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요즘 생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가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절기를 이러다 통째로 외울 판입니다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 태백이 놀드은 달아~
정월에 뜨는 저어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어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 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저어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달
노래에 등장하는 달은 분명히 하늘에 뜨는 달이지만 그 달이 결국 月=달 이니 정월부터 십이월까지 달에 맞게끔
할일이 다 정해져 있는 아주아주 무서운 우리나라의 절기와 계절
김세레나가 한복을 입고 간드러지게 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잠시 전의 일을 기억못하는 바보가 되었지만 어렸을때는 돌아가신 솜리고모가 나를 보고 신동이라 하셨으니 하늘나라에서 고모가 보시면 애석해 할 일다)
생협의 절기로는 새 희망을 주는 달이 아니라 메주를 담그는 달이 되었다.
메주와 함께 항아리가 떡허니 메주 한말짜리용이 두개 반말 항아리가 두개 들어왔다.
항아리를 보는 순간 숨이 꽉 막혔지만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게 안양점에만 두개씩 들어온 것은 심히 유감*100이지만 반쯤은 나도 포기한 부분이 있으니 그래 팔아보자!!
내가 좋아하는 ㅈㄱ ㅅ 조합원님이 오셨다.
나 - 조합원님 조오기 항아리좀 보세요,잘생긴 저 항아리 들여놓으시고 저 안에 돈 담아놓고 써보세요.금고처럼요
ㅈ ㄱ ㅅ 조합원 - 쓰기도 바뻐서 항아리에 못 담아 둬
나 지금 거부당한거 맞네!!
항아리를 금고처럼 쓰시라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날렸고 그걸 시크하게 받아치고 나가시는 조합원
그 뿐이면 말도 안해
지난 주에는 문자를 오전 11시에 보내는 걸로 예약을 걸어놓은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예약 문자를
오후 11시로 걸어놓았던 모양이다.
어쩐지 오전 11시에 문자가 날라오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으나 특히 오전 시간에 정신없이 바쁜 관계로 내가 걸어놓은 문자가 날라오지 않았어도 그걸 이상하다고 여기고 점검할 시간조차 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퇴근후 밤 11시
나는 오전 11시에 보내졌어야 할 문자를 오후 11시에 받고야 말았으니 그야말로 정신이 나갈 판
그대로 기절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 들것에 실려서 운동장을 떠나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진심*100000
일단 광고문자가 밤 늦은 시간에 나가게 되면 과태료 3000만원이하이고 있어서는 안될 실수인것
왜냐!!
그날 오전에 보낸 문자를 보고 조합원들이 전화문의나 주문을 주로 하시기 때문에 문자=광고가 되는 것이라
하루의 매출을 움직일 수도 있는 광고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건데 그걸 하루 장사 다 끝난 오후 11시에 보냈으니
광고 문자의 의미가 없어진것이다.
그리고 뒷감당을 다 어떻게 할지
일단 누가 고소를 하면 삼천만원의 과태료는 어떻게 만들것이며 아 진짜 나 머리아파 미쳤지 증말
어쩐지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도 문자에 해당되는 생활재에 대한 문의가 하나도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으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는 생각의 연속성이 사라지는 희안한 동네
생각을 길게 하고 싶어도 틈을 주지 않는다.
체험 삶의 현장이기때문에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발로 뛰고 입을 털어야 생활재가 팔리지 가만히 있어서는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는 법
광고문자가 가지 않았어도 매출은 그럭저럭 평타이상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문자 의심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갔고
12시간 전에 갔었어야 할 문자를 12시간 후에 받고 멘탈은 집에서 나갔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사과하기 바쁜 하루
생협에 들어와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소리를 진심이든 아니든 하루에 100번은 하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노올라운 일이 발생했으니^^
귀여운 우리 조합원들 좀 보소
다들 자느라고 그 문자를 못 봤다네
그래서 다들 피부가 뽀송뽀송하셨구나
나 -어제 밤 늦게 문자가 가서 놀라셨죠
조합원 - 아뇨 잠 자느라 못봤는데. 문자가 왔었나요^^~
내가 입 아프게 사과했던 조합원들중 평균으로 보면 10명은 주무시느라 못봐서 아침에 확인하셨다고 하고 한 분 정도만 깜짝 놀랐다고하셨다. 잠꾸러기 우리 조합원님들 모두 복 받으시고 항아리에 돈 수북히 넣어두고 쓰실 만큼 부자되세요
잠꾸러기 귀여운 조합원님들 까칠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귀여운 분들이 더 많으셔서 이 일이 또 할 만한 일같기도 하고
일단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드는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이익을 돌려드리고 조합원들에게는 적정한 가격에 좋은 생활재를 공급하는 곳이니 생협은 꼭 필요한 곳임에 틀림없다.
