경으로 전우의 주제가가 지나갔었다.
드라마가 끝날 때는 아버지와 나는 노래를 따라불렀었고 엄마는 새엄마를 만나 구박을 받는 손창민이 나오는 드라마를 못 봐서 우리를 구박했었다.
신협 부장과 전무의 1000개라는 총알에 맞아 나는 정신을 스스로 잃어가고 있었고 속으로는 혼미했으나
겉으로는 제정신인 여자처럼 다음에 샘플들고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기는 했으나 그때부터 내 영혼은
안드로메다행이었고 생협 매장으로 돌아와서 사태를 수습하고 상무님에게 상황보고
다음 날 샘플들고 나 혼자 가기에는 상대가 벅차 이럴 때는 상무님을 최전방에 내 몰고 나는 그 넓은 등짝에 잠시 숨자
신협이 제시한 신협 정기총회 선물 목록은 대충 이랬다.
"귀리,찰보리,늘보리,차조,기장" 다섯가지 곡식 목록중에 신협이 원하는 금액과 우리도 우리 마진을 챙기는
선이 있어야 했으므로 그때부터 신협과 생협의 밀당이 있었으니
그리고 우리도 천개의 물량을 맞추려면 미리미리 생산자와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담당 MD와 협상이 남아있었다.
상무님 앞세우고 신협으로 가는 날은 전 날 혼자가던 발걸음보다는 훨씬 가벼웠지만
나는 후덜덜한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으니
샘플로 챙겨갔던 여러가지 곡식 샘플중에서 "기장"을 유기농 사양으로 챙겨가놓고는
그걸 무농약 사양의 가격으로 제시한것
생협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건데
같은 생활재라도 유기사양이냐 무농약 사양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저농약농산물 인증은 농약을 기준량의 반 이하로 사용하여 재배한 농산물이며
무농약농산물 인증은 농약은 일절 사용하지않고 화학비료를 1/3이하로 재배한 농산물이고
유기농산물 인증은 3년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않고 재배한 농산물에 사용하는 기준
이러한 친환경농산물 인증표시는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여
정부가 농산물의 안전성을 인증 한다는 표시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유기농 사양이 가장 비싼건데 나는 유기농 사양을 들고가서 무농약 사양의 가격을 제시한건
그리고 그건 상무님도 모르고 그들도 몰랐고 오직 나만 시간이 좀 지난 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을 만큼 자책감이 들었으나
이미 내 손을 떠난 일- 바로 잡는 것밖에는 길이 없었다.
달리고 달려 새안양 신협으로 혼자서 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돌아는 왔으나 마음이 편치는 않았고
(만약 이게 잘못되면 다 내탓인가 싶어서+이게 날라가면 도대체 얼마짜리 발주를 놓친건가)
그날부터 속이 타기가 증말 쓴물이 저절로 넘어오는 하루하루
아직 생협의 모든 생활재를 다 알고 있는건은 아니니 있을 수도 있는 실수였지만
그건 내 사정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싼걸 들고 와서 싼 가격에 준다했으니 베리땡큐 감사합니다고
니가 처음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으냐 그러니 우리는 이걸로 니가 처음에 말하 가격으로 하겠다라고 하면
나는 어쩌겠어 속이 타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비상식적인 사람들보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훠얼씬 더 많다.
혼자했던 걱정은 말 그대로 혼자했던 걱정이었고 신협에서는 이후에 많은 선물을 주문 또 주문해주셨다.
현미유2호셋트 51개 홍삼절편6개 한우 반골 한루 갈비찜 셋트 과일 선물세트 법성포 굴비선물세트
명절 선물로만 500만원 주문을 주셨고 서로 적당한 가격으로 타협을 보고 신협 정기총회 선물 1000개도
우리한테 발주를 줬다.
쌀보리와 차조를 각각 1000개씩 라벨작업을 해서 가방에 넣느라 사무실의 직원들이 반나절동안
먼지먹어가면서 마무리를 해줬고 그걸 또 신협으로 나르느라 상무님이랑 사무실 남자직원은
상노동을 했다.
그리고 차조 샘플을 받아야 되는 과정이 있어서 나는 담당 MD 에게
주말 저녁 늦게 문자 보내고 확답받고 약 이주간에 걸쳐 수출역군처럼 마음졸이고 지냈다.
지난주 토요일 신협 정기총회가 무사히 끝났고 사무실 직원들이 고생하면서 마무리해준 선물세트는 새안양신협
조합원들에게 선물로 증정이 되었을 것이다.
자 이제 신협앞으로 저걸 매출로 찍는 일만 남았겠지!!
일이 마무리 된 다음 담당 활동가한테 말했다.
나 - "신협 앞으로 각 항목당 1000개씩 찍으세요"
활동가 - "지금까지 일하면서 1000개는 찍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떨려요"
나 - "시끄럽고-- 찍어요"
그래서 우리는 갑자기 전국 1등을 먹었다.
타 단협에서 저 매장 무슨 일인가 했겠지만 저녁 5시무렵 전국 1등 이었고
전국 2등 매장과는 금액이 오백이상 차이가 있었으므로 오후 9시까지 2등이 아무리 달려도 우리는 그날 전국 1등했다.
나 - "두부 사러왔다고 하면 그냥 팔지 말고 돌려보내고 문닫아요"
하지만 두부 사러오고 콩나물 사러 오시는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에 매장은 늘 돌아가는 법
생협 근무 다섯달 만에 전국 1등 먹고 마감했다.
혼자한건 절대 아니지만 저녁에 맘 졸이고 잠 못자고 엠디한테 욕 먹을 각오하고 문자하고 확인하고 했던거 생각하면
애썼다.
사무실이랑 함께 붙어 있는 안양 매장 덕도 톡톡히 봤고
(사무실의 직원들이 소수 정예부대 공장 라인처럼 라벨작업과 포장작업을 해주지 않았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생협일이 점점 재밌어 질려고 하는 이 무서운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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