이십년 전에는 이마트를 너무너무 사랑했었다.
제주도 살 때 소길리 우리 관사에서 연동 이마트를 가는 우리 가족의 주말은 축제였었다.
과자 한 봉지를 살려고 해도 최소한 2킬로는 산 아래로 내려가야 살 수 있었던 소길리 400고지
내가 좋아하는 너구리 라면을 장전초등학교 옆 장전슈퍼에서 사서 산동네 우리 관사로 올라오는 길은 얼마나
마음이 설레었던가
소길리에서 운전을 하고 쭉 내려가다보며 바닷가 풍경이 병풍처럼 쫘악 펼쳐졌었다.
주말이면 세피아 뒷자리에 세 놈을 감금하다시피 태우고 연동 이마트로 내려갔었다.
제주도로 이사가기 전에 전주에서 살았었는데 아파트 1층에서 살았기 때문에 걸어서 상가의 슈퍼까지 아이들이 혼자서도 잘 가서 과자를 사오곤 했었다.
그때 네 살이던 은진이가 새콤달콤에 푹 빠져 있을 때라 내 지갑에서 돈 만원을 꺼내서 손에 꼭 쥐고 가서 새콤달콤을
삼백원에 사오고 잔돈 9700원을 손에 쥐고 돌아와서 나한테 처음으로 매를 맞았다.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도 모를 아기였을때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를 때린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어쨌든 은진이는 새콤달콤때문에 생애 첫 매를 맞았다.
우리 애들은 나 혼자 키운게 아니라 새콤달콤이 좀 키워주기도 했고 패트와 매트 비디오 테이프가 좀 키워줬고
텔레토비도 좀 키워줬고 핑구도 좀 키워줬었다.
덕분에 제주도로 이사와서 치과 치료에 둘재와 셋째는 돈이 좀 들어갔다.
연동 이마트에서 일주일의 생필품을 사서 돌아오는 길
관사로 돌아오는 무수천 사거리 쯤 오면 벌써 과자의 반 이상은 차 뒷자리에서 먹어 치웠었고 그걸 가지고 집에 오면
잘 숨겨두는게 또 내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옆 동의 야무진 어떤 아이 엄마만큼 나는 야무지지 못해 그걸 또 얼마 안있어 풀어 줬었다.
과자 한 봉지가 귀했던 2002 . 7.17 ~ 2005. 1월 이었었다.
지금은 생협에서 일을 하니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열봉지라도 과자를 사갈 수 있지만
지금은 과자보다 술을 더 많이 먹으니
아이 진짜 이 노무 자식들
어쩔거야 증말!!
생협에서는 댕댕이들 간식도 팔고 있다.
농가의 잉여 농산물로 반려동물의 먹을거리도 만들고 있고 그걸 판매하는데 이번주에는 할인까지 했다.
그걸 놓칠리 없는 우리 상무님
반려견 간식을 60봉지나 주문한 것
공급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댕댕이 간식이 있어서 이게 뭔일인가했더니 범인은 바로 상무님
아침에 출근하는 상무님을 붙들고 눈에 불을 활활 켜놓은 채 물었다.
나 - "상무님 로렌츠 큐브 간식 상무님이 넣으셨어요-.-"
상무 - "그래 내가 넣었어 이번주에 할인하는 생활재인데 너희들이 주문안했길래 내가 넣었어"
나 - (눈에 불이 활활) 그게 뭔지 아시고 넣으셨어요?? 바로 댕댕이 간식이라구요.여기는 댕댕이 간식이 잘 안나가는데
왜*1000??? 넣 었 냐 구 요 악악악
싱무 - "몰랐어. 어머 그게 강아지 간식이었니? 정말 몰랐다. 그냥 할인하는 것만 보고 내가 주문했는데 미안해
내가 좀 사갈게"
생협의 생활재를 모조리 알고 있을 것 같은 우리 상무님도 저렇게 실수를 하시니 내가 실수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우리 상무님의 장점 중 하나는 본인이 과다하게 집어 넣은 물량은 일정부분 책임을 져 줄려고 하는데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거 어쩌겠어. 담당 엠디한테 미친척하고 전화한 번 해서 반품을 일부 하든가 어쨌든 말은 한 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담당 엠디를 찾아 전화를 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 인간이랑 나랑은 하늘이 맺어 준 악연맞네 맞어
내 블로그를 줄거리 별로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실거다.
로봇 청소기 헛주문 넣어서 담당 엠디랑 내가 한 판 붙고 일방적으로 내가 깨져서 울었던 일말이다.그때는 가전 분야 담당이더니 이번에는 부서를 옮겨서 축산 육가공품 엠디가 된 그 엠디랑 전화로 또 만났다.
나 - "제가 실수로 강아지 간식인줄 모르고 각각 삼십개 씩 육십개를 주문했는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반품
안될까요"
엠디 - "안되죠 당연히"
나 - "(여전히 싸가지가 없으시군요) - 그래도 조금이라도 다시 반품 안될까요"
엠디 - "팔아보세요 한개씩만 반품하시고 나머지는 파세요, 안양에서 잘 안팔리면 영통점으로 일부 돌려서라도
팔아보세요"
나 - "아니요 한개씩 반품하고 나머니 58개는 제가 다 먹을게요"
엠디 - (다급한 목소리로) 아니아니 점장님 먹지는 마시구요 파시라구요
나 - "아니 먹을래요 내가 다 먹겠어요"
엠디 - "아니 먹지는 마시고요 팔아보세요"
나 - "네에"
그래도 그때 있었던 로봇청소기때처럼 완전 싸가지 없지는 않고 좀 나아진게 분명했지만 어쩜 똑같은지
그래도 나도 변한게 있었으니 불과 몇 달전만해도 이런 일이 있었으면 전 날부터 잠도 못잘만큼 불편한 마음이었겠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서 "그래 팔아보자 팔면 되지 뭐" 이런 여유도 생겼고 상대가 아무리 기분 나쁘게 말해도 나도 어느 정도는 받아 넘기는 여유가 생겼고 또 하나 상무님이 실수로 주문 넣은거지만 상대방에게는 우리 상무님이 실수로 넣은거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 조직의 가장 윗 사람이니 내가 지켜주는게 맞고 내가 더 많이 저질렀던 실수를 상무님은 늘 봐 주셨으니 이번 만큼은 내가 봐드리기로 하고 열심히 전화질을 한 결과
아들 친구가 애견 동반 카페를 열 계획이 있어서 그쪽에 우선 삼십개 팔기로 했고
우리 성당 자매한테 열개를 팔았다.
로봇 청소기 솔드 아웃에 이어 댕댕이 간식 솔드아웃 시켜버리겠어
주말에는 분당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서 종일 수업을 듣고
(나 진짜 열심히 사는 아줌마 맞어)
오전 10시 - 1시
오후 2시 - 5시
어제 수업받다가는 웃음이 터져서 죽을 뻔했다.
다섯명이서 받는 수업인데 연령대가 제각각이었다.
60대쯤 오지이상 또 한 분 60대 쯤의 오바아상 그리고 나 쫌 젊어뵈는 두 남녀
주제가 취미였으므로 일본인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는거였는데
60대쯤의 아줌마는 취미가 골프였다. 무려 30여년전부터 치셨다니 골프선수 급 쯤 되시는 모양
그리고 바로 옆에 앉아 계시던 60대의 아저씨도 탁구가 취미
그 분도 30년 전 쯤 부터 탁구를 치셨다고 하시니 일본인 선생님이 당연히 물으셨다.
선생님 - 30년 전 쯤이면 탁구를 어디서 치셨나요?
아마 선생님이 상상했던 대답은 학교에 있던 탁구대 쯤이 아니었을 까 싶었고 우리들의 상상도 그랬었다.
아저씨 - "널빤지유"
옆자리에 앉아 계셨던 골프 아줌마 웃음 참느라 고개 숙이는 걸 봤고 마스크를 끼고 있던 쫌 젊었던 총각도 얼굴 근육이
씰룩거리는게 마스크 윗부분으로 다 보였다.
주말에 하루 종일 실컷 일본어를 듣고 왔더니 뭔가 귀가 시원해지는 느낌
오전에 성당을 다녀와서 우리 가족이 주말 모임을 하는 "가비아리"에서 일본어가 한국말처럼 들리더라 했더니
언제나 바른 말만 하는 우리집 둘째
"그 정도면 진짜 매국노 맞네"
아직 겨울이지만 해는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내일은 메주와 전쟁을 치르는 월요일
강원 손틀 메주가 무려 열네말이나 쳐들어 온다.
무사히 월요일 넘기고 잘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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